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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수 해에 믿고 보는 에이스, 범가너의 귀환

[MLB 포스트시즌] PS 통산 3번째 완봉승, 범가너의 또 다른 도전

16.10.06 18:02최종업데이트16.10.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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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012년 그리고 2014년에 이어 또 짝수 해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 3번의 짝수 해에 모두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또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그 포스트 시즌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자이언츠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였다.

6일(아래 한국 시각) 미국 뉴욕 주 뉴욕 플러싱 시티 필드에서 열렸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뉴욕 메츠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는 그야말로 두 에이스의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었다. 두 선발투수 노아 신더가드와 범가너는 내일이 없는 단판 승부에서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며 절대 물러날 수 없음을 공으로 보여줬다.

7회까지의 임팩트만 보면 신더가드가 위력적이었다. 1992년생의 젊은 에이스 신더가드는 2회부터 3회까지 4타자 연속 삼진을 포함하여 첫 3이닝 퍼펙트로 경기를 시작했다. 신더가드는 큰 위기 없이 7이닝 2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투구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108구).

보통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에다가 두 자릿수 탈삼진을 잡은 에이스라면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의 피칭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으니, 하필이면 상대 투수가 포스트 시즌에 더욱 강해지는 슈퍼 에이스 범가너였던 것이다.

투구수에 한계가 온 신더가드는 두 번째 투수인 애디슨 리드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7회까지 투구 수가 신더가드보다 적었던 범가너 역시 7회까지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범가너는 3회까지 단 21구밖에 던지지 않았다. 신더가드가 8회 초에 나오지 않았지만, 범가너가 8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르면서 사실상 선발 맞대결은 범가너의 판정승이 되었다.

8회 말까지 이어지던 0의 균형은 9회 초 자이언츠의 코너 길라스피가 스리런 홈런을 날리면서 한 방에 깨졌다. 보통 9회에 리드가 왔으니 자이언츠의 마무리투수 세르지오 로모가 나올 법도 했지만, 적어도 범가너의 경기에서는 마무리투수가 필요 없었다. 9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범가너는 자신이 시작한 경기를 스스로 끝내면서 포스트 시즌 통산 3번째 완봉승을 만들었다.

여름에 지쳤던 캘리포니아 거인들, 가을만큼은 다르다

사실 자이언츠는 이번 포스트 시즌이 와일드카드로는 3번째 진출한 포스트 시즌이었다. 첫 번째 와일드카드 획득은 2002년으로 당시 홈런왕 배리 본즈를 앞세워 월드 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와 맞붙었던 월드 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와일드카드 팀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고, 7차전 혈투 끝에 에인절스가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자이언츠는 2010년과 2012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뒤 포스트 시즌에 참가하여 월드 챔피언까지 올랐다. 뉴욕 자이언츠 시절 이후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던 자이언츠는 연고지 이전 후 2010년에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을 차지했다.

2014년에는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와일드카드 2위를 차지하며 간신히 포스트 시즌 커트 라인에 턱걸이할 수 있었다. 본래 디비전 챔피언들이 월드 챔피언이 되기까지 필요한 승수는 11승이었는데, 2012년에 와일드카드가 확대되면서 와일드카드 팀들은 월드 챔피언이 되기까지 12승이 필요했다.

그러나 2014년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 시즌을 시작했던 자이언츠는 그 누구보다 강했다. 자이언츠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일드카드 1위), 워싱턴 내셔널스(내셔널리그 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디비전 시리즈에서 다저스에 승리) 그리고 캔자스시티 로열스(아메리칸리그 챔피언)까지 차례로 꺾고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사실 올해도 자이언츠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전반기에 57승 33패를 거두며 승패 마진 +24까지 갔던 자이언츠는 그러나 후반기에 30승 42패로 승률을 갉아먹었다(최종 87승 75패 승패 마진 +12). 리그 1위는 시카고 컵스에 내줬고(103승 1무 58패), 서부지구 1위도 다저스에 내줬다.

전반기에 워낙 많은 승리를 쌓아놓아서 그랬지, 사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포스트 시즌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에이스 범가너도 전반기 19경기에서 10승 4패 평균 자책점 1.94로 사이 영 상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후반기 15경기에서 5승 5패 3.80에 그쳤다.

