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나무숲을 향해
변종만
줄기의 껍질이 얇아서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지고, 그것으로 명함을 만들거나 연인에게 사랑의 글귀를 전하는 낭만적인 나무가 자작나무다. 겨울이면 더 빛나는 풍경이 있다. 비록 영화 속 세상이지만 시베리아의 광활한 눈밭을 달리는 기차 사이로 늘씬하게 뻗은 나무들이 뽀얗게 속살을 드러내며 새로운 세상에 빠져들게 한다.
인제에는 숲의 여왕이라 불리는 자작나무 군락지가 두 곳 있는데 나무가 많은 수산리보다 길을 찾기 쉬운 원대리가 많이 알려져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영화에서 접한 색다른 장면을 상상하면서 찾아가는 여행지이다.
차에서 내려 10시 5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방명록을 작성하는 원대리 산림초소에서부터 제법 길이 넓은 임도가 산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사부작사부작 걷기 좋은 길이다. 그래도 일부는 돌길인 3.5km를 걸으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무렵 속삭이는 자작나무숲과 마주한다.

▲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1
변종만

▲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2
변종만
수만 그루가 속살을 드러낸 자작나무숲에 들어서면 금방이라도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동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자작나무숲만이 간직한 생태적, 심미적, 교육적 가치를 발굴하여 제공하는 곳이라 구조물도 나무로 만들었다.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속삭임으로 들려올 만큼 고요하다.
세 개의 산책코스가 있으나 굳이 코스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마음 편히 숲을 거닐면서 자작나무의 고운 표피를 만져보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된다. 쉼터 오두막에 올라 목을 축이거나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되는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자유다. 자연이 주는 휴식과 치유가 뭐 별건가. 숲에 머문 시간만큼 행복이 저절로 커진다.

▲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3
변종만

▲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4
변종만
한참을 머물렀지만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돌린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자작나무의 꽃말을 떠올리며 입산통제가 해제되는 12월 16일 이후에 다시 들러 자자나무숲의 설경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또한 자작나무의 잘 썩지 않는 껍질과 단단하고 치밀한 목재의 특성 때문에 신라시대의 고분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겨 넣은 것이 발견되거나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자작나무로 만들어져서 오랜 세월을 견디게 했다는 것도 배운다.

▲ 점심은 비빔밥으로 뚝딱
변종만
일행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1시 20분경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 옆에 점심이 준비되어 있다. 서서 먹어도 야외에서 먹는 비빔밥 맛이 최고다. 산행 가는 사람들이 웬 프라이팬을 들고 다니나 했더니 도깨비방망이처럼 운영진에서 계란 프라이에 된장국까지 뚝딱하고 만들어냈다.

▲ 수타사
변종만
2시에 출발해 3시경 홍천군 동면의 공작산 아래에 위치한 수타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수타사는 708년 창건하여 한때 명찰로 꼽히다가 임진왜란 때 완전히 불타 폐허가 되었던 월정사의 말사로 대적광전(강원도유형문화재 제17호)을 비롯하여 원통보전, 삼성각, 봉황문, 흥회루, 범종각, 심우산방, 요사채 등이 있다.

▲ 산소길 1
변종만

▲ 산소길 2
변종만
산소길은 전국우수산림생태 복원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공작산 수타사생태숲에 치유와 산림휴양을 목적으로 목교와 출렁다리를 설치해 조성한 숲길의 이름이다. 산소길은 수타사를 중심으로 넓은 면적에 완만한 코스로 조성되었고 짧은 시간에 오솔길, 계곡, 숲속, 단풍을 골고루 체험할 수 있어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 행복산악회원들도 단풍이 곱게 물든 명품 산소길을 걸어 소의 여물통과 닮은 굉소, 물이 맑고 깊은 용담 주위의 붉은 단풍을 구경하며 '하하 호호' 즐거워했다.
4시 40분 수타사 주차장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만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 7시 35분경 집 옆에 도착했다. 허리 때문에 고생하다 오랜만에 아내와 산행에 참여해 더 소중하게 시간을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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