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제안, 청와대가 받고 교육부가 집행했다?

전교조 탄압, 진보교육감 폄하 등... 2014년 국정원 보고서대로 움직였다

등록 2016.11.24 17:18수정 2016.11.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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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이후 전교조 투쟁과 진보교육감 활동,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교육부와 보수 교원단체, 학부모 단체의 대응이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JTBC는 지난 18일 세월호 참사 두 달 뒤인 2014년 6월 중·하순께 국정원이 작성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보이는 '2014년 하반기 국정 운영 관련 제언'이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했다. 표지를 포함해 34쪽 분량의 이 보고서의 주요 국정 이슈별 진단 및 건의사항에는 '교육현장의 이념·정치 편향 행태 시정·제어에 만전'이라는 주제 아래 교육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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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 JTBC


보고서는 '비판성향 교육감 13명 취임 이후 한국사 국정화 반대, 이념 편향 의식화 수업, 정권퇴진 선언교사 징계 거부 등 현안 투쟁이 강화되고 전교조도 법외노조 취소 소송 패소 관련 정부의 후속조치에 반발해 징계 불사 장외 투쟁 등 대정부 강경 대응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전교조의 강경 투쟁으로 6·27 조퇴 투쟁,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시국선언, 7·12 전국교사 대회 등 세 가지 사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위에서 언급한 '교육현장 좌클릭 방지'를 위해 교육부에서 중심을 잡고 교육현장을 리드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교육부는 이를 충실하게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14년 6월 26일 보고서에 언급된 '(1, 2, 3차) 정권 퇴진 선언 교사' 285명을 고발했다. 7월 3일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의 정치 중립 위반' '공무 외 집단행위 금지 위반'을 이유로 6·27 조퇴 투쟁 관련 36명을 고발했다. 여기에는 통상 교육부가 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본부 집행부와 16개 시·도지부장 34명 이외에도 조퇴투장 당시 결의문을 낭독한 4명의 교사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이들을 '적극 가담자로 간주해 고발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전까지는 없던 일이었다.
 
전교조 교사 대량 징계

또, 교육부는 5월 15일 진행된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1차 선언에 참여한 1만6000여 명 교사들은 고발하지 않았지만 보고서에 언급된 7월 2일 2차 교사선언 관련 전교조 전임자 71명을 형사고발했다. 당시 교육부는 '1차 선언의 위법성은 검토 중'이라면서도 2차 선언은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확신하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는 보고서의 지침에 따라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주말 집회에도 고발 카드를 빼들었다. 교육부의 8월 12일 사찰 논란이 있었던 7·12 전국교사대회 관련 본부 집행부는 물론 투쟁사와 결의문을 낭독한 6명을 다시 한 번 고발한다. 교육부는 당시 362명의 전교조 교사를 고발했다.

보고서는 '강단 있고 정체성이 확고한 부교육감 임명 및 보수 성향 교육감과의 소통 강화와 인정감 부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눈에 띄는 것은 김병우 충북교육감 취임을 앞두고 김대성 부교육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는 2014년 6월 12일 자 <서울신문> 보도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대성 당시 충북교육청 부교육감은 '김병우 교육감 당선인과 교육철학이 충돌하는 것은 맞지만 명퇴의 주된 이유는 아니다'라면서도 '진보교육감 취임이 자신의 명퇴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 답변을 피해 여운을 남겼다'고 적고 있다.
 
꾸준히 제기돼 온 교육부의 보수교육감 지역 예산 몰아주기 의혹도 보고서의 지침과 일치한다. 국회 교문위 노웅래 의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가장 많이 수령한 곳은 보수교육감 지역인 대구시교육청과 경북교육청으로 각각 500억 원과 549억 원이었다. 이에 반해 서울시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은 같은 기간 각각 170억 원, 188억 원을 받았으며 경기도교육청은 211억 원으로 경북도교육청의 절반 수준을 수령했다.

보고서는 '건전 역사학자 중심의 공청회·세미나 등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의 당위성 확보' 역시 주문했다. 교육부는 그해 9월 서울교대에서 열린 '고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편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패널 9명 중 6명을 국정화에 분명한 찬성을 입장을 밝히는 인사로 섭외했다. 반대는 2명에 그쳤다.


시·도교육청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관련 불법투쟁 엄단 및 전임자 복귀 등 후속조치를 독려하고 불이행시 직무이행명령과 검찰 고발 등을 주문한 보고서대로 교육부는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을 거부하는 11개 시·도교육청에 2014년 8월 직권면직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 등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교총 동원 불복종 운동?

보고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을 진보 교육감의 전교조 비호 행위에 대한 '불복종 운동' 등 비판 활동의 주체로 세운 것이다.

실제 한국교총은 6월 16일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을 앞두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교육감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낸다. 6월 19일 전교조 법외노조 1심 판결 관련 '타 교원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해당된 판결 결과에 대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으나'라는 전제까지 달면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찬반 탄원서 제출 등으로 교육계 혼란이 가중될까 우려 된다'며 특히 전교조에 법원의 판결 존중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한국교총은 다음 날인 20일에 다시 논평을 내고 시·도교육감 당선인들의 전교조를 교육적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입장에 대해 '교육감 당선자들에게 법 준수와 법원 판결 존중을 촉구하며 학교 혼란을 발생시키는 교육감에 대한 불복종 운동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보고서의 '불복종 운동'이 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안양옥 당시 한국교총 회장은 24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전교조에 합법적 교원노조법 개정 운동과 6·27 조퇴투쟁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시·도교육감에게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는 교육감이 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진보교육감 취임 이후 7, 8월 두 달 동안 자사고 정책 등 서울시교육청 비판 성명 7개, 9시 등교와 벌점제 폐지 등과 관련 경기도 교육청 비판 성명 6개를 냈고, 첫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앞두고는 '전교조 편들기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진보교육감들의 인사를 문제 삼는 논평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타 시·도교육청 관련 논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독자적 판단에 의해 교육현장 의견을 대변한 것일 뿐 정부 측과 그 어떤 접촉도 없었다.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사회적 이슈이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요구받는 상황이었다"라면서 "보고서에 한국교총을 명기해 이런 사달을 만든 것 자체가 불쾌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총이 인성교육법안 제정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별개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보고 문건 공개에 대해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당국도 아닌 국정원이 앞서 전교조를 적대적 단체로 규정하고 탄압해온 것이 확인된 셈"이라면서 "비상식적인 절차를 통한 전교조 법외노조화 탄압은 원천 무효며, 박근혜 정권이 퇴진해야 하는 객관적 증거 하나가 드러난 것"이라는 말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희망(http://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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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교육희망>의 강성란 기자입니다.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교육 소식을 기사화 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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