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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이탈리아와 무승부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해외축구] 로페테기 스페인 국가대표 감독, 이탈리아와 경기를 통해 변화의 확신을 얻다

16.10.07 15:25최종업데이트16.10.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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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성을 더한 스페인. ⓒ 스페인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홀렌 로페테기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 대표팀이 까다로운 이탈리아 원정을 떠나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75%의 볼 점유율, 6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동안 하나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는 등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비톨로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중반 이후 이탈리아의 반격에 기세를 내주는 상황에서 다니엘레 데 로시에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비톨로에 결정적인 추가 골 기회가 있었고 경기 내내 우세한 경기를 펼치면서도 무승부를 기록한 건 아쉽다고 할 수 있지만 로페테기 감독의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경기를 통해 자신이 스페인 대표팀에 불어 넣은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로페테기 감독도 경기 후 TVE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기를 전반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반이 좋았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승리할 만한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경기에 만족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스페인의 4-3-3에 직선과 활동력 가미하다

이탈리아를 압도한 스페인의 선발 라인업. ⓒ 이종현


스페인은 '유로 2008, 2012' '2010 남아공 월드컵' 연속 3개의 메이저 대회를 들어 올리는 신화를 썼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에 이은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스페인의 재능을 모나지 않게 묶어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세월이 흘렀고 스페인의 황금세대들도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로 2016'에서의 실패로 수장 델 보스케 감독 떠나고 로페테기 감독이 부임했다.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을 맡아왔던 로페테기 감독 역시 큰 틀에서 변화를 주지 않았다. 기존 스페인식 축구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유지하면서 공격에 다양성과 역동성을 불어 넣어줄 수 선수를 통해 떨어졌던 팀의 스피드를 끌어올 리는 데 주력했다.

이탈리아와 펼친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 G조 2경기에선 로페테기 감독이 원하는 방향대로 경기가 이뤄졌다. 스페인은 중원에 그간 고민이었던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짝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전성시대를 써가고 있는 코케를 기용하며 밸런스를 맞췄다.

부스케츠가 백포 앞에서 조율사 역할을 하면 코케가 공수를 오가며 연결고리 역할과 저지선 임무를 수행했다. 이니에스타는 코케의 체력과 수비력을 믿고 전보다 편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재능을 뽐냈다. 챠비 에르난데스가 은퇴한 이후 풀리지 않았던 중원 구성의 문제에 실마리를 찾았다. 스페인의 중원은 이탈리아의 미드필더를 상대로 압도적인 능력을 보였다. 스페인은 전반 403개의 패스에 성공하며 7개의 슈팅을 만들 동안 이탈리아는 154개의 패스를 시도했을 뿐 슈팅 하나 하지 못했다.

공격에서도 역동성을 살아났다. 과거 로페테기 감독은 부임 이후 첫 소집에서 공격수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를 여섯 명 소집하면서 "우리의 경기 스타일은 유지할 것이지만, 상대방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며 다양한 선수를 선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속도가 느린 이탈리아 수비를 고려해 전방 스리톱에 빠르기와 공간 활용도가 좋은 다비드 실바와 비톨로를 측면에 배치하고 최전방에 디에고 코스타를 기용하면서 전방의 기동력을 살렸다. 비톨로는 빠른 발을 통해 직선적인 움직임을 수차례 시도하며 첫 골을 넣고, 쐐기 골에 근접한 슈팅까지 만들었다. 코스타는 전방에서 볼을 점유하면서 역습의 기점이 됐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한층 더 성숙한 실바는 실질적으로 프리롤 임무를 수행하며 두 선수를 지원했다.

역동성과 함께 살아난 전방 압박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개선된 스페인 대표팀. ⓒ 스페인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잘나갔던 스페인이 주춤하기 시작한 건 결국 선수들의 속도와 활동량이 떨어지면서 볼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면서다. 애초에 볼을 잘 뺏기지 않았던 스페인이라도 볼을 뺏기면 바로 그 위치에서 압박을 통해 다시 공의 소유권을 찾아오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차비를 포함한 중원에서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압박의 위치와 세기가 낮아졌고, 전 포메이션이 유기적으로 압박하지 않으면서 간격이 벌어졌다. 상대 팀들이 스페인 골문에 위협을 줄 만한 상황이 많아졌다. 로페테기 감독은 팀의 떨어진 활동량을 개선하기 위해 수비에 다니 카르바할, 미드필더에 코케, 공격수에 비톨로 등 활동량이 좋은 선수들을 포지션 곳곳에 배치하며 부족했던 기동력을 향상했다.

이탈리아와 경기에서도 스페인은 최전방 코스타부터 압박을 시도했고, 코스타가 올라가면 최후방의 세르히오 라모스와 헤라르드 피케까지 함께 올라가며 전체적인 간격을 유지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그리고 수비수까지 한 몸처럼 압박하면서 이탈리아 공격은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전반 불의에 부상을 입은 호르디 알바를 대신해 나초를 투입한 것을 제외하고 후반 알바로 모라타와 티아고 알칸타라를 차례로 투입하며 다양한 공격 조합도 실험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부임 이후 기존의 질서를 유지한 채, 점진적으로 자신만의 색을 입히고 있다. 로페테기 감독은 경기 후 "다가올 알바니아전(조별예선 3차전)이 앞선 두 경기보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페테기호가 다가올 알바니아전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인다면 젊고 다양성이 녹아들고 있는 스페인 대표팀은 명확한 방향성과 자신들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며 개혁에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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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종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와 <청춘스포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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