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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미친 남자, 그를 이끄는 남자

[리뷰]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16.11.04 21:49최종업데이트16.11.0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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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를 본 남자(원제: The Man Who Knew Infinity)>는 실제 20세기 초 인도 빈민가 출신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의 수학자 '하디'가 함께한 5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14년, 수학에 미친 라마누잔(데브 파텔 분)은 자신이 만든 수학 공식들로 여러 학자를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받기 일쑤다. 결국, 어느 회사에 회계직원으로 입사한 라마누잔은 그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상사의 권유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수학자 하디(제레미 아이언스 분)에게 자신의 수학 공식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단박에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알아본 하디는 많은 교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라마누잔'을 불러들인다. 나이·국적·성격·종교, 많은 것이 다른 두 사람은 5년간 함께 연구하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수많은 공식과 이론들을 찾아 나간다.

영화는 인도 빈민가 출신 수학 천재가 영국왕립학회의 펠로우십을 따내는 흔치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리 큰 감동으로 연결시키진 못한다. 수학 공식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조차 그의 뛰어난 천재성 덕분이라 관객이 함께 교감할만한 부분도 없다. 뜨거운 토론이나 대결 등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기에 관객이 함께 지적 쾌감을 느낄만한 구석도 없는 것이다.

하디와 라마누잔, 둘의 멘토-멘티 관계

주인공 제레미 아이언스와 데브 파텔 ⓒ IFC


하지만 이 영화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멘티와 멘토 사이에서 싹튼 우정이다. 수학과 사랑에 빠진 멘토 하디는 수학 천재 라마누잔이 성과를 낼 수 있게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라마누잔의 자신감이 겸손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그런 하디의 멘토링은 결국 한계에 부딪혔고, 라마누잔과 충돌하게 된다. 이유는 하디의 멘토링 초점이 '라마누잔' 자체가 아닌, '라마누잔이 만들어 내는 수학적 성과'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1차 세계대전의 발발하고 많은 대학생이 군에 입대하면서, 전쟁 속에서도 유유히 자유와 혜택을 누리는 유색인종 라마누잔에 대한 시선은 좋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마누잔이 군인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하디는 라마누잔의 공식에 대한 오류만 지적할 뿐 얼굴에 난 멍에 대해 묻지조차 않는다. 그런 하디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고 라마누잔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된다.

하디는 뒤늦게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라마누잔과 우정을 쌓아가며, 그들은 함께 호흡하며 세기의 공식들을 만들게 된다. 이 부분은 많은 멘토나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목적에 치우쳐 자칫 사람 자체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무한대를본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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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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