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백인 사회의 뒷모습)

15년간의 시드니 택시 기사의 경험으로 본 문화인류학적 관찰 기록

검토 완료

지성수(sydney)등록 2016.06.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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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침내, 기어코, 결국은 호주 생활 20년의 결산이랄 수 있는 시드니 택시 기사의 이야기가 출판되고 말았다. 지난 15년간 시드니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보다도 이 책 한 권을 쓰기 위하여 더 많은 생각을 했었다. 글은 진작 써 놓았었지만 나로서는 그동안 써오던 종교서적이 아닌 일반서적을 출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딴지일보에 연재했는데 '생각비행'이라는 출판사에서 글의 내용을 보고 출판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생각비행이라는 출판사는 차를 타고 지상을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구름 위를 비행하는 젊지도 않은 사람 3 명이 운영하는 출판사이었다. 3 인은 아직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생계를 해결하지 못하면서도 좋은 책을 내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써서 그 동안 50여 종의 책을 낸 참으로 걱정이 많이 되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나는 그들이 내 책을 내겠다고 할 때 반갑기는 했지만 도대체 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자본주의 정글에서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살아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었다. 그래서 우선 책이 출판되면 웬만큼 팔려서 출판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앞섰다.
책을 내는 모든 저자들은 자기가 쓴 책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법이지만 이번에 출판하는 내 책은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같은 내용을 쓴 사람이 없는 책일 것이다.
한 마디로 나는 이 책에서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백인 사회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가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한국 사회를 혐오하고 백인 사회를 동경하는 이들이 많다. 구조적으로만 보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TV에서 호주 정치 뉴스를 보다가 한국의 민주주의의 현실을 생각하면 저절로 한숨이 나오고 아프리카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인간 개인으로 들어가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 영국에서 8년간 유학을 하고 온 사람이 자기는 알면 알수록 백인들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서 공감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로 외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인에 비해서 백인들에게 항상 점수를 더 주는 사람도 있다. 이런 현상은 물론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던 그 근거가 무엇일가 하는 것을 따져 본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에 대한 삐딱한 내 시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제목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보통 민감한 일이 아니었다. 토론 끝에 제목을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백인 사회의 뒷모습)이라고 정했다.

나는 이 책을 출판하면서 내 아들들에게도 돈을 안 받고 거저 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의 15년 동안의 노동과 땀과 고민 속에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책을 안 읽는 시대라서 광고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팔리지 않는 시대이다. 그러나 아무쪼록 이 책이 십대 시절 입소문만으로 귀하게(?) 읽히던 '벌레 먹은 장미'처럼 입소문을 타서 많이 익힐 수 있기를, 하나님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웬만하면 기도를 안 하는데 기도 좀 해야겠다.

책 사진 생각 보다 멋 있는 표지 디자인 ⓒ 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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