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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들> 배수의 진, '목요일밤의 저주' 풀까

[TV리뷰] 폐지 아니면 부활, 기로에 선 MBC

16.04.08 17:39최종업데이트16.04.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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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능력자들>의 첫 방송부터 메인 엠씨를 맡았던 김구라가 프로그램이 목요일 밤으로 자리를 옮기며 떠났다. 동시간대 JTBC에서 방영하는 <썰전>과 출연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구라의 하차가 비단 방송시간대의 중복 때문이었을까?

첫 방송 이래 20회까지 5~6% 시청률을 오르내렸던 <능력자들>은 같은 시간대 tvN '나영석표' 예능과 금요일 밤의 강자 <정글의 법칙>과의 대결만 놓고 보면 최악은 아니었다. 하지만 20회까지 방송됐음에도 <능력자들>은 '화제성'에서 그다지 긍정적이라 보기 힘든 형편이었다. 다소 애매했던 <능력자들>이 금요일 밤 11시를 음악 프로그램 <듀엣 가요제>에 넘겨주고 목요일 11시로 자리를 옮겼다.

'MBC 목요일 밤 11시'라는 재앙, 이경규로 돌파 가능할까?

<능력자들> 하차한 김구라의 후임으로 개그맨 이경규가 투입됐다. ⓒ mbc


<능력자들> 메인 엠씨로서의 마지막 방송에서 김구라는 MBC 목요일 밤 11시 예능을 '목요일의 저주'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 <별바라기> <경찰청 사람들 2015> <헬로! 이방인> 등 그간 MBC 목요일 밤 11시 예능은 처절한 패배의 현장이었다. <능력자들>이 자리를 여기로 옮겼다는 건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이다. 이 전쟁터에서 그간 사라져 갔던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전사'하거나, 저주를 풀거나.

그래서 김구라의 후임으로 <능력자들>에 이경규가 선정됐다는 보도에 혹자는 섣부르게 <경찰청 사람들 2015>의 씁쓸한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마이리틀텔레비전>을 통해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의 신기원을 선보이며 '갓경규'로 등극한 이경규의 상승세가 다시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이리틀텔레비전> 이전 이경규의 실적(?)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이경규는 지난 7일 첫 방송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예능인의 생존력을 내세웠다.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사표를 내며 무모하더라도 도전을 내세웠던 이경규답게 MBC 목요일 밤 자리에 용감하게 찾아들었다. 

그러나 새롭게 개편된 <능력자들>의 '신의 한 수'는 이경규보다는 김성주였다. '대결'이 강조되는 <능력자들>의 포맷에서 축구 캐스터로 활약했던 김성주가 적절하리라 예측했던 김구라의 선견지명이 개편된 첫 회, 빛을 발한 것이다.

'뛰는 놈' 이경규 위에 '나는 놈' 김성주

MBC 목요일 11시 예능 <능력자들>은 이른바 특이한 분야의 '덕후'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 mbc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여러 분야의 '덕후들'을 찾아내 그들의 덕후력을 검증하는 <능력자들>은 그 '덕후'라는 소재 면에서는 신선했지만, 그들의 '덕후력'을 일반 시청자가 공감하고 이를 예능화하는 지점에선 보편성의 한계를 지녔었다. '덕후'와 그들의 '덕후력'을 중계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으로 승화시키는 데에는 축구 캐스터 출신의 김성주가 묘수였음은 한결 생기 넘쳤던 21회에서 증명됐다. 김성주 덕분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열차 능력자'의 능력 검증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축구 게임처럼 생생하게 전달됐다.

일찍이 엠넷 <슈퍼스타K>부터 최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MBC <복면가왕>을 통해 메인엠씨로서 능력이 일취월장해 가고 있는 김성주의 진면모가 <능력자들>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오죽하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이경규가 '자신이 메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김성주가 메인'이라고 했듯이 <능력자들>의 흐름은 김성주가 끌고 가고 이경규가 양념을 치는 식이다. 일찍이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함께 '덕후'의 세계를 탐험한 바 있던 두 사람이지만, 그 주도 양상은 변화했다. 놀라운 것은 굳이 메인엠씨로서 지분을 고집하지 않은, '갓경규'의 원숙한 내공이다. 여기에 새로이 합류한 '덕후맘'으로서 데프콘의 조력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MBC 예능의 산증인이었던 이경규와 최근 물이 오른 김성주의 조화는 <능력자들>에 공감하게 한다. 방송 시작 초반 MC 이전에 '능력자'로서 김성주와 이경규의 검증은 두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예능적 재미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특히 그 분야도 생소했던 '날씨 능력자'를 소개하기 위해 등장한 김동완 통보관과도 매끄러운 대화를 진행했고, 82살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손주뻘 능력자랑 대결을 하느라 고전하는 통보관에 대한 배려를 보였다. 덕분에 능력자들의 능력이나 호감에 따라 오르내리던 프로그램의 재미는 '일반인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연 듯하다.

김동완 MBC 전 기상 통보관이 '날씨 능력자'를 소개하기 위해 방송에 출연했다. ⓒ MBC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굳이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연예인들의 존재와 종이 상자를 뒤집어 써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방청객들의 무기력한 모습이 아쉽다. 차라리 그 어설픈 봉투를 제치고 연예인들의 어색한 리액션 대신 자연스러운 방청객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덕후 예능이 아닌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자들>의 또 하나의 가능성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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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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