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뛰쳐나왔냐고? 새 도구로 새 언어 만들고 싶어"

[e사람] 세 남자의 발칙한 상상, 기존 미디어를 깬 그들만의 실험은 성공할까

등록 2016.07.12 20:32수정 2016.07.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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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우콘텐츠공작소 (왼쪽 부터) 이다일 기자, 김흥식 기자, 조창현 기자.
바우콘텐츠공작소 (왼쪽 부터) 이다일 기자, 김흥식 기자, 조창현 기자. 이희훈

여기 남자 셋이 있다. 그것도 연식(?)이 어느 정도 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연식은 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머리와 가슴은 여느 20대 못지않다. 이들이 한데 뭉쳤다. 지난 4월 1일 바우콘텐츠공작소(www.bowmedia.co.kr)라는 이름으로. 서울 마포구 동네 속 조그만 사무실을 연지 석 달이 지났다. 100여 일이 되어갈 즈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 1일 오후 갑작스러운 장맛비가 쏟아졌다. 서울 광화문에서 마포로 넘어가는 길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기자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예정된 약속 시각보다 30여 분이나 늦었다. 빗속을 뚫고 사무실 문을 조심히 열었다. 분위기는 다른 언론사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쪽에 쌓여있는 책이나 자료, 책상 위 컴퓨터들…. 또 한쪽엔 방송 스튜디오에서나 있을법한 이동식 조명장치와 롤 스크린 등….

그리고 일주일을 마무리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그들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사무실 외벽 모서리에선 빗물이 새기도 했다. 조그마한 양동이가 빗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김흥식 기자가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나중에 이런 모습조차도 그리워할 날이 올지 모른다"고….

그는 이들 셋 중에 가장 연식이 오래된(?) 선임이다. 지방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 서울로 올라와 자동차 분야만 25년째 파고 있는 베테랑이다. 지난 2012년부터 인터넷 자동차전문지 오토헤럴드(www.autohearld.co.kr)를 도맡아 운영해 왔다. 이젠 바우콘텐츠공작소도 또 하나의 일터가 됐다. 옆에 있던 조창현 기자가 한마디 거들었다. "바우콘텐츠 사이트 로고 등은 김 선배의 딸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만든 것"이라고 했다.

4말 5초 세 남자는 왜 모였을까

 바우콘텐츠공작소 김흥식 기자
바우콘텐츠공작소 김흥식 기자 이희훈

조 기자 역시 기자 생활만 20년이 훌쩍 넘었다. <동아일보>에서 글을 써왔고, 올해까지만 해도 동아닷컴에서 취재 영역을 총괄해 온 그 였다. 그는 기자와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사무실에 앉아 (올라오는 글들을) 데스킹하는 것보다 여기가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영락없는 '기자'였다. 지난봄, 나름 안정적인 거대 언론사를 뛰쳐나왔을 때,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 아니면 결단을 내리기 어려울 거 같았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이들 선배와 함께 엮인 이다일 기자. 이들 셋 중에 막내지만, 그 역시 어느새 중견기자(?)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다.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인터넷판에서 여러 분야의 기사를 써왔고, 주로 자동차 분야와 관련된 취재를 해왔다. 올해 초까지 자동차 전문지에서 일하다가, 선배들의 꾀임에 못 이긴척하고 손발을 담갔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선배들도 따라가지 못한다. 단순 글쓰기를 넘어 소리와 영상을 통한 새로운 글쓰기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 사이트 문을 연 지 만 석 달이 된 것 같다.
김흥식(이하 김) "벌써 그렇게 됐다. 좀 다르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포털사이트 위주의 기존 경로 방식도 깨보고 싶었고…. 4월 1일부터 시작했으니까, 이제 곧 100일 돼 간다. 아직 베타버전이다. "

- 해보니까 어떤가. 계획대로 돼 가나.
조창현(이하 조) "속도가 그리 나는 편은 아니다. 속도의 문제일 뿐, 우리가 애초 생각했던 시도는 계속하고 있다. 신생 미디어로서 독자와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시간도 필요하다. 결국엔 자본과 사람이다.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만도 아닌 것 같다."


- 지금 보니까, 세 명 이외 식구들이 더 늘었다.
"최근에 사람을 보강했다. 좀 젊은(?) 신입 기자도 충원했고, 방송 피디 출신도 합류했다. 단순 기사 이외 여러 현장을 직접 영상에 담거나, 리뷰 등을 제작하는 인력이다. 차츰 모양새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아직 월급이 밀리거나 그런 적은 없다. (웃음)"

아직 초기지만 주변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다. 물론 시장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미디어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대형 언론사들도 하나같이 살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조 기자의 말대로 이미 자본과 사람을 갖춘 미디어와 경쟁 자체가 되질 않는다. 그들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됐다.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동안 다른 언어로 말해왔다, 이젠 독자에게 맞는 언어 쓸 것"

 바우콘텐츠공작소 조창현 기자
바우콘텐츠공작소 조창현 기자 이희훈

조 기자는 "여러가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있고, 이미 실험중인 것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옆에 있던 막내 이다일 기자가 받았다. "언어가 다른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 언어가 다르다?
이다일(이하 이): "그동안 젊은이들이 소비하는 언어와 기존 미디어가 생산하는 언어가 달랐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언어를 일치시켜 보려 한다."

