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안방극장에 던진 신선한 시도, 막장 대신 뭉클함

[리뷰] 따뜻한 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

16.11.14 18:50최종업데이트16.11.15 18:36
원고료로 응원

11일 종영한 MBC 일일 특별기획 : 워킹 맘 육아 대디 ⓒ MBC


우리나라 드라마는 전형적인 틀이 있다. 대기업의 후계자인 남자주인공과 신데렐라 여주인공의 운명적인 만남이 그것이다. 거기에 3~4각 관계속에서 주인공 남녀를 괴롭히는 악녀까지 나온다면 한국형 드라마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미니시리즈, 일일극, 주말극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어 온 닳고 닳은 소재이지만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고 시청률마저 보장되는 작가들의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것이다.

이러한 쉬운 클리셰를 버리고 신선한 시도를 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11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워킹 맘 육아대디'가 그것이다.

세가지 색깔 세가지 가정(家庭)

워킹 맘 육아대디는 같은 직장을 다니는 맞벌이 부부 김재민(박건형 분),이미소(홍은희 분)가 둘째가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둘중 하나가 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아야할 처지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육아휴직에 대한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육아휴직법이라는 엄연한 법률이 있고 회사에서도 명목상으로는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육아휴직을 하려면 퇴사할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첫번째 육아휴직을 했던 미소는 두번째 육아휴직을 또 하려하고 회사에서는 당연히 못마땅하게 여기며 은근히 압력을 가한다. 재민은 미소 대신 육아휴직계를 내고 온갖 눈총을 받으며 결국 육아대디가 된다.

워킹 맘 육아대디 주인공 부부. 김재민(박건형 분)과 이미소(홍은희 분) ⓒ MBC


드라마에서는 또다른 육아대디가 나온다. 바로 서울대 출신 시간강사 차일목(한지상 분)이 그다. 불안한 고용문제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시간강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목은 결국 맡고 있던 강좌가 모조리 없어지며 실직하게 된다. 그는 '자씨 스토리'라는 살림 블로그를 운영하며 엄마들에게 살림 노하우를 전수하는 파워블로거다. 살림에 자신이 있는 일목은 전격적으로 전업주부가 될 것을 선언한다.

깍쟁이에 자기만 알고 오본부장 라인을 타며 승진하는 주예은(오정연 분). 그녀는 남편 일목이 강사직에서 떨려나고 전업주부로 나선다고 하자 경악하며 창피해한다.

워킹 맘 육아대디 차일목(한지상 분), 주예은(오정연 분) 부부 ⓒ MBC


이 두 부부는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사촌이다. 거기다 재민과 미소, 예은은 같은 직장 동료다. 예은은 미소보다 후배였지만 라인을 잘 타는 바람에 차장까지 먼저 승진한다. 예은은 직장에서 미소를 괴롭히기까지 한다. 두 부부의 아이들인 방글이(구건민 분)와 민호(고승보 분)는 같은 초등학교 같은 반이다. 아이들의 학교생활로 인해 또 충돌하게 되는 미소와 예은이다.

이런 두 여자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예은의 새엄마인 옥수란(이경진 분)이 어릴 때 미소를 버리고 간 친엄마인 것. 예은은 새엄마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잘 자라왔고 좋은 교육을 받으며 좋은 직장까지 들어가게 됐다. 반면 친척집에서 천덕꾸러기로 갖은 설움을 받으며 자라온 미소는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왔다. 그리고 "내 미소"라 부르는 천생연분 재민을 만나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수란은 친자식을 버렸다는 죄책감속에서 의붓딸인 예은에게 지극정성을 다하지만 예은은 "아줌마"라고 부르며 차갑게 대한다.

세번째는 첫사랑 재민을 버리고 재력가 의사인 현재 남편 박혁기(공정환 분)을 선택한 윤정현(신은정 분)의 가정이다. 금수저 의사집안의 가부장적인 혁기는 아내와 딸 은솔(고나희 분)을 옴짝달싹 못하게 자신의 울타리에 가둔다. 특히 혁기는 은솔의 교육에 지나치게 스파르타식으로 몰아붙인다. 정현은 그것이 못마땅하지만 학벌주의자 혁기는 정현의 학벌이 떨어진다고 무시한다. 혁기는 정현을 동경대 출신으로 둔갑시키기까지 한다. 혁기의 무시와 구박속에서 딸 은솔을 바라보고 사는 정현은 남편 몰래 블로그를 운영하며 온라인 상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파워블로거다.

워킹 맘 육아대디 박혁기(공정환 분), 윤정현(신은정 분) 부부 ⓒ MBC


은솔이는 방글이와 민호와 같은 반이다. 학부모로 다시 재회하게 되는 재민과 정현. 재민은 정현이 혁기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만다. 안타까워하지만 이제는 남인 정현의 모습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가족애로 풀어가는 문제의 방정식

이 드라마의 주요 갈등요인은 역시 육아다. 주인공 재민이 육아휴직을 하며 워킹대디로 생활을 시작하면서 옆집 학부모인 일목과 친하게 되고, 공동육아로 의기투합하게 된다.

