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학생인권조례, '고삐 풀린 망아지' 만들까?

검토 완료

송재웅(bangcoor)등록 2016.05.24 14:18
대전학생인권조례를 놓고 '교사권 침해'다, '일탈행동 우려'다, '동성애 조장'이다, '지나친 종교 양심으로 인한 사회갈등초래'다 등등 말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학생 당사자들의 입장 및 목소리는 적다. 여전히 어른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막는 듯한 모습이다.

대전인권사무소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1700여명 대상으로 조사한 학생인권실태조사결과(2015)를 보면, 학생들의 과반수 이상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데 그 인권침해의 내용이라는 것이 의외로 소박하다. 중학생은 두발규제(55.3%)와 강제적 자율학습(32.8%)이, 고등학생은 강제적 자율학습(63.1%)과 두발규제(40.7%)가 순위의 차이만 있을 뿐, 중고등학생 동일하게 인권침해의 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누구나 학창시절 때 두발검사를 받으며 가위나 바리캉으로 선생님께 머리를 잘려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애써 기른 머리가 한 웅큼 잘려나갈 때면 왠지 모를 서러움에 눈물이 질끔 나곤 했다. 가끔 친구들과 야간자율학습을 소위 '땡땡이' 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오다가 선생님께 걸려 벌을 선 기억도 있을 것이다. 운이 없게도 엄한 선생님께 걸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엉덩이에 불이 나기도 했다.
세상에서는 요즘 10-20년의 세월만 지나도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정작 학교 안의 모습은 '동병상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왜일까? 아니, 요즘 학생들의 감수성은 우리 때와 다르게 더욱 빠르게 진화하고 발달되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여전히 보수적인 학교 안의 이러한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더 큰 박탈감과 반항심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여러 보수단체의 반발로 발의가 연기된 대전학생인권조례는 다른 시·도에 비해 비교적 예민한 문제들을 배제한 무난하고, 그런 면에서 다소 '후퇴한 안'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야말로 학생으로서 자신의 감정과 개성을 표현하고 존중받을 최소한의 권리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를 '침소봉대' 격으로 키워서 글 서두에서 다룬 거창한 문제들을 들먹이며 보수단체와 기독교계가 막아서고 있다. 그렇게 막아서는 어른들에게 한 번 묻고 싶다. 그렇게 억압적이고 강압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시절에는 지금 같은 일탈행동이 없었던가? 또 자신의 뜻과 재능과는 상관없이 청춘의 대부분을 학교 교실에서 보내야만 했고, 오직 성적순으로 평가되던 그 때의 기억이 과연 행복했는가?
고삐에 덜 적응된 망아지가 고삐에서 풀리면 잠시는 기뻐 날뛰겠지만, 이내 환경에 적응하고 자기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두발자유화가 되면 당장 머리를 길러도 보고 파마도 해보겠으나, 이내 공부하기에 짧은 머리나 생머리가 편하다고 생각되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미리 채택한 다른 시·도에서 아직 심각한 일탈행동을 찾아볼 수 없음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고삐에 적응된 망아지는 커서도 스스로 그 고삐를 풀지 못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지금의 학생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가장 큰 걱정중 하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더 누군가를 의존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면, 어른들이 쥐고 있는 그 고삐를 이제는 좀 놓아줘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전인권사무소 인권기자단이 운영하는 <충청인권누리>에도 실립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