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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 '케미' 없어도 돼? 강호동-이경규라서 된다

[현장] 모든 걸 내려놓고 먹방 앞에 선 두 사람, 그래서 <한끼줍쇼>

16.10.19 16:03최종업데이트16.10.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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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끼줍쇼' 이경규-강호동, 23년만에 동행하는 규동형제 '식(食)큐멘터리' <한끼줍쇼>는 숟가락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선 이경규와 강호동이 시청자와 저녁식사를 함께 나누면서 식구(食口)가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평범한 가정의 저녁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 이정민


23년만에 데뷔 최초로 스승과 제자, 혹은 두 예능신(神)이 만났다. 19일 첫 방송되는 JTBC <한끼줍쇼>를 통해서다. 방송 몇 시간 전 열린 <한끼줍쇼> 제작발표회 현장은 앞으로 이 두 사람이 어떤 색다른 케미로 촬영을 해나갈지를 가늠하게 만들었다.

#1

이경규 "두 명이서 하는 오락 프로그램은 요 근래 많이 없었다. 그런데 한 열 명이랑 하는 것 같다. 너무 시끄럽고 얼굴도 너무 크고 그래서 녹화 끝나면 진이 빠진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그래도 결과가 좋아서 만족하고 있다."

강호동 "무슨 결과가 좋았다는 겁니까."

이경규 "녹화했던 결과가! 아니 왜 이래 나한테!"

#2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이들은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로 했다. <한끼줍쇼>는 실험 다큐멘터리다. ⓒ 이정민


이경규 "고함을 지르면 애들(후배 개그맨들)이 잘 받아준다. 이윤석이 정말 그립다. 강호동은 고함을 질러도 듣지를 않는다. 강호동도 이수근을 그리워하더라."

강호동 "이수근이 이런 식으로 리액션 하면 내게 혼난다. 후배로서 열심히 (선배인 이경규를) 보필하기 때문에 이경규 선배가 버럭할 일이 전혀 없다."

#3

이경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이 프로그램을 오래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한다. <한끼줍쇼>는 오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5년 정도 하지 않을까. (상대) 진행자 교체와 함께 몇 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강호동 "교체가 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4


강호동이 어색한 이경규 그리고 이경규가 불편한 강호동. 이들의 '리얼 다큐' 혹은 '리얼 예능'은 어떤 모습일까. ⓒ 이정민


이경규 "촬영을 하기 전과 할 때 내 모습은 똑같다. 강호동은 촬영 중에 사람이 가식적으로 변한다. 저녁에 한 마디 했다. '너 정말 방송에 중독돼 있구나!"

강호동 "(이경규는) 오로지 귀차니즘으로 베어버린다. 동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싹을 베어버리니 당황스럽다."

이경규 "동심을 보여주는 모습을 평상시에 했어야지! 네가 방송에서 하는 모습 그대로 평소에 보여줬으면 내가 용서하겠다."

#5

이경규 "막상 집 앞에 가면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굉장히 긴장된다. 촬영 끝나면 쓰러질 것 같다. 혈압이 오르고 당이 떨어진다." ⓒ 이정민


강호동 "많은 출연자가 나오는 프로그램 진행에만 익숙하니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부분이 있다." ⓒ 이정민


이경규 "강호동은 선배랑 같이 방송을 해본 경험이 없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고. 강호동이 방송을 지금까지 할 줄 몰랐다. 중간에 떠내려갈 줄 알았는데 살아남았기에 '써먹어야겠다 언젠가 같이 방송해야겠다' 생각만 했다. 강호동은 스태프를 지치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강호동 "이경규와 강호동은 지칠 자격이 없다! 경규형의 눈빛을 보면 영혼이 떠나고 육신만 남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좀 더 카메라 앞에서 시민들과 순수한 열정으로 동심을 이야기하면서 에너지를 사용하면 좋겠다. '행님'도 '호동이'나 다른 후배 동생의 입장에서 방송을 하는 흔치 않은 기회인 것 같다."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제작발표회에서 방송인 (왼쪽부터) 강호동, 방현영PD, 윤현준CP, 개그맨 이경규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들의 실험은 성공할까? ⓒ 이정민


"23년의 시간이 쌓여야 가능한 정말 리얼한 관계이다. 실제로 친하지만 (호흡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나도 배우는 것 같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방현영 피디의 말이다. 이것은 예능 설정의 일부일까. 아니면 현실 관계일까. JTBC <한끼줍쇼>는 그 경계가 굉장히 모호한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런 섭외 없이 무작정 저녁 시간 숟가락을 들고 익명의 가정에 찾아가 그 집에 사는 구성원과 함께 밥을 먹는 프로그램. 이경규와 강호동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에 이른다. 거절도 당하고 환대도 받는다. 그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JTBC는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 명 앞에 '식큐멘터리'라는 전제를 붙였다. 예능과 다큐멘터리의 애매한 경계. 그 속에서 이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라는 잊힌 소중함을 불러올 계획이다.

"이 시대의 저녁식사는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과연 도시에서 가족과 저녁을 일주일 중 며칠이나 함께 먹을까. 어떻게 먹을까. 혼자 먹을까. 가감없이 그 모습을 담고 싶어 아예 섭외를 하지 말고 리얼로 가자고 했다. 그러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경규와 강호동이 떠올랐다. 그런데 현장에 가면 두 사람이 정말 안 맞는다. 스타일이 완전 반대다. 강호동은 계속 분량을 뽑아내려 하고 이경규는 귀찮아 한다. 두 분이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클 것이라 본다." (윤현준 CP)

"이경규와 강호동을 붙였더니 새로운 모습이 보이더라. 진짜 형과 아우이기도 하고. 정말 길에서 여행을 시키는 식으로 촬영을 진행하니 촬영 같지 않았다. 예상할 수 없는 거리와 여러 요소를 갖고 실험적인 촬영을 통해 재미와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방현영 PD)

23년 된 이들의 '잘 안 맞는 케미'를 19일 밤에 만나볼 수 있다.

10월 19일 수요일 오후 10시 50분 첫 방송.

19일 있었던 제작발표회 현장은 곧 <한끼줍쇼> 3회분 촬영 현장이 됐다. 이들은 제작발표회 이후 바로 사진 속의 동네로 촬영을 떠났다. ⓒ 이정민



한끼줍쇼 강호동 이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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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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