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에 일본 나무를 다 자르겠다고?

인위적인 벌목보다는 생태적 환경 고려해 정리해야

등록 2016.09.02 10:55수정 2016.09.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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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 연구소와 함께 지난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동안 백두대간중 태백산부터 소백산까지 생태 탐사를 하였습니다. 탐사 내용을 생태적 측면에서 초본과 목본, 관리적 측면에서 실태 현황, 인문학적 관점에서 태택산과 소백산을 나누어 총 5회에 걸쳐 싣고자 합니다. - 기자 말

한민족을 기상을 대변하는 소나무. 그래서인지 속리산의 정이품송을 비롯해 30여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다. 그중에 금강산만큼이나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금강송.

나무가 좋아 왕실이나 양반, 전통가옥을 건축할 때 주재료로 사용하였고, 건축 시마다 목재로 사용하다 보니 서울 주변의 금강소나무는 일찌감치 다 벌목이 되고 백두대간의 나무들만 남았다 한다.

백두대간의 금강소나무 중 한강 수계와 연결되는 지역의 소나무는 대부분 벌목되어 사용되었고, 한강으로 운반이 불가능한 울진이나 봉화지역은 생명을 부지하여 살아남았다.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시절 영주와 봉화, 태백을 연결하는 철도가 놓이면서 영동선 춘양역에 모아 두기만 하면 철마가 와서 전국으로 나간 춘양목 금강송은 1981년에 유전자보호림으로, 1985년에는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태백산 천제단에서 시작한 목본 조사 중 간간이 눈에 띄었던 금강소나무는 곰넘이재에서 구룡산 정상의 주변에는 금강송을 벌목해 실어 나르기 위해 능선을 따라 길을 낸 흔적과 함께 오래 된 산판 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산판 길 흔적이 보이는 곳 주변에는 아쉽게도 금강송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 시절 벌채된 소나무들은 그 높이가 40미터가 넘고, 그루터기가 넓어 작업하는 인부들 십여 명 이상이 올라앉아 밥을 먹었다고 하니 백두대간을 따라 생태계의 보고가 엄청나게 훼손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백두대간 주변의 금강송들을 문화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목재 생산림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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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중 태백산에서 자라고 있는 금강송 청주충복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 연구소가 주최한 7박 8일의 생태탐사중 태백산 마루금에 자라고 있는 금강소나무 군락 ⓒ 박진우


아홉 마리 용이 산정을 향해 꿈틀거리며 거칠게 용트림을 하는 것 같은 구룡산에서부터 도래기재 방향을 탐사하는데 거친 숨을 내쉬어야 했다. 그만큼 산세가 험하여 탐사단을 힘들게 하였는데 금강송이 군락을 이뤄 하늘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솟아올라 당당한 위엄을 내 뿜고 있었다.


특히 아름드리 금강송들이 군락을 지어 도열해 있는 모습은 바라볼수록 기상이 느껴졌다. 피톤치드는 지쳐 있는 탐사단에게 기운을 듬뿍 넣어 주었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해주었다. 하지만 마루금의 금강송들이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했는지 아름드리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해발 1345m의 구룡산 일대의 임도는 1980년 중반까지 산불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방화선 역할을 하며 아직도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금강송이 없는 지역인 재나 령 주변에는 잎갈나무가 군락을 이루었는데 한국에서 자생한 나무가 아니라 수입하여 식재한 일본잎갈나무라고 한다. 특히 이 일본산 잎갈나무는 낙엽송으로 우리나라의 잎갈나무와 구분하기 위하여 '일본잎갈나무'와 '잎갈나무'로 구분하는데 우리의 잎갈나무는 대부분 북한에 있에서 국내에는 식재하지 못하여 품종이 거의 없다고 하였다.

