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개헌 카드', 그는 '국모'가 되려는가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새누리 대선전략 플랜B는 개헌"... 일본식 보수집권체제 노리나

등록 2016.10.24 13:16수정 2016.10.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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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을 위한 실무 준비를 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급작스럽게도.
  • 이를 두고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쇄도한다. 10년 전에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안에 "참 나쁜 대통령"이라 응수했다.
  • 김기식 민주당 원내대표 정책특보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새 권력지도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내다봤다.
  • 현 정치구도에서 개헌한다면 '일본식 보수정권 장기집권 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국모의 위상을 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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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냈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누리당의 대선전략 플랜B는 개헌"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눈치다. 

박 대통령은 400조7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취지를 설명하고 국회에 원안통과를 요청하는 자리에서 왜 느닷없이 개헌의 칼을 빼들었을까. 국민적 의혹이 돼버린 '최순실 게이트'의 국면전환용인가.

그토록 반대했던 개헌, 최순실 게이트 국면전환용인가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라며 "19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뤘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됐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금은 1987년 때와 같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라며 "개헌안을 의결해야 할 국회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에서는 200명에 육박하는 의원님들이 모임까지 만들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그동안 여야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라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되어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지금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라며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한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라며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 주장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SNS에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는 2007년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비판했던 과거 기사를 리트윗한 뒤 "개헌은 블랙홀이라면서요?"라며 "왜 블랙홀로 가시려고..."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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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_최순실' 피켓앞 지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와라_최순실'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 사죄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실제 당시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이 같은 말을 던졌다.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007년 1월 9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최고 통수권자의 고민은 임기 말로 접어들수록 비슷해질 수 있겠다 싶다. 임기 3년 차부터는 레임덕 얘기가 돌고, 임기 말로 접어들면 5년 단임제로는 자신의 임기 안에 결실을 따낼 수 있는 정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을 느끼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현 시점에 박 대통령이 꺼낸 개헌 카드는 많은 국민의 예상대로 최순실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을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번 시정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최순실씨 관련 의혹에 대해 "인신공격성 논란"으로 일축해 더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개헌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매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현 시점에 느닷없이 180도 입장을 바꿔 "오늘(10월 24일)부터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힌 이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무성도 이정현도 "내년 대선 전 개헌" 주장한 이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3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솔직히 지금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은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대선 전에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을 박근혜 대통령께서 제안해주시길 공식적으로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친박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24일 치 <매일경제> 인터뷰를 통해 "5년 단임제는 나라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가까운 시일 안에 개헌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이날 인터뷰에서 "대선 전 개헌"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선 전에라도 개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여러 잠룡과 정치인들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개헌을 하면 영호남 정치 장벽이 일거에 무너지는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기문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본인 입으로 밝힌 바가 없는데 이분이 나올지 안 나올지, 새누리당일지 더불어민주당일지, 제3당일지, 자신 있게 누가 말할 수 있느냐, 만약 그분이 안 나오면 닭 쫓던 개가 되는 것 아니냐"며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등 국민의 당과 연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대선전략의 일단을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출마와 검증과정에서의 무사통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반 총장이 반드시 새누리당의 후보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으며, 경우에 따라 반 총장이 불출마를 고집할 경우 새누리당이 선택할 다른 돌파구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야권에는 대선 후보가 많은 편이지만, 여권 안에는 내로라 할 후보가 없어 후보난이 심각하다는 게다.

실제 반 총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반 총장은 2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통해 대선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 한국으로 돌아가 좋은 충고를 해주는 선배들과 친구들을 만나 한국의 미래를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언론은 반 총장의 이번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대선출마 시사발언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사무총장 업무에 주력할 것이며 지금은 어떤 추측도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주장대로 내년 1월 퇴임하기 전까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자신의 직분을 마감하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며, 실제로 대선출마 입장을 언급한 게 아니라서 어느 정당으로 어떻게 출마한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이와 관련,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책특보는 "새누리당이 반기문 후보론으로 내년 대선 돌파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곧장 개헌으로 방향을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많았다"라며 "박근혜 정부가 개헌으로 국면을 전환하고,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새로운 권력지도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안에는 개헌을 둘러싼 동상이몽이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 권력구조 개편만 예각적으로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개헌과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놓고 입씨름 중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직전 토론회에서 제안했던 '미국식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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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기동민 의원 등이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남소연


보수우위 정치체제 공고화... 나는 국모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거나 조정하는 방향으로서의 분권형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조정하면서 대통령제의 골격은 유지하는 이원집정부제,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 등을 종합적으로 손보는 것이 좋겠다"라며 "광범위한 개헌이 어렵다면 대통령 권한을 조정하는 것으로 바꾸면 어떤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정치구도에서 개헌을 한다면, 일본식 보수정권 장기집권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이철희의 정치썰전>을 통해 개헌과 관련해 이같은 우려를 표명한 한 바 있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바뀌면 친박이란 정치적 계파가 유지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전직 대통령의 운신의 폭도 더 넓어진다. 지금처럼 보수의 아이콘으로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한가로운 전직이 아니라 내각제 아래에서 살아 있는 실체로 활발하게 움직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개헌으로 보수 우위의 정치지형이 공고화 되고, 장기집권으로 이어진다면 소위 '국모'의 위상을 가질 수도 있다."

이철희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면전환용"이라며 "대통령이 개헌의 당사자로 나서겠다는 발상도 위험하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언급이 없어 진정성이 있는 제안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현직 대통령은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며 "정부 안에 개헌위원회를 둔다는 건 정치적 암수를 숨겨둔 제안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꺼낸 느닷없는 개헌 카드는 정치권 안에 수많은 걱정거리를 남기고 있다. 개헌으로 보수 우위의 정치지형을 만들고, 새누리당 장기집권 모델을 구축한 뒤, 박 대통령 스스로 국모의 위상을 갖게 된다면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까.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마련된 민족중흥관에는 높이 15m 돔영상실에서 아시아 최초 하이퍼돔 시스템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상을 틀고, 그가 교사시절 머물렀던 경북 문경시 청운각에는 사당이 마련돼 있으며, 강원도 철원에는 박정희 장군의 전역 공원 탑이,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진 마당에 말이다.
#박근혜 #장기집권 #국모 #개헌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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