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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서 맞서는 용기, 여성 리더십의 '좋은 예' 리플리

[꿈보다 해몽 ②] 인류 최후의 희망, <에일리언> 2편

16.11.09 11:19최종업데이트16.11.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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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일리언> 오리지널 2편 포스터.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에일리언> 1편(1979)이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에서 오는 '공포'를 자아낸다면, 2편(1986)은 화끈한 '전투'로 긴장감을 주는 영화다. 다만 그 전투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주도한다. SF와 여성. 이 조합이 미국에서 무려 30년 전에 흥행한 것이다. 좀비와 가족을 조합한 <부산행>조차 아직 여성이 스크린 전면에 서는 단계까지 못 나간 한국 영화계에 참조가 될 만한 이유다(관련 기사: 열차에 헬조선 응축한 <부산행> , '아저씨화'는 못 벗어나나).

지난 리뷰(관련 기사: 저출산 시대, 영화 <에일리언>을 재평가해야 한다)에서 살펴봤듯 1편의 민항선 노스트로모호의 여성 승무원 리플리(시고니 위버)와 동료들은 지구로 귀환 중 정체불명의 음향 신호를 탐지했고 회사의 매뉴얼에 따라 신호의 송출 지점인 LV-426 행성을 탐사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정체불명의 알들을 발견했고 알에서 기생충이 튀어나와 승무원 한 명을 감염시켰으며 얼마 뒤 감염자의 '가슴에서' 에일리언이 튀어나왔다.

이 기막한 설정은 인간의 내면에서 고개를 드는 '공격성'을 상징하며 <에일리언>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열었다. 동료들은 모두 에일리언에게 살해당하고 오직 탐사 임무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한 여성 승무원 리플리만이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가부장 질서와 과학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영화의 주제의식이 추출됐는데 오늘 리뷰할 2편에서 리플리는 더욱 주체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1편보다 더 주체적으로 바뀐 주인공

영화 <에일리언> 오리지널 2편 스틸컷. 식민지 해병대는 LV-426의 에일리언들을 쓸어버리겠다고 자신만만하지만 결국 실상은...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줄거리는 구명선에 탑승해 동면 상태로 57년간 우주를 떠돌다 구출된 그녀가 자신의 소속 회사인 웨이랜드-유타니사의 청문회에 끌려가 추궁당하며 시작한다. 회사의 재산인 우주선을 폭파하고 비상 탈출했다는 혐의다. 회사 측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우주선의 시스템이 지구로 귀환하던 노스트로모호에 LV-426 탐사 지시를 내렸고 리플리가 비상 탈출을 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녀가 주장하는 에일리언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회사 측은 그녀의 항공사관 면허를 정지시키고 심리 보호 관찰을 받도록 지시한다. 그녀는 에일리언이 지구에 들여놓아서는 안 될 위험한 외계 생명체이니 우주로 날려버린 게 당연하다며 왜 LV-426을 조사하지 않느냐고 따지지만, 회사 측은 LV-426에는 이미 20년째 행성 개척민 158명이 테라포밍을 하며 살고 있고 외계 생명체도 보고도 '아직까지는' 받은 적 없다며 그녀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버린다. 그런데 얼마 뒤 정말 LV-426과 연락이 끊긴다.

회사에서는 그제야 버크라는 남성 직원이 식민지 해병대 고먼 중위와 함께 그녀를 찾아와 그녀에게 LV-426에 파병할 해병대의 고문으로 함께 가주는 조건으로 복직을 시켜주겠다고 회유하지만, 그녀는 의도를 의심스러워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악몽에 시달리다가 무고한 이들을 죽게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녀는 에일리언을 죽일 뿐 (1편에서처럼) 샘플을 채취해 생물 병기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동행한다. 그런데 어째 해병대라는 사람들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

가령 식사 자리에서 "군침 도는 식민지 딸내미들을 처녀성으로부터 구출하자!" 따위의 성희롱을 하거나, 에일리언은 아주 위험한 존재라는 리플리의 경고를 가볍게 여기며 자만하거나, 전투 준비를 하면서 도와주겠다는 리플리에게 '뭐 할 줄 아는 거 있느냐'고 코웃음 치거나 등등. 다분히 여성 혐오적인 행동들을 일삼는다. 이러한 장면들을 복선으로 깔아놓음으로써 감독은 리플리가 어떻게 이런 것들을 극복할지 주목하게 하는 것이다.

