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의 한 공장에서 파견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선대식
전화통화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흥분 상태인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 했고, "어떤 말씀인지 이해한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전화를 끊으면서 근본적인 의문이 하나 들었다.
'불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떳떳한 걸까.'파견회사는 제조업 공장에 파견노동자를 보낼 수 없다. 일시·간헐적인 사유를 들어 예외적으로 보낼 수 있지만, 파견노동자가 대부분인 이 공장은 이러한 예외에 해당될 수 없다. 불법 파견이다.
그렇다면 그 파견회사 사장은 어찌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을까. 파견법을 위반하면 처벌 받는다. 파견회사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단속에 걸릴지도 모르는데, 두렵지 않았을까. 어쩌면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제조업 불법 파견을 하루아침에 합법으로 바꾸는 파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에 단속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파견업체 사장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파견업체 사장과 통화한 뒤, 내가 일했던 공장 관계자와도 통화했다.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음성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기사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조사를 하면, 파견노동자를 내보낼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파견노동자들은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해요. 기자님 책임이에요."나 때문에 파견노동자가 해고될 수 있단다. 파견법은 불법파견으로 일하는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파견법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무시하는 걸까.
얼마 전 만난 한 파견노동자가 내게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단속해도, 회사는 파견노동자에게 '정규직 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류에 서명할 것을 강요해요. 파견노동자들은 서명할 수밖에 없어요."어쩌면, 내가 파견법의 무력함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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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어긴 사장 "월 700만원 벌어 어떻게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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