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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점 대 방어율에 40세이브 브리튼, 사이영상 가능할까

[MLB] 사이 영 상을 받은 역대 마무리투수들

16.09.05 14:00최종업데이트16.09.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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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소속 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팀 동료인 마무리투수 잭 브리튼이 시즌 막판까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브리튼은 9월 4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렸던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40번째 세이브를 성공시켰다.

이날 경기까지 브리튼은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부문 1위를 굳게 지켰다. 내셔널리그까지 양대 리그를 통틀어 40세이브를 달성한 선수는 브리튼과 저이스 파밀리아(뉴욕 메츠) 그리고 켄리 잰슨(로스앤젤레스 다저스)까지 3명뿐이다.

이들 중 브리튼의 성적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시즌 평균 자책점이 0점대이기 때문이다. 브리튼은 이 날까지 58경기에 등판하여 40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다. 시즌 2승 1패 40세이브에 평균 자책점 0.65로 마무리투수들 중 유일하게 0점 대 ERA를 기록하고 있다.

배팅볼 선발에서 특급 마무리로 변신 성공한 브리튼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무리 투수 잭 브리튼. ⓒ 볼티모어 오리올스


1987년 12월 22일 캘리포니아 주 태생이었던 브리튼은 2006 드래프트에서 오리올스에 3라운드 85순번으로 지명됐다. 이후 브리튼은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으며, 2011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로 2013년까지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선발투수로서의 브리튼은 위력적이지 못했다. 지극히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에서 팀 동료들은 매년 팀 홈런 상위권에 드는 등 개인 성적에서 큰 이득을 보았지만, 그와 반대로 투수들에게는 지옥의 구장이나 다름없었다.

기나긴 마이너리그 수련 과정을 거친 브리튼은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던 2011년 28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54.1이닝 11승 11패 평균 자책점 4.61을 기록했다. 홈구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비교적 발 버텼던 브리튼은 그러나 2012년 11경기 선발(1구원)에서 5승 3패 5.07에 그쳤다.

브리튼은 2007년 싱글A 시절 투수코치에게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을 전수 받았다. 브리튼의 커터는 마리아노 리베라(은퇴)나 잰슨이 던지는 커터와는 또 달랐다. 브리튼이 커터 그립을 잡고 공을 던지면 일반적인 커터의 궤적과 정 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워낙 무브먼트가 특이했기에, 브리튼의 커터는 별다른 교정 없이 메이저리그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브리튼은 이 독특한 커터를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제구에 애를 먹었고, 2011년과 2012년에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사라지는 유망주가 될 뻔 했다.

그러나 브리튼은 기어이 커터의 영점을 잡는 데 성공했다. 2014년부터 풀타임 구원투수로 전향한 그는 71경기를 모두 구원으로 등판했는데, 그 중 41번의 세이브 기회를 얻어 37번을 성공시켰다. 리베라와 잰슨에 이은 또 다른 커터 클로저의 등장이었다.

마무리 첫 시즌에 37세이브(4블론) ERA 1.65를 기록한 브리튼은 2015년에도 40번의 세이브 기회 중 36번을 성공시키는 동안 1.92의 압도적인 ERA를 기록했다. 평범한 배팅볼 투수에서 특급 마무리로 변신에 성공한 브리튼은 그리고 2016년에 0점 대 ERA를 기록하는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마무리투수로 사이 영 상 받은 이들

이 쯤 되면서 브리튼은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 후보로 심상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1이닝 전문 마무리 역할이 분담된 시기는 1990년대로,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 영 상 수상자들 중에 마무리투수로 수상했던 선수는 현재까지 2명뿐이다.

첫 번째 마무리투수 사이 영 위너는 사실상 최초의 1이닝 전문 마무리투수였던 데니스 에커슬리였다. 본래 에커슬리도 선발투수로서 150승 이상을 기록했던 에이스급 투수였으나 나이가 들면서 부상으로 체력이 떨어졌다.

그러자 당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감독이었던 토니 라 루사(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CBO)는 불펜으로 전환하여 위력적인 구위를 되찾아가던 에커슬리에게 처음으로 9회에만 등판하는 1이닝 마무리 역할을 맡겼고, 이 선택은 탁월한 결과를 가져왔다.