일본 제국주의 강점시기에 태백산 일대의 탄광을 개발하면서 토종수목인 금강송이 부족하자 성장 속도가 빠른 갱목용인 잎갈나무를 식재하였고, 60~70년대 나무 심기가 한참일 때도 구입이 수월한 일본잎갈나무를 심어서 이제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이 일본잎갈나무로 뎦여 있다고 한다.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잎갈나무가 다른 토종나무들과 이질감을 자아내고, 다른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을 배출하는 타감작용이 심하여 키가 작은 토종수목들이 자라지 못한다는 이유로 내년부터 2021년까지 45억 원을 들여 태백산내 임야에 일본산 잎갈나무를 베어내고 토종수목을 심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짧게는 50여년, 길게는 100년을 우리 강산에 살면서 적응을 하는데 인위적인 벌목보다는 생태적 환경을 고려하여 용도에 맞게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잎갈나무는 아름드리로 자라는 큰 나무로 하늘을 꾹꾹 찌르는 키가 큰, 쭉 뻗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성장의 빠름이 4~50년이면 더디기 시작하기에 이에 맞춰 벌목 등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추진이 되길 기대해 본다.

탐사단 일행 중 한 명이 일본잎갈나무 외에 우리의 잎갈나무는 1910년대에 광릉수목원 안에 30여 그루가 심어져서 100년이 된 우리의 잎갈나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도래기재에서 마루금을 따라 옥돌봉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560년이나 된 고령의 철쭉이 한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었다.

1960년대 경제림 중심으로 나무를 심을 때 경제적 가치가 없는 나무라 하여 대대적인 벌목이 있었으나 다행히 살아남아 의연하게 서 있었다. 철쭉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라는 특징처럼 고령의 보호수도 높이 5m에 둘레가 105cm 정도로 자라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됨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보호수의 주소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소의 입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짐) 산1-1번지라는 상징적 주소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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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태백산 도래기재에서 옥돌봉 마루금에 있는 560년된 철쪽 청주충복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 연구소 주최한 7박 8일의 생태 탐사에서 보호종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퇴고령 철쭉 ⓒ 박진우


560년 된 철쭉나무의 주변이나 탐사 구간의 마루금을 걷는 동안 철쭉 숲이 여러 곳이 있었고 100년이 훨씬 넘을 것 같은 철쭉들이 탐방객들의 손과 발에 의해 쓰러지고 밟히며 죽어가고 있는 현장이 종종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태백산은 그간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다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한다고 하니 상춘객들에 의해 나무들이 죽어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태백산과 소백산 구간에는 나무 껍질인 수피가 종잇장처럼 벗겨지는 나무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이 나무들은 잎이 어긋나기로 자라는 공통점도 있는데 거제수, 박달, 자작, 사스래, 개박달, 물박달 등의 나무들이 가끔씩 나타났다. 항일 투쟁기시절 독립군들이 종이를 구입하기가 어려울 때 종이 대신 서신 전달용으로 이 나무의 수피에 글을 써서 항일 투쟁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혼자 해보았다.

박달나무는 병사들의 각종 무기를 만들 때 사용하였고, 포졸들의 육모방망이, 수레바퀴 살, 정구공이, 홍두깨 등 많은 용도로 사용되어 큰 박달나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옛날부터 단단하고, 힘이 센 것을 상징할 때 박달나무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박달나무는 갈잎나무로 우리나라 산하에 잘 자라지만 소금에 약하여 바닷가에는 만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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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마루금에 있는 거제수 나무 청주충복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 연구소가 주최한 7박 8일의 생태 탐사중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서식하는 거제수나무. 나무껍질인 수피가 종이처점 벗겨지는 특징이 있다 ⓒ 박진우


거제수나무는 북한에서는 물자작나무라고 부르며 산허리 3~7부능선 사이에 자라며, 사스레나무는 8부능선에 자라고 있었다. 나무 껍질인 수피의 색을 보면 자작나무는 백색에 가깝고, 거제수나무는 황단목이라는 이름에 맞게 황색 빛이, 물박달나무과 개박달나무는 회색, 사스레나무는 회갈색, 박달나무는 암회색에 가까운 색상을 보여준다.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의 산하를 붉게 물들이는 대표 식물인 당단풍나무는 나뭇잎의 결각이 9~11개로 나누어져 있고 좁은단풍, 왕단풍, 털참단풍, 산단풍, 아기단풍, 섬단풍 등이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목본인 관목인 미나리아재비과인데도 초본 같은 병조희풀이 입을 오므려 수줍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우리나라 깊은 산에 자라는 나무로 해발 1000m까지 자라다보니 불리는 이름도 선목단풀, 담색조희풀, 동의목단풀, 동희조희풀, 만사조, 병모란풀, 어리목단풀, 어리조희풀, 자지조희풀, 만사초 등 다양하게 불리는데 대부분 초본 이름을 의미하는 풀이라고 하고 있다. 키 작은 것도 서러운데 이름까지 이리 불리니 얼마나 섭섭할까!

