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입영일, 전 군대에 가지 않았습니다"

[현장] 김진만씨 병역 거부 기자회견, "'평화'와 '공존'을 위해 병역 거부합니다"

등록 2016.04.19 13:02수정 2016.04.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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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부산대학교 앞의 한 카페에서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김진만(30)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19일 오전 부산대학교 앞의 한 카페에서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김진만(30)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정민규


19일은 김진만(30)씨의 입영 날짜이다. 국가는 그에게 '오후 2시까지 102보충대로 입대하라'고 통지했다. 하지만 그는 입영버스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부산에 남았고, 입영 대신 병역거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평화와 공존을 위해 병역을 거부합니다."

김씨가 입을 열었다. 그가 처음부터 군대에 가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니었다. 김씨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원하는 목적을 실현시키는 군대의 모습은 이상한 것 하나 없는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병역을 거부해야겠다'는 마음을 확고하게 먹게 한 건 국가였다. 

2007년 부산시청 앞에서 농성하던 장애인들을 끌어냈던, 2012년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던 노인들을 끌어내던 이들의 이름은 '공권력'이었다. 김씨는 이러한 상황이 "분명 국가가 국민에게 행하는 폭력이었다"라면서 "국민을 지키지 않고 탄압하는 국가의 공권력에 가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써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김씨가 말을 머뭇거렸다. 눈가에 눈물이 도는 것이 보였다. 한동안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를 바라보던 동료들의 훌쩍거림이 부산대학교 앞의 작은 카페를 채웠다. 

김씨는 두렵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정상적인 남성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폭력, 침묵, 복종을 강요하는 국방의 의무가 밀양의 주민들, 장애인,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의무가 될까 두렵다"고도 덧붙였다.

UN서는 병역 거부자 석방 촉구 "대체복무 급진적 아냐"


a  19일 오전 부산대학교 앞의 한 카페에서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김진만(30)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19일 오전 부산대학교 앞의 한 카페에서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김진만(30)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정민규


병역을 거부했기 때문에, 국가는 김씨를 병역법에 따라 '처벌'하게 된다. 이는 김씨의 사례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매년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해 처벌받는 청년만 600여 명. 이들은 대부분 '징역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다. 

국제사회는 지속해서 한국 정부에 병역 거부를 허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UN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 (UN Human Rights Committee)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즉각 석방과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의 이용석 활동가는 "한국 정부는 2007년 대체복무제 도입을 약속했고, 당시는 국민 여론·남북 대치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은 가입 조건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대체복무제를 급진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활동가는 "안보는 군사력만으로는 지키지 못한다"면서 "강한 군사력이 평화를 담보한다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국민은 왜 테러 위협에 시달리느냐"라고 물었다.
#병역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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