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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믿음 없다면 미래도 없다

카타르전-이란전 1승 1패, 다음 우즈벡전은 단두대 매치가 될까

16.10.14 13:36최종업데이트16.10.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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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승리는 불가능이었을까, 42년 동안 승리하지 못 했던 이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또다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이란 축구대표팀에 0-1로 패배를 당했다. 공격진은 답답한 패싱만을 돌렸고 수비진은 연거푸 실수를 저지르며 불안감을 안겼다.

결국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이 결정적인 선제골을 터뜨리자 대한민국은 무너져내렸다. 심지어 네티즌들은 "이번 경기의 승자는 경기를 보지 않고 잔 국민이다"라며 대표팀을 간접적으로 조롱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2016년 10월 12일의 이란전'은 경기 내적인 아쉬움보다 경기 외적인 부분들로 채워진 것만 같다. 90분간 펼쳐졌던 혈투보다 더욱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과의 경기에서 0-1로 완패를 당한 후 취재진을 만났다. 취재진들은 경기에 대한 평가와 생각을 물었고 슈틸리케 감독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믿음과 신임을 잃는 위험한 발언들이었다. 그는 조금 더 조심했어야만 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의 수장이라기에는 경솔하고도 너무나 경솔했다. 경기까지 패배한 만큼 국민들에게 전해지는 아쉬움은 배가 되었다.

'이란전 완패' 슈틸리케의 실수, 전술과 경기력 모두 놓쳤다

사실 필자는 지난 중국과 시리아전을 상대로 1승 1무를 거둔 이후, 슈틸리케 감독을 옹호하는 칼럼을 작성했다. (http://blog.naver.com/gunners2537/220807541362) 중국을 상대로 초반부터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3-0까지 달아났던 점,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아 최종예선을 처음 경험한다는 점, 시리아를  상대로 고전했으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를 믿을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니라에 필요한 것은 '축구스킬'이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인식'이다'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들을 믿었던 것은 전부 실수였을까.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에도 실패를 거두면서 실수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실수를 만회하고자 23명 엔트리를 전부 채웠다. 또한 실수로 지적되었던 것을 보강하기 위해 카타르전 이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이란행 비행기를 탔으며 해발 고도 1200m에 이르는 아자디 스타디움으로 직행했다. 한편으로는 해외파에 의존하였던 1차 소집과 달리 국내파를 대거 투입했다. 홍철, 김신욱, 고광민 등이 합류하면서 국가대표팀의 퀄리티가 한층 높아지는 듯했다. 변화를 보였던 만큼 이번에도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최종예선 3번째 경기였던 카타르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전반 초반 기성용의 중거리 슈팅이 카타르의 골문을 갈랐지만 하산 하이도스와 세바스티안 소리아에 연거푸 실점하며 전반전을 마쳤다. 이번에도 수비 라인이 흔들렸다. 국내파를 합류시킴으로서 수비 라인이 안정되기를 바랐던 것은커녕 해외파 선수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 했다.

특히 슈틸리케는 오재석의 본 위치인 오른쪽 풀백이 아닌 왼쪽 풀백으로 기용했고 중앙 수비수인 장현수를 오른쪽 풀백에 고집했다. 이는 명백한 실수다. 오른쪽 풀백에는 이용처럼 든든한 선수들이 상비군에 있었으며 왼쪽 풀백에는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다행히도 후반전의 대한민국은 안정 궤도로 돌아왔다. 지동원이 동점골을 넣었고 교체 카드로 김신욱을 투입하면서 경기의 흐름이 변화했다. 지동원을 향하던 포스트 플레이는 김신욱을 향했고 더욱 효과적인 플레이가 펼쳐졌다. 결국 기성용의 결정적인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논스톱 감아 차기를 때리면서 역전골이자 결승골을 득점했다. 카타르는 무너졌고, 슈틸리케 감독은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한숨 돌렸다. 곧바로 그들은 이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을 향했다.

이란전에는 지난 3경기와 다른 경기력을 원했다. 42년간 무승을 거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의 징크스를 깨고 월드컵을 향해 전진하고자 했으며 안정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이란을 꺾어야만 했다.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비장했다. 이란의 언론 매체도 한국 선수들 흔들기에 나섰다.