마을과 인접한 능선에는 상춘객을 부르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춘객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굴(터널)을 이루었고, 줄기의 골속이 국수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국수나무, 싸리나무, 신갈나무, 노린재나무 등은 군락을 이뤄 성장하고 있었다.

탐사 기간에 백두대간 주변에는 정책적으로 유실수를 심은 곳들이 있었는데 잣나무는 20년이 지나면 솔방울처럼 잣방울이 자라는데 잣나무 군락지에는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부부인 듯한 사람들이 잣나무의 열매를 따서 마대에 담고 농업용 트럭에 실고 있었다.

산중턱과 중턱 위에는 굴참나무, 쪽동백나무, 전나무, 밤나무, 고로쇠나무, 생강나무, 층층나무, 개벚지나무, 물푸레나무, 산겨릅나무, 청시닥나무, 피나무, 부케곷나무, 함박꽃나무, 개암나무, 개옻나무, 느릅나무 등이 서식하고 있었으며, 정상부에는 분비나무, 주목, 구상나무 등  천연 침엽수림군이 서식하고 있었는데 전체 탐사 구간에 약 80여중의 목본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태백산 천제단과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1440미터) 주변에는 고산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주목이 '살아천년 죽어 천년'의 모습으로 역사를 담고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기후변화와 바람 등의 영향인지 키 작은 나무들이 상대적으로 두꺼운 잎을 하여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상부에는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으로 나무들의 성장을 막아 초지화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겨울이었다면 탐방객들이 칼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한여름의 산행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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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태백산 정상 능선에 있는 주목과 철쭉 군락 청주충복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 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마루금에 서식하는 주목과 철쭉 ⓒ 박진우


옥돌봉과 선달산 사이 고갯마루에는 고려 때 거란군을 물리친 박달령에는 산령각이 있었는데 1960년대 불어 닥친 미신 타파 사업의 철거 바람에도 '박달령성황신위'를 잘 모셔져 주민들과 탐방객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어서인지 선달산 가는 길에 마루금 옆으로 보기 어려운 정사목이 떡 하니 자리를 잡아서 탐방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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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마루금의 정사목 청주충복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 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박달령에서 산달산 구간 마루금애 있는 정사목은 1,000년엔 한 번 정도 나온다 한다 ⓒ 박진우


탐사 길을 가다 보면 햇살이 잘 드는 곳에서 탐사단을 가로막은 나무 중 하나가 전국의 숲 속에 흔히 자라는 노박덩굴과인 미역줄나무이다. 지방어(사투리)인 메역줄나무나 노방구덤불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탐사 기간 동안 탐사단의 얼굴을 사정 없이 때리며 탐사를 방해하였다.

이번 탐사기간동안 산림청에서 제작한 숲 안내판이 마루금 주변에 설치하여 일반 탐방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는데 미역줄나무를 초본층나무로 분류하여 설명하거나 철쭉터널 군락지인데도 진달래군락지로 설명하고 있어 보다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탐사에서 목본반을 이끌며 조사를 지휘하였던 박현수씨는 "태백산과 소백산 구간은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아고산지대로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특이한 식물들이 자리 잡아 살아가고 있어 생태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가치가 높은 곳으로 백두대간 생태탐사를 통해 생태의 변화 관찰과 서식지 교란 여부를 지속해서 확인하며 보존"해야 한다며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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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생태 탐사에서 목본을 조사중인 반원들 청주충복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 연구소가 주최한 7박 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에서 목본을 조사하는 조사반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념 촬영 왼쩍부터 박경자, 지영, 이하은, 박현수, 김윤수씨. ⓒ 박진우


태백산에서 소백산까지의 목본은 일본잎갈나무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외래종이 없이 우리의 종들로 잘 자라고 있었으며, 헬기장과 상춘객들에 의해 훼손된 지역들은 복원 사업과 생태계 변화에 대한 정기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움을 더했다. 그럼에도 태백산 지역의 일본잎갈나무에 대한 대대벅인 벌목 계획은 전문가와 백두대간과 관련된 환경단체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추진되었으면 한다.
#백두대간 #생태탐사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태백산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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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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