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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광대들이 제주에 모였다...위로와 평화 기원의 자리

제주 4.3의 아픔 기억하며 10회 전국 마당극제 열려

16.06.12 11:58최종업데이트16.06.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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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함께사는세상 '간난이' 대구에서 온 '함께하는 세상'의 공연으로 송아지(간난이)의 어미와 할머니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실타레 풀듯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나간다 ⓒ 박진우


전국의 광대들이 제주에서 모여 신명나는 한판을 벌리고 있다. 제주 4․3 희생자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중산간 거친오름앞 마당에서 생명의 호흡을 불어 넣고, 평화의 몸짓을 통해 '4․3과 평화와 인권'을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마당극제가 지난 12일부터 한창이다.

제주 놀이패를 대표하는 '놀이패 한라산(대표 강창훈)'이 주관하는 전국 마당극제가 시작된 지 어느덧 10년. 그동안 제주에서 전국의 광대들이 모여 한마당을 벌리면서 4․3의 아픔을 달래고, 화해를 통해 상생으로 나아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이번에도 많은 광대들이 모여 함께 풀었다.

전국마당극제는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면서 장소가 4․3평화공원으로 변경되어 4․3평화공원이 과거의 위령 추모공간에서 문화 예술공간으로 승화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이번 마당극제를 주관한 놀이패 한라산은 "광대들의 춤사위와 노래와 풍물소리가 땅을 울리고 하늘을 울리고 사람을 울리게 되면 거기에 신인동락(神人同樂)의 축제가 축복처럼 들어선다"면서 "아픔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당당하게 생명의 기운을 함께 만들고 인권의 소중함을 함께 지켜주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준비하였다고 전했다.

이번 마당극제는 (사)한국민족극운동협회, (사)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4․3희생자유족회의 후원 속에 전국 10개 도시 16개 극단이 참가했다.

위로와 평화

▲ 진주 풍류춤연구소의 '까마귀' '까마귀'는 제주의 아픔을 상징하며 진주오광대 춤꾼의 딸(동백)이 제주에 시집을 가면서 그리워하는 딸의 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43의 아픔을 전하고 있다 ⓒ 박진우


첫 날 여는 마당은 '생명 살림굿'으로 온전하게 죽지 못한 영혼들을 불러 들여 생명 살림의 의식을 통하여 열었는데 부산의 춤꾼인 극단 자갈치의 정승천씨와 제주의 놀이패 한라산이 함께 열었다.

개막작으로는 극단 자갈치의 '뒷기미 병신굿'과 놀이패 한라산의 '사월굿 법비'가 개막 공연을 하였으며 노래세상 '원'과 현희순 선생의 판소리 축하 공연도 함께 진행되었다.

둘째 날은 학술 행사와 함께 총 다섯 편의 공연이 있었다. 극단 함께하는 세상(대구)이 발표한 '간난이'는 어느 산골마을의 늙은 암소(간난이)가 스무 번째 송아지 분만을 앞두고 간난이의 삶을 통해 간난이의 주인 할머니의 삶을 실타래 풀듯 하나씩 하나씩 되새김하며 풀어 나간다.

또한 놀이패 새터(통영)의 이강용선생의 통영문둥북춤도 진행됐다. 조상들의 죄로 인해 문둥이가 되었다는 인과응보의 사상을 배경으로 좌절과 절망에서 병마와 천대를 내면의 신념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1인 춤극이다. 이후 이어진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안산)의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도시에서 이웃과 정을 붙이는 노인 부부의 이야기로 슬프면서도 웃음기도 가득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 여상익씨의 '섯알오름의 한' 연극하는 목수 여상익씨가 칠월 칠석날 섯알오름에서 죽어간 양민들의 아픔을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며 죽어간 영령들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 박진우


네 번째 이야기는 제주의 4․3 이야기로 연극하는 목수로 알려진 여상익씨가 섯알오름의 아픔을 현재에서 과거로 돌리며 섯알오름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간 영령들의 아픔을 달래었다.

둘째 날 마지막 공연은 진주 풍류춤연구소의 '까마귀'로 놀이패 출신인 강노인의 딸(동백)이 제주도에 시집을 갔으나 68년 전 제주4․3사건으로 소식이 두절되어 만나지 못하는 딸을 오랜 세월동안 기다리다 지역방송의 피디가 진주오광대를 촬영을 요청해오자 딸(동백)의 유해를 찾는 조건으로 촬영을 하면서 제주43의 고통을 알리는 작품이다.

진주와 제주의 4․3은 직접적 관련이 없으나 진주의 춤꾼의 딸이 제주로의 시집살이와 43을 연결하여 작품이 진행되는데 진주 사람들의 몸에서 제주어와 제주의 춤을 통해 4․3이라는 아픈 역사의 공유를 통해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후손들의 마음을 담았다.

▲ 이강용씨의 '통영문둥북춤' 이강용씨의 북춤은 조상들의 죄로 인해 문둥이가 되었다는 인과응보의 사상을 배경으로 좌절과 절망에서 병마와 천대를 내면의 신념으로 승화 시키는 과정을 온몸으로 이야기한다 ⓒ 박진우


12일인 행사 셋째 날은 대구에서 온 도도연극과 교육연구소의 '마당 깊은 집'과 서울에서 온 남기성씨의 '헛튼 덧배기춤', 대전의 마등극단 좋다의 '심청이 놀부를 만났을 때', 제주에서 왕성한 활동하는 마임극단 동심의 'M&M', 광주에서 온 놀이패 신명의 '꽃같은 시절'이 펼치진다.  

폐막공연으로는 생명평화기원굿으로 '통일비나리'로 3일 동안 거친오름의 들판에서 펼쳐진 생명의 호흡과 평화의 몸짓이 막을 내린다.

마지막 행사로는 제주의 큰 광대로 살다 먼저 간 민족광대 정공철선생을 기리는 '정공철광대상' 시상이다. 4번째 수상자를 찾는 걸로 광대들의 한마당은 막을 내린다.


▲ 제10회 43 평화 인권 전국 마당극제 2016년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제주에서 진행되는 마당극제 ⓒ 박진우



제1회 마당극제 한라산 43 평화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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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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