- 어떻게 일치 시킬수 있을까.
이: "(곧장) 그들이 쓰는 언어를 쓰면 된다. (웃음) 물론 우리도 기존 기사형식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어떤 것은 소리 한번으로, 영상 한컷으로 전달하면 되는 것들이 있다.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소리로 할 것은 소리로, 영상으로 할것은 영상으로, 가상현실(VR)로 할것은 VR로..."

실제 이 기자는 그 실험의 한복판에 서 있다. 기사 뿐 아니라 사진과 영상, 이젠 드론까지 준비를 마쳤다. 특히 지난 북경모터쇼에선 360도 사진을 통해 현장감 있고 새로운 기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페이스북을 보다보면 '화면을 움직여보세요'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을 종종 볼수 있다. 그것은 360도 사진을 보라는 뜻이다.

이 사진은 찍히는 곳 뿐 아니라 찍는 곳 등 카메라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전경을 볼수 있게 해준다. 그는 "(360도 사진은) 지난번 강남역 추모 집회나 각종 추모글이 담긴 현장이나 서울광장의 대규모 집회, 모터쇼와 같은 대형 전시행사 등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도구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현실(VR)은 한 발 더 들어간다. 얼굴에 별도의 장비를 쓰면, 자신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눈을 돌리는 방향에 따라 모든 방향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 기자는 "지금 VR 이야기가 막 나오는데, 대체로 기술적인 고민만 있다"면서 "문제는 어떤 것을 담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자 셋의 수다는 어느새 진지 모드로 향하고 있었다. 기자가 '이렇게 해서 언제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고 되묻자, 김흥식 기자가 곧장 답한다. "지금 당장 어떤 수익을 생각하고 벌인 일이 아니다"라고. 그는 "지금은 독자들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독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우리만의 언어로 그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과의 수다는 금세 한 시간을 훌쩍 넘었다. 창문 밖으로 들려오는 빗줄기는 더 거세졌다. 이야기 화제를 잠깐 돌렸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현대자동차의 투싼 내수와 수출모델 간 범퍼 차별 의혹에 대한 이야기다.

- 현대차의 내수와 수출용에 대한 차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 "폭스바겐 사태에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이지만, 요즘 보면 '무서운' 소비자보단 '억울한' 소비자만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는 식이다. 차분하게 현상을 제대로 짚어보는 것보다 일단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쉽게 배출해 버린다. 그래놓고, 실제 소비행태는 또 다르다."

현대차 투싼 차별 논란과 우리의 불편한 시선들

 바우콘텐츠공작소 이다일 기자
바우콘텐츠공작소 이다일 기자 이희훈

: "현대차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업보(業報)가 아닐까. 그동안 소비자의 신뢰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투싼 범퍼 차별 논란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것과 국내 투싼 범퍼와 분명 차이가 있지 않나. 예를 들어 같은 핫도그를 파는데, 미국사람 것엔 케첩을 뿌려주는데, 우리 것에는 그냥 핫도그를 판다면, 먹는 사람 입장에선 '차별'이라고 느낄 것 아닌가."

- 현대차 쪽에선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안전성 등에선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차별'은 전혀 없다는 것인데. 언뜻 작년에 쏘나타의 미국 생산차와 내수용 차의 충돌실험이 생각날 정도다.
: "아마 (현대차가) 쏘나타와 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충돌실험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논란에서 핵심은 과연 미국 투싼 범퍼에 붙어있는 부분이 충돌 안전성 등급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작용하느냐의 여부다. 이번 미국 실험에서 투싼처럼 범퍼 확장이 들어가 있는 차량이 또 있었다. 일본 차인 스바루의 포레스코였다. 결과는 투싼이 양호(Good) 등급을 받았지만 포레스토는 미흡(Marginal) 등급이었다. 나쁨(Poor) 등급 바로 위다."

김 기자는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테스트에 나온 차량 모두 운전석 안전에선 G 등급을 받았다"면서 "투싼과 포레스토를 뺀 나머지 차량(범퍼 확장이 들어가 있지 않은 차량) 3대도 G 등급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논란이 되는 범퍼 확장 부분이 정작 운전석 안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좀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 영상을 보시라).



옆에 있던 이다일 기자의 목소리도 어느새 올라가 있었다. 그의 이야기다.

"지금 현대차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을 보면, '정말 우리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들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어요. 국내 소비자들의 현대차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런 불신을 이용한 선정적인 기사들이 이어지고, 반론과 재반박 기사 등은 어느새 본질과 관계없는 쪽으로 흘러가 버려요. 정말 그런 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독일 차 베엠베(BMW)는 팔려선 안 되죠. BMW도 충돌테스트에서 P등급 받은 차량 많죠. 그런데 사람들은 'BMW니까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는 식으로 넘어가죠."

이들과의 수다는 사무실 근처 선술집에서도 계속됐다. '4말5초(40대 말 50대 초)'에 정글 같은 미디어 판에 다시 뛰어든 그들이다. 물론 쉽지 않다. 그들 스스로 말했듯이, 새로운 시도가 언제 제대로 꽃을 피울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조창현 기자는 "이런 고민 자체가 즐거운 고민"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김흥식 기자는 "지금 당장 매출과 이익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정말 재밌게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세 남자의 발칙한(?) 상상은 그렇게 현실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장대 같은 장맛비는 여전하다.

 바우콘텐츠공작소 (왼쪽 두번째 부터) 이다일 기자, 김흥식 기자, 조창현 기자와 직원들.
바우콘텐츠공작소 (왼쪽 두번째 부터) 이다일 기자, 김흥식 기자, 조창현 기자와 직원들. 이희훈

#김흥식 #조창현 #이다일 #바우미디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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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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