하지만 그런데도 자이언츠는 "짝수 해" 가을 야구에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결승 홈런을 기록한 1987년생의 길라스피는 본래 자이언츠 출신이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해 2013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처음으로 풀 타임 기회를 얻었던 선수였다.

묻힐 뻔했던 기회를 살린 길라스피는 올 시즌 자이언츠로 돌아와서 생애 첫 포스트 시즌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첫 포스트 시즌에서 자신의 이름을 깊이 각인시키는 결승 홈런을 날리며 꼭 필요했던 1승에 기여했다.

지면 "내일이 없는 경기"에서 더욱 강했던 자이언츠

자이언츠가 짝수 해 포스트 시즌에서 특히 강했던 지표는 또 있다. 그 날 경기를 지면 시리즈 전체를 패하게 되는 일리미네이션 게임을 쉽게 말해서 KBO리그의 김성근 감독(한화 이글스)이 정규 시즌에서도 강조하던 "내일이 없는 경기"라고 하는데, 자이언츠는 포스트 시즌에서 바로 이 "내일이 없는 경기"에서 현재 9연승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기적은 2012년 포스트 시즌부터 시작됐다. 당시 2012년은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도입된 첫해로, 일정이 급하게 편성되느라 디비전 시리즈가 예년과 다른 일정으로 치러졌다. 평소 디비전 시리즈는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팀이 1,2,5차전의 3경기를 치르고, 2차전과 3차전 사이 그리고 4차전과 5차전 사이 하루의 이동일이 주어지는 총 7일의 일정이었다.

그러나 2012년의 디비전 시리즈는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팀이 3차전부터 5차전까지의 경기를 3일 연속으로 치르는 일정으로 진행되어 총 6일로 진행됐다. 그리고 홈 어드밴티지가 없었던 자이언츠는 1차전과 2차전을 먼저 홈에서 치르게 됐다. 그런데 자이언츠는 여기서 처음 2경기를 지면서 싹쓸이의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여기서 기적은 시작됐다. 자이언츠는 신시내티 레즈의 홈 경기장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에서 열린 원정 3경기를 모두 이기는 저력을 선보이며 리버스 스윕을 완성했다. 자이언츠는 2010년에는 에이스였으나 당시에는 부진했던 팀 린스컴을 선발이 아닌 필승 조로 활용하여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12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자이언츠는 "가을 좀비"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카디널스를 만났다. 여기서도 자이언츠는 4차전까지 1승 3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여기서 자이언츠는 1승 3패 뒤 3연승을 거두며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다.

2014년은 아예 단판 승부인 와일드카드 시리즈 자체가 내일이 없는 게임이었다. 이 경기에서도 승리한 자이언츠는 월드 시리즈 6차전에서 로열스에게 패하며 다시 내일이 없는 상황을 맞이했지만, 5차전 완봉승 투수 범가너가 이틀만 쉬고 7차전에서 5회부터 경기를 마무리한 덕분에 이 부문 8연승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다시 범가너가 완봉승을 거두며 일리미네이션 게임 9연승 기록이 이어졌다.

포스트 시즌에서만큼은 믿고 보는 에이스 범가너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자이언츠의 에이스 범가너는 후반기에 들어와서 다소 부진했다. 이에 그동안 많이 던졌던 후유증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로 범가너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14년 정규 시즌 33경기 선발 등판(4 완투)에 217.1이닝을 던졌고, 그 해 포스트 시즌에서도 무려 7경기에 등판(2 완투)하여 52.2이닝을 던졌다.

2014년 경기만 합해서 40경기 270이닝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실제로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까지 많이 던졌던 에이스가 그 후유증으로 이듬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선수들도 몇 있었기에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올해 범가너는 정규 시즌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팀이 후반기에 워낙 부진해서 15승에 그쳤지만, 커리어 최다인 34경기에 선발로 등판했고, 역시 가장 많은 226.2이닝을 던졌다. 탈삼진에서도 커리어 최다인 251개를 잡아내며 이 부문 리그 3위에 올랐다(1위 맥스 슈어저 284, 2위 호세 페르난데스 253). 평균 자책점도 2.74로 풀 타임 중 가장 낮았다.

