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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중은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TV리뷰] 첫 회부터 구멍 노출한 <원티드>, 앞으로가 험난해 보인다

16.06.23 18:22최종업데이트16.06.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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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에서 주연을 맡은 김아중. 장르물에서 연기력을 인정 받아 왔지만, 이번만큼은 다소 힘에 겨워 보인다. ⓒ SBS


김아중과 엄태웅 주연의 <원티드>의 첫 번째 방송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제공)로 삼사 드라마 중 꼴찌로 출발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반등 가능성인데, 애석하게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일단 '장르물'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발목을 잡는다. <시그널>처럼 완벽함에 가까운 스토리와 몰입감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일단 <원티드>는 그런 정도의 희열을 주기 힘들어 보인다.

<시그널>의 시청률이 치솟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재한(조진웅 분) 형사의 생사에 관한 궁금증이 극 전반을 지배하는 가운데,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괴사건, 살인사건, 성폭행 사건 등 각각의 에피소드 기승전결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간 유입 시청자들도 새로운 사건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힘든 장르물의 '정답'에 가까운 답안지를 제시한 것이었다.

부진한 스타트, 반등 기회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원티드>는 이야기 자체가 '아이의 유괴'라는 하나의 사건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왜 아이가 유괴되었으며 그 사이에 무슨 사건이 얽혀있는지'를 풀어나가는 구조다. 그 사이에 충격적인 반전이나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터져 나올 수는 있겠지만, 유괴된 아이를 찾는다는 하나의 목표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처음 유입된 시청자들이 아이를 찾는다는 공통된 목표에 동화되지 않는다면 중간 유입이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야기 구조에서 <원티드>만의 색깔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고작 첫 회가 방영되었을 뿐이지만, <원티드>는 수애가 주연한 영화 <심야의 FM>이나 이보영이 출연한 드라마 <신의 선물 14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아이가 유괴되고, 그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라는 설정이 겹치면서 전체적으로 유사한 스토리 전개가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첫 회 시청률이 낮게 나온 건 분명 악재이다.

<원티드> 1회는 또한 전체적인 연출에서 다소 아쉬운 느낌을 자아냈다. 아들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지나치게 침착하고 태연한 주변인들의 모습은 드라마의 긴박감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아들을 잃어버린 당사자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감정에 동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극 전반적인 긴장감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태도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나치게 메말라 있었다.

또한, 아이가 납치된 상황에서 대본을 주고 방송을 강요하며,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범인은 방송 관계자와 연관이 있는 사람일 확률이 상당히 높지 않은가? 그런데 아무도 그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판타지지만 그 판타지를 설명하기 위한 포석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설정 자체는 판타지일 수 있어도 이야기에 몰입이 되기 위해서는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설득이 필요하다. 인과관계와 상황이 제대로 설명되어서 드라마를 현실처럼 생동감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에 구멍이 많을수록, 시청자들이 공감하기는 힘들어진다.

'절박함'의 표현력이 다소 아쉬운 김아중

김아중은 <싸인> <펀치> 등을 통해 장르물에 수차례 출연한 여배우다. 그동안 연기력을 인정받은 만큼 <원티드>에서의 연기 역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이를 잃어 가슴 절절한 모성을 표현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아이를 잃은 상황 속에서 이성적일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김아중의 연기가 2% 부족했다. 대본대로 감정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절절한 심정으로 아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만큼의 감정의 '폭발'이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아들을 살리기 위해 찾아간 PD 신동욱(엄태웅 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이 그렇다. 에너지로 감정을 분출해야 시청자들이 동화될 수 있는데 이 장면에서 여전히 김아중은 여배우로서 울고 있었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감정이 시청자에게까지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 연기자의 역할이다. 절제된 표현을 하더라도 그 감정을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김아중이 모성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드러냈는지 의문이다.

물론 이는 연출의 문제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전제적으로 긴박하기보다는 평이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시청자들이 완벽하게 몰입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아직 첫 회지만 <원티드>는 장르물이라는 한계와 극 중 구멍들을 노출하며 꽤 아쉬운 출발을 하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티드 김아중 엄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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