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산 '큰빗이끼벌레' 공개합니다

[현장] 죽은 물고기, 하루살이... '똥강'으로 변해가는 금강

등록 2016.05.31 19:52수정 2016.05.3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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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후 본 주변에서 관찰되던 큰빗이끼벌레가 지류 하천 입구에서 발견되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서 처음으로 출연했던 큰빗이끼벌레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강물은 탁하고 주변에는 어김없이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며 악취를 풍긴다.

流水不腐(유수불부) 흐르지 않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즉 고인 물은 썩는다. 비단을 풀어 놓은 듯 아름답다는 금강의 명성은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막히고 강의 흐름이 멈추면서 사라졌다. 지금은 물고기 사체만 즐비한 금강을 시민들은 '똥강'이라 부른다.

31일 모니터링을 위해 금강을 찾았다. 공주보 상류는 강물이 탁해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수생식물인 마름과 연이 강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 물이끼가 가득한 시커먼 펄 바닥은 썩어서 공기 방울만 올라오고 있다.

너덧 걸음에 한두 마리 정도로 죽은 물고기도 지천이다. 물속 자갈도 녹색페인트에 칠한 듯 변했다. 죽음 물고기엔 파리만 잔뜩 앉아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날아오른다. 물가에서 썩어가는 물고기는 구더기가 득시글하다. 악취가 심해 두통까지 밀려올 정도다.

본류에서 사라진 이끼벌레 지류하천 부근에 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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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지난해 쌍신공원 인근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밀집 서식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된 군체 중에서는 3m 50cm정도의 크기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지난봄 수초나 나뭇가지 자갈밭에 하나둘 포자를 붙이던 이끼벌레는 탁하고 부유물이 심해서인지 다 떨어져 나가고 보이지 않는다.

국내 유일 태형동물 전공자이자 큰빗이끼벌레의 이름을 붙인 우석대학교 서지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집단 서식하다가 한순간에 사라지면 수질이 4급수로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었다.


우려는 사실로 변했다. 공주보 주변에서 사라진 큰빗이끼벌레가 비교적 맑은 물이 유입되는 지류 하천과 만나는 합수부 지점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됐다(큰빗이끼벌레는 2~3급수 에서 서식하는 걸로 추정된다). 공주시 소학동 혈저천, 무릉천, 석강천, 마암천 등 본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축구공 크기까지 자라고 있었다. 이전에 봤던 것보다 성장 속도도 빠르고 크기도 커진 셈이다. 물속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서식공간이 줄어든 만큼 밀집해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바지 장화를 입고 들어간 물가는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펄층으로 쌓여가고 있었다. 윙윙거리며 물가를 뒤덮고 있는 하루살이가 사람을 향해 날아든다.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의 악취와 하루살이 때문에 쫓겨나듯 나와야 했다. 

"야당이 4대강을 국민의 생명의 강으로 되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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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고기 사체에는 파리만 잔뜩 앉아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 ⓒ 김종술


기자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의 피해나 문제가 본류에 이어서 지류 하천까지 확대되면서 금강의 생태계가 '호수화'가 되고 있다. 생태계의 교란, 하천 구조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단순히 수질악화나 단순 종의 출연으로 보기보다는 금강의 전체적인 구조와 환경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방안과 민관이 함께하는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4대강 검증을 약속했던 박근혜 정권이 검증하지 못했다. 야당이 거대여당과 정부에 의해서 4대강 대책을 세우지 못했는데 이젠 20대 국회가 개원한 만큼, 야당이 4대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돌려야 한다. 국회와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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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자갈은 녹색 페인트를 칠한 듯 녹색으로 변했다. ⓒ 김종술


한편, 큰빗이끼벌레는 1mm 미만의 개충으로 물이 갇혀있는 댐이나 저수지에서 서식한다. 첫 번째 개충은 유성생식으로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서 만들어진다. 수온이 12도 정도 오르면 첫 번째 개충이 (무성생식의 한 가지인) 출아법에 의해 군체를 형성한다. 수온이 떨어지는 겨울 군체가 와해하여 휴면아(휴지아)가 바닥에 가라앉거나 물 위에 떠다니며 월동을 한다. 큰빗이끼벌레는 추위와 염분에도 죽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4대강 사업 #큰빗이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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