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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다는 것일까

[리뷰] <고산자 대동여지도>(강우석 감독, 2016)

16.09.23 20:12최종업데이트16.09.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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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개봉한 <고산자, 대동여지도>(강우석 감독, 2016)가 약 90만 명 관객을 동원하고, 현재 예매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녔던 고산자 김정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인 출신으로서 과학자다운 면모를 보였던 김정호. 그의 이야기는 영화의 소재로서 안성맞춤이다.

▲ 영화 스틸컷. 김정호는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아름답다. ⓒ CJ E&M


강우석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3년만에 돌아왔으나,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김정호 역을 맡은 차승원의 연기나 흥선대원군을 맡아 카리스마를 보여준 유준상은 연기의 측면에서 훌륭하다. 바우 역을 맡은 김인권이나 신원 역을 맡은 공형진 등등의 조연도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진 풍경들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뭔가 심심하고 영화의 맥이 중구난방이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질문 '대동여지도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없다. 대동여지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모르겠는데, 이 지도의 중요성을 알고 흥선대원군부터 비변사 김좌근까지 달려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광화문 앞에 펼쳐진 대동여지도를 보고 흥선대원권은 감명까지 받았다. 그런 대동여지도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없다.

강 감독은 영화 내내 보이는 모습이 지도 제작 과정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목판본을 깎는 모습이나 지도를 그리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들은 지도를 만드는 일반적인 모습뿐이고, 고산자 김정호가 보물처럼 숨겨둔 대동여지도의 목판본의 탄생 비화는 아니다.

대동여지도의 탄생 비화 드러냈어야 

'고산자'라는 뜻은 옛 산에 기대어 살고 싶은 꿈이 있어 붙인 호이다. 산을 좋아하고, 산을 품고 싶어 전국의 산을 돌아다닌 김정호이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김정호의 내면과 지도 제작 과정을 파헤쳐 보았으면 어땠을까? <대동여지도> 이전에 김정호는 <청구도>를 완성한다. <청구도>를 보완하기 위해 필생을 바쳐 완성한 게 바로 <대동여지도>이다. 그런데 영화는 고산자의 가장 핵심적인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영화 스틸컷.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 것만으로 영화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핵심적인 질문 "대동여지도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에 대한 과정이 영화엔 없다. ⓒ CJ E&M


영화는 박범신의 <고산자>(문학동네, 2009)를 원작으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풍성한 내용을 담고자 욕심(?)을 냈을 것이다. 원작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태도는 높이 살만하나, 영화에선 왜 천주교도 학대 사건이 갑자기 흘러가는지 맥락을 잡을 수 없었다. 차라리 원작의 모티브만 차용하고 새로운 전개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삼시세끼를 잘 만든다고 농치는 고산자가 아니라, 그 당시 문인들과 교류하며 인문지리학의 지평을 열고자한 열정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의 면모가 아쉽다

우리나라 사극하면 반드시 정치적 문제와 결부된다. 역사라는 것이 정치사와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지도를 만드는 과학적인 소재를 끌어들인다면 그 사실들에 좀 더 주목했어야 한다. 정치사는 결국, 들끓는 한의 정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역시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어버린 김정호와 민중들의 한으로 귀결됐다.

영화 초반부에 잘못된 지도 때문에 산꼭대기에서 방황하고, 끝내 목숨을 잃고 마는 김정호의 아버지와 일행의 장면이 나온다. 김정호가 왜 지도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로 인해 그가 어떠한 배경에서 '대동여지도'까지 이르게 되었는지가 정말 궁금하다. 역사학자 이이화 씨에 따르면, 김정호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영화적 상상력은 이러한 지점을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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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 과학 및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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