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과 의리, 지킬 만큼 지킨 거 아닙니까"

'바보' 박재호, 네 번째만에 부산서 웃다

등록 2016.04.20 20:48수정 2016.04.2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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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산 남구을에서 당선한 박재호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부산 남구을에서 당선한 박재호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 정민규


선거를 앞두고 박재호를 만난 적 있다. 몇 잔의 술이 돌았을 때 그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쯤 하면 노무현 대통령하고의 의리는 지킬 만큼 지킨 거 아닙니까"라던 그는 이전까지 부산에서만 세 번 총선에 도전했고, 세 번 패했다. 매번 지면서도 선거에 나오는 그를 주위 사람들은 '바보 박재호'라고 불렀다.

19일 만난 남구 선거사무소에서 박재호는 웃고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던 네 번째 도전에서 그는 당선했다. 이제 그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이다. 박 당선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어려운 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아내에게 미안한 '바보' 정치인

당선을 확정 짓던 날 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내였다. 지난해 11월 암을 이겨내지 못했던 아내는 그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박 당선자는 "당선 순간 이 길을 왜 이렇게까지 고집했을까 하는 후회감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성취는 했는데 빈자리는 컸다.

부산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사는 것만큼이나 야당 정치인의 아내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그는 잘 안다. 아내는 생전 그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낼 동안 고정적인 월급이 나왔을 때가 가장 좋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박 당선자 역시 "차 기름 한번 넣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고 말할 만큼 어려운 시절을 겪어야 했다. 아내는 방문 학습지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집사람도 그렇게 됐고 이제 나이도 있는데 60 넘어서까지 도전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내가 47~48% 받으면 다음에 누군가는 한번은 안 되겠느냐는 마음으로 선거하자고 생각했어요. 근데 선거 중반 넘어가면서 사람들을 만나보니깐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이번에는 확실히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선거 막판 그는 대로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유권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것은 반성이기도 했다. 박 당선자는 "힘들 게 사는 주민들을 만나 보니 직업으로 정치하는 사람이란 게 미안했다"고 했다.


"무릎을 꿇는데 진짜 눈물이 나데요. 부인한테 최고로 미안했고, 지역 구민들한테도 미안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서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정치해왔는데, 사람들이 자식들 취업도 안 된다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직업 정치인으로서 너무나 미안하더라고요." 

'바보 노무현'에게 지키고 싶었던 의리


a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당선인(부산)이 14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배우 명계남씨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당선인(부산)이 14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배우 명계남씨를 만나 포옹하고 있다. ⓒ 윤성효


그가 번번이 깨지면서도 선거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박 당선자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소개로 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였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정치를 하겠다던 노 전 대통령의 포부에 박 당선자는 매료됐다.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고 참여정부에서 정무 2비서관으로 일했다. 최연소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도 맡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던지고 부산에 출마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정신이 저랑 맞았어요. 그래서 쉬운 길 갈 수 있는 거 버리고 왔고요. 글쎄요. 노무현 대통령이 안 돌아가셨으면 또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돌아가시면서부터 이 분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승리로 박 당선자는 지역 구도 타파의 희망을 보고 있다. 그것은 노 전 대통령의 꿈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잘해야 한다고도 다짐한다. 박 당선자는 "더민주가 잘한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 너무 못한 걸 국민들이 알았기에 이길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우리 당은 국민의 삶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라도 박재호가 잘했다는 소리 듣고 싶습니다"

a  부산 남구을에서 당선한 박재호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힘들 게 사는 주민들을 만나 보니 직업으로 정치하는 사람이란 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을에서 당선한 박재호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힘들 게 사는 주민들을 만나 보니 직업으로 정치하는 사람이란 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 정민규


그는 국회로 들어가서 공정하고 기회가 살아있는 나라를 그려보고 싶다. 박 당선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가져왔는데, 그 세부적인 법은 하나도 안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박 당선자는 "재벌 일가는 탈세하고도 병원 특실에 머물며 벌을 받지 않는 불합리한 조세 형평성부터 국민의 상식에 맞춰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나 대선 후보는 꼭 이러한 불합리성을 고치겠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구와 부산을 위한 발전 공약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교통이 낙후된 지역을 잇는 지하철 연결선을 추진해 이기대와 신선대, 오륙도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서민들의 주거 여건을 보장하는 정책을 펴려 한다. 부산을 위해서는 가덕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새로운 꿈을 이야기했다. 

"올바른 정치를 하려 합니다. 소신 있는 정치를 할 겁니다. 저한테는 무슨 계파라거나 그런 거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안 되는 공약을 표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도 적성에는 안 맞습니다. 하나라도 박재호가 잘했다는 소리를 국민들께 듣고 싶습니다."
#박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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