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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이대호의 '클라스'

[MLB] 시즌 2번째 2홈런 경기로 한·미·일 통산 330홈런 위업도 달성

16.06.11 16:10최종업데이트16.06.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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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보이'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가 한미일 통합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직 아담 린드와의 경쟁 속에서 주전으로 잡아가는 단계에서 나온 두 자릿수 홈런이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홈런이었다.

이대호는 11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렸던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서 1루수 겸 5번 타자로 출전했다. 그리고 이대호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달궈졌다.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던 이대호는 상대 선발이었던 왼손 투수 데릭 홀랜드를 상대로 풀 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6구 째 들어왔던 시속 148km 짜리 싱커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담장을 넘겨 버렸다(1-0).

이대호의 선제 타점이 있었지만, 레인저스도 만만치 않았다. 3회초 레인저스의 이안 데스몬드가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매리너스의 리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4회말 매리너스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경기 판도는 순식간에 매리너스 쪽으로 기울었다.

4회말 매리너스의 선두 타자 로빈슨 카노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넬슨 크루즈의 안타가 터지면서 무사 1,2루 찬스에서 이대호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대호는 홀랜드가 던진 3구 째 시속 134km 짜리 슬라이더가 또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번에도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이대호의 두 번째 홈런으로 매리너스는 순식간에 점수 차를 4점으로 벌리며(5-1) 크게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대호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한 레인저스의 선발투수 홀랜드는 5이닝 5피안타(3피홈런) 2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95구).

7회초 레인저스가 라이언 루아와 미치 모어랜드의 솔로 홈런으로 2점을 추격했고(5-3), 8회초에도 이안 데스몬드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더 따라 붙었다(5-4). 그러나 매리너스는 8회말 카일 시거의 고의사구와 크리스 아이아네타의 2루타로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레인저스 수비 실책으로 한 점이 추가됐다(6-4). 그리고 세스 스미스의 희생 플라이까지 묶어서 2점을 더 도망가며 승부를 결정지었다(7-4). 레인저스는 9회초 모어랜드가 홈런을 추가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이미 늦었다(7-5).

이 날 매리너스의 선발투수였던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는 홈런 3방으로 3점을 허용하긴 했다. 그러나 다행히 3홈런이 모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맞은 홈런이었고, 이대호의 활약 속에 7이닝 7피안타(3피홈런) 1볼넷 3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93구).

투수 친화적인 세이프코 필드? 이 날만 홈런 7개

매리너스의 홈 구장인 세이프코 필드는 1999년 7월에 개장한 돔 구장이다. 기상 상태에 따라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좌측 담장까지 거리가 101m에 우측 담장이 99m로 극단적으로 당겨 칠 경우 왼손 타자들에게 유리하지만, 좌중간 담장까지의 거리가 115m에 우중간 담장까지가 116m로 나름 좌우 밸런스를 맞췄다.

중앙 담장까지의 거리는 122m이다. 그나마 현재의 담장 거리는 2013년 시즌부터 적용된 거리로, 당시 담장을 앞으로 당기는 공사를 했기 때문에 이 정도였지 그 전에는 홈 플레이트에서 담장까지의 거리가 더 길었다.

이 때문에 세이프코 필드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경기장들 중 가장 투수들에게 친화적인 경기장으로 꼽혔다. 같은 지구의 레인저스 홈 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파크가 우측 외야에 흐르는 제트 기류 때문에 홈런이 많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극과 극의 파크 팩터를 자랑했으나 2013년 시즌 직전의 공사로 그나마 평준화된 경기장이다.

그래도 세이프코 필드는 다른 경기장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투수들에게 친화적인 경기장이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역시 레인저스 시절 세이프코 필드에서 등판했던 경기에서는 레인저스 시절 중 가장 잘 던진 편이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이적 후 10자책 경기가 한 번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레인저스 시절에는 세이프코 필드에서 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 날 경기에서는 이대호의 2홈런을 포함하여 양 팀 도합 홈런이 7개나 나왔다. 이대호 뿐만 아니라 레인저스의 모어랜드도 2홈런 경기를 만들었고, 그 외에 데스몬드, 루아, 시거가 각각 1개 씩의 홈런을 날렸다.

프로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진정한 빅 보이의 '클라스'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이대호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풀 타임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풀 타임을 뛰기 시작한 2004년 20홈런을 날렸던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위업을 달성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소 부진했던(?) 2008년 시즌 18개의 홈런으로 리그 9위에 머무른 시즌과 소프트뱅크 호크스 첫 시즌인 2014년(19홈런)을 제외하면 풀 타임 13년 중 10년은 20홈런을 넘겼다. 2000년대 KBO리그가 투고타저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이대호의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대호가 타격 4관왕을 달성했던 2006년(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에도 이대호의 홈런은 26개였다. 2010년 타격 7관왕(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을 달성했을 때 44홈런 시즌과 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 시절 31개의 홈런을 날렸던 시즌을 제외하고 이대호는 30홈런을 넘긴 시즌이 없었다.

이대호가 30홈런 이상 시즌이 두 시즌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이 때문에 연 평균 홈런에서 20개 이상을 기록했으며, 11일 경기를 통해 한미일 통산 330홈런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대호가 아직 아담 린드와 포지션 경쟁을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전반기에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것이다. 왼손 타자라는 이유로 이대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으며 시즌을 시작했던 린드는 현재까지 47경기에서 155타수 38안타 7홈런 24타점(타율 0.245 OPS 0.691)에 그치고 있다.

이 날 이대호가 시즌 100번째 타수에서 시즌 9호 홈런을 때렸던 점을 감안하면 같은 기회를 줬을 때 이대호가 린드에 비하여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 타자들 중 현재 시점에서 출전 기회가 가장 적은 점을 감안하면(최근 김현수의 출전 기회가 크게 늘어나면서 바뀜) 홈런 효율은 가장 높다.

현재 매리너스의 홈런 1위는 주전 2루수 로빈슨 카노(우투좌타)의 18홈런이다. 이대호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기회에서 109타석에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10홈런으로 이 부문 팀내 4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매리너스의 스캇 '서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연봉이 더 높은 린드에게 아직까지 출전 기회를 상대적으로 많이 부여하는 상식에서 벗어난 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 매리너스는 레인저스에게 3경기차 뒤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리그 와일드 카드 레이스에서는 포스트 시즌 진출 커트 라인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제한된 기회에서도 불방망이를 시전하자 부진한 조이 리카드를 왼손 투수 상대일 때만 출전시키고 김현수를 본격적으로 기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매리너스의 서비스 감독이 언제쯤 이대호에게 린드보다 많은 기회를 주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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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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