에커슬리는 1988년에 45세이브를 성공시키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투수로 정착했다. 이후 1990년에 48세이브에 0.61의 ERA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1992년 에커슬리는 만 37세의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51세이브를 성공시키며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과 MVP를 독식했다.

단일 시즌 20승과 50세이브를 모두 한 차례 이상 성공한 에커슬리는 은퇴 이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이후 이 기록은 존 스몰츠가 한 번 더 성공했고, 스몰츠는 선발 200승과 마무리 150세이브 그리고 3000탈삼진까지 동시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스몰츠 역시 1996년에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지만, 스몰츠의 사이 영 상은 마무리투수가 아닌 선발투수로 받은 상이었다. 스몰츠는 에커슬리처럼 나이가 들어서 마무리투수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2000년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회복 차원에서2004년까지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뒤 선발로 복귀한 사례다.

역사상 두 번째 사이 영 상을 수상한 마무리투수는 2003년 에릭 가니에(당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였다. 가니에 역시 선수 생활 초반에는 평범한 선발투수였으나 마무리투수로 전환한 2002년에 52세이브를 성공시키며 이전 마무리였던 제프 쇼를 밀어내고 새로운 마무리로 군림했다.

가니에는 2003년 55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키며 1.20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또한 2003년 시즌 전후로 2002년부터 2004년깢지 무려 84번의 세이브 기회를 연속으로 성공하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 정점이었던 2003년에 가니에는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가니에는 2005년부터 부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2007년 후반기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특급 마무리가 아닌 특급 방화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2007년 겨울 미첼 리포트에서 약물 복용 사실까지 적발되면서 이후 가니에는 메이저리그에 다시 나타나지 못했다.

선발투수와 경쟁하는 핸디캡

하지만 1이닝 전문 마무리투수가 등장한 이래 에커슬리와 가니에를 제외하고 사이 영 상을 수상한 마무리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역사상 최초로 600세이브를 달성한 트레버 호프먼이나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리베라도 사이 영 상을 수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6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투수였던 조나단 파펠본은 본격적으로 풀 타임 마무리를 맡았던 첫 해에 41번의 세이브 기회 중 35번을 성공, 0.92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레드삭스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06년 시즌 막판에 파펠본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는데, 이 때 레드삭스는 어린 마무리투수를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 파펠본의 시즌을 일찍 끝냈다. 이 때문에 파펠본은 0점 대 ERA와 40세이브를 동시 기록하는 데 실패했고, 이 해의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은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요한 산타나에게 돌아갔다(당시 산타나는 1위 표를 싹쓸이했다).

2003년 가니에 이후 세이브 성공률 100%로 40세이브를 달성한 선수는 브래드 릿지였다. 종으로 떨어지는 고속 슬라이더가 주 무기였던 릿지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절이었던 2005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에서 월드 시리즈 진출까지 스트라이크 카운트 하나 만을 남겨두고 알버트 푸홀스(현 LA 에인절스)에게 통한의 스리런 홈런을 맞고 방화범이 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이후 릿지는 한동안 마무리투수로서 낙제점을 받았다. 바로 이어졌던 2005년 월드 시리즈 2차전에서는 2005 정규 시즌 홈런이 하나도 없었던 스캇 포세드닉에게 홈런을 맞고 패하기도 했으며,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월드 챔피언이 확정되었던 4차전에서도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릿지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던 2008년 다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줬다. 41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고, 평균 자책점 1.95를 기록했다. 그리고 소속 팀 필리스를 월드 챔피언으로 이끌면서 큰 경기에서 약했던 3년 전 모습까지 떨쳐내고 내셔널리그 재기 선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8의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수상자는 18승 5패 평균 자책점 2.62에 265탈삼진을 기록했던 팀 린스컴(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었다. 당시 린스컴은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사이 영 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소속 팀을 월드 챔피언으로 이끄는 등 3년 동안 전성기를 달렸다.

이후 2011년 아메리칸리그에서 호세 발베르데(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49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키는 위력적인 시즌을 보냈다. 다만 발베르데는 시즌 평균 자책점이 2.24였는데, 그 이유가 세이브 상황일 경우 0.55로 아주 위력적이었지만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 5.79로 두들겨 맞았던 탓이었다.