육아휴직에 대해 못마땅해하지만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짓는 오상식(손건우 분) 본부장(아래 오본). 그는 리츠전자를 대기업 반열에 올려 놓는 공을 세우지만, 한편으론 사내 자신만의 사조직을 만들고 불법으로 회사자금을 빼돌려 유령회사를 만든다.

재민이 복직하고 회사내 보육시설을 만들려고 하자 숨겨두었던 본색을 드러내는 오본. 재민은 거기다 오본의 비리마저 감지하게 되고 오본과 전면으로 맞서게 된다. 오본의 라인을 타며 승승장구한 예은은 새엄마 수란의 계좌로 회사의 자금을 빼돌린다. 오본의 심복 김홍복(깅용운 분 아래 덩킴)은 평소 여성직원에 대한 비하를 쏟아내는 사원들의 공공의 적이다. 그래서 별명도 덩킴. 그는 오본의 수족으로 하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 그돈은 예은 엄마 수란의 계좌로 고스란히 모인다.

극에서 재민은 철옹성 같은 오본에 맞서 육아휴직과 보육시설등에 개선을 하려하고, 또 한편으로는 오본의 비리에 대해 캐내려고 한다.

회사에서 소리없는 아우성이기만한 재민의 노력. 거의 모두에게 왕따당하다 싶이하고 한직으로 좌천당하기까지한다. 그런 재민의 든든한 조력자인 미소와 상사 유한무(최성민 분)가 직장내에서 재민을 돕는다.

중후반 수란이 미소의 친엄마인 것이 밝혀진다. 미소는 자신을 버린 엄마를 거부하지만 결국 엄마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예은은 수란이 미소의 친엄마임을 알자 동요한다.무시하는 듯했지만 수란에게 의지했던 예은이었다. 이 상황에서 예은은 아이를 갖게 되고 오본라인이지만 재민과 같이 한직으로 쫓겨간다.

오본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예은이 수란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점과 덩킴이 오본의 비리에 대해 밝히는 수밖에 없다. 내부자들인 것이다. 그리고 덩킴이 오본의 심복으로 비리를 저질렀던 이유가 밝혀진다. 바로 그의 어머니가 병원에 오랜 입원생활을 하고 있는 것.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오본의 뒤치닥거리를 할 수밖에 없는 덩킴이다.

이런 덩킴의 마음을 돌린 것은 수란과 재민의 어머니 이해순(길해연 분)의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둘은 덩킴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알아내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한 것이다.

결국 덩킴은 마음을 돌려 오본의 비리를 밝히고 오본은 자신이 일군 회사에서 쫓겨난다. 예은은 수란을 '엄마'라고 부르고 미소와는 의붓자매로 지내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두가정은 서로를 보다듬고 격려하며 닥쳐온 어려움을 슬기롭게 잘 이겨냈다.

한편 혁기는 은솔의 보육문제로 방과후 육아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개과천선하게 된다. 혁기는 예전에 육아휴직으로 인해 철저히 무시하며 잘라냈던 간호사를 같은 반 학부모로 만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하는 혁기. 혁기는 자신의 병원에서 육아휴직을 실시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보다 방과후 육아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어린이집을 만드는데 앞장선다.

또한 딸 은솔이에게 강압적이기까지 했던 모습에서 어린 딸과 눈높이에 맞춰 같이 춤을 추기도 하는 등 딸바보의 모습이 되어간다. 이러한 혁기의 변화속에 아내 정현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부부는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드라마는 이러한 세 가정에 닥친 어려움이란 방정식을 가족애라는 해법으로 잘 풀어낸 것이다.

막장없는 드라마도 볼만하다...사회적 문제 해결방안까지 제시 

재민과 정현이 옛연인이라는 설정은 다른 드라마같으면 가장 중요한 갈등요소로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저 하나의 정보에 불과했다.

또 수란을 엄마로 둔 미소와 예은의 대립도, 수란을 만약 대기업 오너나 안주인으로 설정했다면 전형적으로 보여져 왔던 선악녀의 대결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드라마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형성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드라마는 오히려 육아문제를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육아문제는 경제력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특히 육아휴직문제에 대해 큰 화두를 던졌다. 법으로는 보장되나 실제로는 거의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거기에 해법마저 제시했다. 바로 공동육아가 그것이다. 드라마는 친절하게 학부모들끼리 모여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보여준다. 가뜩이나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폭행등 가혹행위로 믿고 맡길 곳이 없는 요즘 정말 좋은 방법인 것이다.

극후반 공익광고 같은 분위기가 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드라마가 나서서 사회의 문제에 대해 알리고 해결방법까지 제시했던 예는 극히 드물다.

워킹 맘 육아대디는 막장 없이도 볼만했고, 또 육아문제라는 우리사회의 문제에 대해 집으며 해결방안까지 제시했다. 근래에 볼 수 없었던 건전하면서도 유익한 정보가 가득했던 드라마였다.

이렇게 워킹 맘 육아대디는 11월 11일 12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앞으로 이런 건강한 드라마를 또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워킹 맘 육아대디 육아휴직 박건형,홍은희 공동육아 어린이집 사회적 협동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