하지만 범가너는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시기가 하필이면 같은 왼손 투수에다 같은 지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라이벌 팀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사이 영 상 3회, 정규 시즌 커리어 265경기 126승 60패 2.37)로 인하여 다소 묻히는 감이 있었다. 적어도 정규 시즌에서는 그랬다(범가너 정규 시즌 커리어 217경기 100승 67패 2.99).

물론 올해에는 커쇼가 허리 디스크 증세로 인하여 중간에 2개월 이상 자리를 비웠다. 그래서 커쇼는 위력적인 투구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에는 규정 이닝 미달로 타이틀을 가져갈 수 없다. 그러나 범가너는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의 지원 부족으로 20승 도전에 실패했고, 탈삼진 타이틀도 슈어저에게 밀렸다.

하지만 범가너가 커쇼나 슈어저 등에 비해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포스트 시즌이었다. 포스트 시즌 통산 14경기 선발 등판 경력(2 구원)을 가진 범가너는 지난해까지 포스트 시즌에서 7승 3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14를 기록하고 있었다.

같은 기간 커쇼는 포스트 시즌에서 10선발(3 구원) 2승 6패 평균 자책점 4.59에 그쳤다. 물론 커쇼의 포스트 시즌 성적이 유독 카디널스를 상대로만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6.14였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본 점도 있고, 2015년 포스트 시즌에서 뉴욕 메츠를 상대로 어느 정도 만회를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커쇼와 범가너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경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올 시즌 커쇼가 아직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커쇼는 8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 예정), 범가너는 자신의 포스트 시즌 기록을 커쇼가 더욱 따라오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날 범가너는 통산 3번째 포스트 시즌 완봉승으로 조시 베켓 등과 함께 이 부문 역대 공동 2위에 올랐다(1위 크리스티 매튜슨 4회).

또한 범가너는 포스트 시즌에서 통산 6번째 무실점 경기를 만들었다. 이 부문에서도 범가너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톰 글래빈의 뒤를 이어 타이기록을 만들었다. 1989년생으로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만 27세 범가너가 포스트 시즌 무실점 경기 횟수와 완봉승 횟수에서 각각 기록을 깰 가능성은 매우 높다.

범가너는 포스트 시즌 23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과 함께 통산 포스트 시즌 원정 경기 성적도 53.2이닝 0.50이라는 초특급 성적을 내고 있다. 이날 완봉승으로 범가너는 포스트 시즌 통산 8승 3패 1세이브에 평균 자책점 1.94를 기록, 통산 포스트 시즌 평균 자책점을 1점대로 끌어 내렸다.

이날 부로 조시 베켓의 포스트 시즌 7승(통산 7승 3패 3.07)을 뛰어넘은 범가너는 올 시즌 포스트 시즌 통산 두 자리 승수에도 도전할 전망이다. 등판 간격 때문에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1경기밖에 나서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그러나 범가너가 월드 시리즈까지 범가너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모두 이긴다면 최소 5승은 더 추가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이 부문에서 크리스 카펜터(10승)와 로저 클레먼스(12승)도 뛰어넘을 수 있다.

역대 포스트 시즌 최다승 2위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존 스몰츠의 15승이고, 역대 1위는 앤디 페티트의 19승이다. 두 선수는 각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포스트 시즌을 거의 매년 겪었던 선수들이었고, 큰 경기에도 강한 선수들이었다.

두 선수보다 임팩트가 강한 범가너가 짝수 해에만 포스트 시즌에 꾸준히 진출한다 해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기록들이다. 게다가 다음 포스트 시즌 상대는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려는 리그 1위 시카고 컵스로, 존 레스터와 카일 헨드릭스, 제이크 아리에타 그리고 존 래키 등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선발 투수들이 즐비하다.

이에 맞서는 자이언츠도 비록 범가너가 3차전은 되어야 나설 수 있지만, 쟈니 쿠에토, 맷 무어, 제프 사마자 등이 대기하고 있어서 보기 드문 세기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짝수 해 포스트 시즌에서는 확실하게 믿고 보는 에이스 범가너가 포스트 시즌의 화려한 기록을 어디까지 써 내려 갈지 앞으로의 시리즈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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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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