특히나 구자철이 독일 언론사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로 꼬리를 잡았다. 구자철은 인터뷰에서 "이란 원정을 치른 경험이 있는데 테헤란은 일반적인 도시가 아니다.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모든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특히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경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때로 이란 팬들은 컵과 같은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란 언론은 구자철의 발언을 "아자디 스타디움은 감옥과도 같다"라고 바꾸어 보도했다.

또한 경기 당일은 이란의 종교적 추모일이었다. 거의 모든 이란의 관중들은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났으며 이란 축구 협회는 FIFA 측에 경기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종교와 축구는 별개'임을 암묵적으로 알 수 있었을 정도로 이란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심지어 해발고도가 1200m를 뛰어넘는 경기장인 아자디 스타디움은 대한민국을 궁지로 몰았고,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비장함이 보이지 않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라인업을 들고 나왔으며 항상 같았던 패턴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결국 참을 대로 참았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경기에서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0-1로 패배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란전에도 슈틸리케는 장현수를 오른쪽 풀백에 기용했고 카타르전에 활약했던 홍철 대신 오재석을 왼쪽에 투입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오재석을 소집한 시기가 매우 아쉽다. 단 한 번도 성인 대표 팀에서 출전한 기록이 없던 그가 데뷔한 경기는 '아시아 최종예선'이었다. 성인 대표 팀과 발을 맞추지 못 했던 그가 중요한 최종예선에 부름을 받았다니, 아이러니하다. 슈틸리케가 오재석을 차출할 의지가 있었다면 더 이른 시기에 소집하여 발을 맞춰야 했을 필요가 있었다.

수비진은 불안함을 안겼고, 미드필드진은 의도가 담기지 않은 패스들을 남발했으며 공격진은 무용지물, 그 자체였다. 슈틸리케의 용병술 또한 실패였고 여러모로 전술적 패배였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주먹감자'로 유명한 케이로스 감독에게 또다시 무릎 꿇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득점을 넣고 환호하는 이란 ⓒ 이란 축구대표팀 페이스북


하지만 더 큰 실망감은 경기가 종료된 후에 다가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위험한 발언들을 했다. 그는 "후반에 김신욱을 투입해 득점 루트를 만들려 했으나,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한다"라며 타 팀 선수들을 언급하면서까지 선수들을 다그쳤다.

이에 손흥민은 "다른 선수를 언급하면서까지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쉬운 것 같다"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슈틸리케의 위험한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당장 본선에 가야 하는 목표를 가진 우리가 오늘처럼 경기를 한다면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팀의 경기력을 논했다. 이어 '근본적인 원인'을 탓하면서 대한민국 축구 시스템을 비판하였다. 그는 "이란에 비해 신체조건에서 약하다. 좋은 플레이 등 다른 면에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성적을 내야하는 축구 감독이 할 말이 아니였다. 만일 슈틸리케가 축구평론가, 축구행정가 등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그가 대표팀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심지어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속된 말로 '유체이탈 화법'을 시전하며 더욱 큰 비난을 불러왔다. 유체이탈 화법은 자신과 상대가 아닌 제 3자가 되어 말 하는 화법을 의미한다. 게다가 귀국 인터뷰에서도 "또 감독을 바꾼다면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라며 자신의 실수를 간접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자세로 임했다. 지난 '소리아 언급 사건'으로 인해 선수들간의 사이에서 문제가 없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없다, 이미 선수들과 오해를 풀었다"며 소견을 짧게 밝혔다. 김신욱도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슈틸리케와의 팀 미팅을 통해 바로 오해가 풀렸다"라고 밝히면서 오해가 풀렸음을 알렸다.

그러나 슈틸리케는 이미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 카타르전까지 믿어주던 국민들도 그의 인터뷰에 크게 아쉬움을 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그에게 크게 실망했다. 지난 소집까지만 해도 슈틸리케가 위기를 해쳐나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번 인터뷰들은 그의 업적마저도 깎아내리는 발언이었다.

축구 감독에게는 믿음 없인 미래도 없다. 슈틸리케는 다음달 11일에 캐나다와 친선전, 15일에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 예선을 앞둔 상황이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슈틸리케의 거취를 논하게 될 '단두대 매치'다. 과연 그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면서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줄지, 아니면 이렇게 떠나게 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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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자의 개인 블로그, 김동현의 풋볼로거 (http://blog.naver.com/gunners2537/220835672548)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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