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담은 두견주 한 잔

[인터뷰] 두견주 제조 전수자 최우순씨

등록 2016.08.16 19:17수정 2016.08.1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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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주 전수생 최우순 씨 ⓒ 한수미


따스한 봄이 찾아올 때면 친구들과 함께 뒷동산에 오르곤 했다. 연분홍 흐드러진 진달래꽃 사이에 앉아 포대에 꽃잎을 하나씩 담다 보면 어느새 포대가 진달래 꽃으로 가득찼다. 이 꽃은 곧 두견주가 됐다. 두견주가 빚어질 때면 누룩향과 진달래향이 한데 어우러져 집안을 가득 메우곤 했다.


두견주는 국가문화재지정 전통 민속주로 중요무형문화제 제86-2호로 지정됐다. 당진의 대표적인 명주(名酒)인 두견주는 1986년 11월 문화재청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생산을 시작했으나 2001년 기능보유자였던 박승규씨가 사망하면서 한동안 생산이 중단됐다. 이후 2003년부터 면천두견주 재생산을 위해 학술 용역을 거친 뒤 두견주 제조자인 8가족을 선발해 두견주보존회를 만들고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면천 두견주는 삼웅리에서 유기농으로 생산되는 쌀을 사용하며 면천 일원에서 직접 딴 진달래 혹은 대호지면에서 공수해 온 우리 지역 진달래만을 사용한다. 3개월 동안 밑술과 덧술을 정성스럽게 만들면 18%의 두견주가 완성된다.

두견주는 맛이 깔끔하고 은은한 진달래향이 담겨 있어 두견주를 맛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게 된다. 두견주는 진해작용과 신경통, 부인 냉증, 류마티즘 등에 효과가 있다. 또 진달래의 아지라인 성분에 의해 항산화 효과는 물론 유기산, 각종 비타민, 미네랄 등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혈액순환 촉진과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전수생 가운데 술을 잘 빚기로 소문난 최우순(73)씨는 동네에 큰 잔치가 있을 때면 바빴다. 그가 빚는 술맛이 좋았기 때문에 잔치가 있으면 이웃들은 그를 불렀다. 시동생들이 결혼할 때면 항상 그가 두견주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그가 두견주를 빚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40년이 넘었다. 2007년 전수자를 선정할 당시에도 67세로 적지 않은 나이였다. 그는 "두견주를 살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늦은 나이에 전수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며 "두견주는 면천에서만 날 수 있는 술로 그 명맥을 이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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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주 제조 과정 ⓒ 한수미


과거 면천의 봄은 진달래로 가득한 동네였다. 낮은 동산이 많아 곳곳에 진달래 나무가 많았다. 이후 시대가 변화하면서 장작불을 떼는 집이 없어지고, 산에 나무가 무성해지면서 진달래나무가 더 이상 자라기 어려워졌다. 현재 두견주보존회가 계속해서 진달래 나무를 식재해 오고 있지만 그 전만큼 많지 않은 실정이다. 최씨는 "옛날 면천은 온통 진달래로 가득한 동네였다"며 "지금은 진달래가 많이 죽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의 아들 김현길씨는 두견주보존회장을 맡고 있다. 어머니와 아들이 모두 두견주와 평생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은 어렸을 때 종종 어머니가 두견주를 빚는 것을 보곤 했다. 고두밥을 짓거나 찹쌀을 빻을 때면 어머니가 대단해 보였다. 때로는 그가 직접 술 빚는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하지만 술이 다 빚어 졌을 때 어머니는 김 회장이 술 곁에는 가지도 못하게 했다. 김 회장은 "그 당시에는 부정탈까 봐 술이 다 만들어지면 함부로 술을 맛보거나 만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길씨는 제2대 보존회장을 맡아 두견주의 명맥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오는 10월 경 성하리에 지어질 두견주전수관에는 제조장과 홍보관·보존회 사무실 등 조성될 예정이어서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이들은 전수관 건립을 계기로 두견주 보존 및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전국에 술을 배우고 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동호회가 많다"며 "전수관을 통해 두견주를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견주 전설

두견주는 서기 918년 왕건과 더불어 고려의 건국에 공을 세운 개국공신으로 홍유, 배현경, 신숭겸, 복지겸이 있다. 그 중 복지겸이 원인 모를 중병으로 면천에 와서 휴양할 때 제조됐다고 전해진다.

설화에 따르면 "면천에 있는 동안 복지겸의 병세가 날로 악화되고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시 열일곱 살이던 그의 딸 영랑이 아미산에 올라가서 지극한 정성으로 백일기도를 드렸다. 그 기도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에 꿈에 신령으로부터 두견주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신령의 계시인 즉, "부친(복지겸)의 병을 고치려면 면천면 소재 아미산에 만개한 두견화(진달래꽃)의 꽃잎과 찹쌀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현 면천초등학교 뒤에 위치)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령은 "술 빚은 지 백일이 지난 다음에 부친에게 이를 마시게 하고 뜰에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어 정성을 드려야 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후 복지겸의 딸 영랑이 신령의 계시대로 진달래 꽃 술을 정성껏 빚어 복지겸의 병을 고치게 됐다고 하는데, 바로 이 술이 두견주 탄생의 유래다. 따라서 면천 두견주는 '지극한 효성으로 빚어서 아버지의 생명을 구한 술'이라는 명약주로 알려지게 됐다.


※이 기사는 당진시대가 시작하는 영상 사업인 <영상으로 만다는 당진 장인> 편과 함께 취재했습니다. 영상은 이후 당진시대 홈페이지 및 충남방송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당진시대 한수미 기자
#두견주 #당진 #면천 #장인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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