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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릭>이 던진 돌직구, 제구는 잘 됐을까

[미리보는 영화] 진실 왜곡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분노의 시선

16.07.10 10:51최종업데이트16.07.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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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릭>의 포스터. <트릭>은 '리얼'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진짜'를 찾아 나선다. ⓒ 스톰픽쳐스코리아


누군가의 일거수일투족이 돈벌이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지극히 사적 영역의 것들이 전파를 타면서 불특정 다수들이 향유한다. 각종 먹방, 육아 예능 등에 공통으로 붙는 수식어는 바로 '리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든 페이크 다큐 등 대부분 현실감을 밑밥으로 깔고 오락적 요소를 넣는 게 요즘 방송 콘텐츠들이다.

다큐멘터리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방송되는 몇몇 다큐멘터리는 일부 예능 혹은 교양 요소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장르 구분이 모호할 때도 있다. 영화 <트릭>이 그린 이야기가 바로 이 자극적 콘텐츠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습들이다.

죽이 맞았다

다큐멘터리는 어디까지 사실을 보여주고, 어디까지 거짓을 보여주는가. 진실에는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 스톰픽쳐스코리아


인기 다큐멘터리 PD로 정점을 찍고 '쓰레기 만두 파동' 보도 이후 추락해버린 석진(이정진 분)은 <병상일기>라는 새로운 다큐멘터리로 재기를 노린다. 시한부 환자의 일상을 날 것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하며 공감을 사는 야심 찬 기획. 치료비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말기 폐암 환자 도진(김태훈 분)과 그 아내 영애(강예원 분)가 순순히 응했다. 자신들의 사생활을 전국에 공개하는 대가로 상당한 출연료를 받기 시작한다.

꾸준한 시청률 상승에 주변 반응도 좋지만 정작 이 부부는 행복하지 않다. 당연한 순서다. 자연스러운 일상이 없어진 이 부부는 서로를 의심하며 갈등한다. 석진이 이를 적절하게 이용한다. 영애에겐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나?"라 하고 도진에겐 "아내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설득하면서.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그걸 이뤄야 하는 방법은 같다. 영화는 비극적 인생을 사는 부부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언론인의 욕망을 비판하는 것처럼 흐름을 이끌다가 또 다른 방향으로 사건을 뒤튼다. <트릭> 자체가 강력한 반전을 내세우진 않지만 적어도 일차원적으로 감상할 작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부분이다.

시한부 환자 다큐멘터리, 쓰레기 만두 파동 등 모두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와 사건이다. 이 때문에 원작이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수 창작 시나리오다. 연출을 맡은 이창렬 감독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조작인지 진실인지 의심하는 요즘 언론에 대한 영화"라면서 "방송이라면, 뉴스라면 무조건 믿고 보는 문화를 비판하면서 시청자 자신도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동시에 될 수 있다고 본다"는 연출의 변을 밝힌 바 있다.

진짜 가해자들

만듦새 자체만 놓고 본다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만큼 매우 탄탄한 편은 아니다. 어찌 보면 순진해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 주요 반전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플래시백(과거 사건의 나열) 또한 다소 길게 등장하기에 치밀한 구성을 즐기는 관객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주요 캐릭터만 놓고 보면 기대감이 완벽하게 충족될 수 없기에 오히려 부수적 인물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면 철저히 자기 욕망을 좇는 석진 같은 인물이 아니라 그의 동료로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 그리고 도진에게 접근하는 또 다른 여성 희경(이희진 분) 등 말이다.

<트릭>이 의도했는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평범한 사람을 대표하는 이 캐릭터들이 사실 진짜 가해자는 아닐지 생각하게 한다. 나쁜 일이고 도의가 아님을 알고도 암묵적으로 따르고 침묵한 이들이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 하에 스스로 양심의 소리에 귀를 닫은 결과로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은 조작 방송이 탄생하게 된다.

조작 방송, 조작된 프로그램만 탓할 일이 아니다. 난 이 일과 상관없다며 팔짱을 낀 채 지켜보기만 한 주변인들, 불특정 다수의 무관심이 오히려 더 큰 비극은 아닐까. 분명한 건 <트릭>은 직구를 그것도 매우 정직하게 던졌다. 관객은 과연 흔쾌히 이 공을 받아칠 것인가. 아니면 거를 것인가. 한쪽은 이미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됐다.

오마이스타's 한줄평 : 지금 이 시대에 충분히 유효한 문제 제기. 세련미가 더 있었다면!

평점 : ★★☆ (2.5/5)

영화 <트릭> 관련 정보
감독 : 이창열
출연 : 이정진, 강예원, 김태훈 등
제공 : 스톰픽쳐스코리아
제작 : 엘씨오픽쳐스
배급 : 이수C&E, 스톰픽쳐스코리아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94분
개봉 : 2016년 7월 13일 


트릭 강예원 김태훈 이정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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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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