이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발베르데는 201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 투표에서 1뤼표를 받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포스트 시즌에서도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의 모습만 연출되는 바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2011년 양대 리그 사이 영 상 수상자는 각각의 리그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던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차지였다.

에이스들의 성적 평준화, 마무리투수들에게 악재?

물론 사이 영 상은 선발투수나 구원투수를 가리지 않고 한 시즌 동안 리그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보인 투수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하지만 투구 이닝이나 다승, 탈삼진 등 많이 던져야 얻을 수 있는 기록 부문에서 세이브 상황에만 등판하여 1이닝을 던지는 마무리투수들은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최강의 마무리였던 크레이그 킴브렐이나 최근 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하고 있는 잰슨이나 마크 멜란슨(워싱턴 내셔널스) 등도 사이 영 상 투표에 올라오기는 했다. 하지만 역시 누적 기록에서 밀리면서 1위에 오른 적은 없었다. 물론 내셔널리그에서는 커쇼라는 독보적 존재 때문에 사이 영 상 수상이 더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마무리투수의 사이 영 상 수상 가능성이 꽤 높아진 상황이다. 다승과 평균 자책점, 이닝 그리고 탈삼진 등 누적 기록 부문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발투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브리튼이 속한 아메리칸리그에서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마이클 펄머(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다른 선발투수들에 비해 등판 횟수가 적어(22회) 10승 6패에 그치고 있다. 다승 1위 릭 포셀로(보스턴 레드삭스)는 18승 3패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닝이 179.2이닝으로 그닥 압도적이지 못하며 탈삼진도 152개에 평균 자책점 3.26 정도이다.

이닝 부문 1위인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 레드삭스)는 평균 자책점이 3.92로 상당히 높다. 탈삼진 부문 1위 크리스 아처(탬파베이 레이스)는 소속 팀이 워낙 시즌을 망친 바람에 8승 17패로 다승 1위는커녕 최다패 부문 1위다.

이렇게 선발투수들이 이점을 가진 각 종목에서 타이틀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제각기 분산되는 바람에 브리튼의 수상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세이브 성공률 100%는 아니지만, 50세이브에 0점 대 평균 자책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경우 수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내셔널리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독보적이던 에이스 커쇼가 허리 디스크로 후반기에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는 바람에 역시 각 부문 타이틀 선수들이 제각기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내셔널리그 평균 자책점 1위는 13승 7패를 기록하고 있는 카일 헨드릭스(시카고 컵스)이며, 다승 1위는 작년 수상자였던 제이크 아리에타(컵스 16승 6패 2.84)이다. 이닝 부문에서는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4승 8패 2.51 193.2이닝)가, 탈삼진 부문에서는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 15승 7패 2.89 190이닝 238탈삼진)가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내셔널리그에서는 1점 대 ERA를 찍고 있던 커쇼가 부상으로 이탈한 시점까지만 해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의 수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스트라스버그는 전반기 16경기까지만 해도 12승 무패 평균 자책점 2.62에 132탈삼진으로 무패 행진을 벌이며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가 후반기 7경기에서 3승 4패 6.28로 무너졌고, 부상으로 인하여 부상자 명단까지 다녀와 이닝이 줄어드는 등 강점 요소가 크게 사라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내셔널리그 역시 45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파밀리아나 40세이브 1.85를 기록하고 있는 잰슨 그리고 38세이브에 1.28 ERA를 기록하고 있는 멜란슨 등도 사이 영 상 수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비록 선발투수들의 부문별 타이틀 수성자가 나뉘어서 어떤 선수가 사이 영 상을 수상할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마무리투수들의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투수들 중 20승 투수가 나온다면 상대적으로 그 선수에게 1위표가 많이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적어도 아메리칸리그에서 브리튼이 50세이브 이상을 0점 대 평균 자책점으로 달성할 경우 아메리칸리그에서의 마무리투수 수상은 노려볼 수 있다. 마무리투수로의 보직 변경을 통해 제 2의 선수 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브리튼이 어떠한 성적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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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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