영화 <에일리언> 오리지널 2편. 리플리는 여자아이의 실제 이름이 '레베카 조든(Rebecca Jorden)'이 아니라 '뉴트'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어쨌든 해병대와 리플리는 LV-426에 도착해 주민들의 주거지에 진입한다. 그런데 그곳에는 한 구의 시체도 남아있지 않았고 전투로 엉망진창 된 현장과 에일리언 기생충을 채집해 연구한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환풍구에 숨어 도망치는 뉴트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발견하는데 남성 군인들은 완력으로 억지로 끄집어내다가 실패하지만, 리플리는 부드럽게 달래 은신처에서 내보낸 뒤 잘 돌봐준다. 또한, 뉴트의 기념사진 액자 하나를 발견하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2등 시민상."

이처럼 <에일리언> 2편은 여성차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는다. 남성을 1등 시민으로 여성을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것은 여성차별의 전형이다. 영화는 이를 은유적으로 잘 꼬집는다. 한편 해병대는 주민들의 몸에 이식된 센서의 신호를 감지해 주민들이 대기 정화소 지하 3층 주 냉각탑 아래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진입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자신만만함에 비해 영 주변 상황을 살피는 데는 섬세하지 못하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

영화 <에일리언> 오리지널 2편. 리플리와 퀸 에일리언과의 마지막 결투를 통해 영화는 주체로 당당히 선 여성의 용기를 부각시킨다.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가령 거대한 핵융합로나 다름없는 대기 정화소에서 소총으로 무장하다가 리플리가 경고하자 그제야 탄창을 회수하고 화염방사기만 사용하도록 지시를 내리지 않나, 과감함이 필요한 순간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해병대는 지하 3층에서 에일리언 기생충 알들과 번데기가 된 식민지 주민들을 발견하는데 주민의 가슴에서 에일리언이 튀어나오자 당황하고 사방에서 에일리언 성체들이('제노모프'라고도 한다) 몰려오자 혼비백산한다.

제노모프들은 주민들을 잡아다가 번데기로 만들어 기생충('페이스 허거'라고도 한다)의 숙주로 삼아 증식한 것이다. 병력 대부분을 잃은 지휘관 고먼 중위는 지휘 차량에서 얼이 빠진 채 "나는 분명히 후퇴하라고 했어"라고 무기력하게 말할 뿐이다. 오히려 리플리가 냉철한 상황 판단으로 직접 차를 몰아 생존 병력 3명을 구출한다. 이 과정에서 고먼 중위는 차에 부딪혀 뇌진탕으로 기절하고 부사관까지 죽자 지휘권 승계자로 힉스 상병이 지목된다.

리플리는 전투기를 타고 탈출한 뒤 핵미사일로 LV-426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회사 직원 버크는 에일리언이 막대한 금액의 가치가(생물 병기 사업) 있는 생물종이라며 몰살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미 에일리언에게 호되게 당한 해병대가 버크의 말을 들을 리 없고 결국 리플리의 의견에 따른다.

이로써 여성이 '실질적 리더'가 된 것이다. 다만 에일리언이 해병대가 타고 온 전투기 조종사를 죽이고 전투기도 파손됐기에 LV-426 상공에 떠 있는 모선 술라코호에 새로운 전투기를 내려보내도록 지시를 내려야 했다. 그러려면 '에일리언 밭'을 가로지르는 통풍구를 지나 통신 안테나를 고쳐야 할 사람이 필요했고 안드로이드 비숍이 지원한다. 1편에서 리플리는 안드로이드에게 한 번 속은 경험이 있어 처음에는 비숍을 경계했지만 이로써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모든 안드로이드가 문제인 게 아니라 인간의 형상으로 안드로이드를 창조한 인간 자신의 내면이 정작 문제라는 메시지다. 비숍이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리플리 일행은 에일리언과 공방전을 벌이며 버티다가 탈출한다. 도중에 리플리, 뉴트, 힉스 상병만이 살아남는다. 리플리는 탈출 전 페이스 허거의 알을 출산하는 퀸 에일리언을 발견하고, 화력을 총동원해 알들을 몰살시킨다. 이에 분노한 퀸이 쫓아오자 사력을 다해 도망쳐 비숍이 몰고 온 전투기에 탑승하는 데 성공한다.

퀸이 집요하게 전투기에 들러붙어 모선까지 들어오자 리플리는 직하기(화물을 옮기는 기계)에 탑승해 퀸과 최후의 한판 대결을 벌이고, 우주선의 해치를 열어 퀸을 우주로 날려버리는 데 성공한다. 리플리의 품에 뉴트가 "엄마!"라고 외치며 안기고, 만신창이가 된 비숍이 그녀들에게 "인간치고는 괜찮네요"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 역시 동물인 이상 생존을 위해 '호전성'을 가지는 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적어도 맹목적인 호기심과 자연을 지배하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본능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구성원끼리 서로를 보살피고 보호하려는 '용기'에서 비롯된 본능이어야 바람직할 것이다. 엉망진창인 인류에게 마지막 희망을 찾고자 한다면, 여성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에일리언 프로메테우스 여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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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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