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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꼬리표 신경 안 써... 그냥 연기하고 싶을 뿐"

[인터뷰] 시각장애인에 유도까지... <형>에 온몸 던진 도경수를 만나다

16.11.29 09:35최종업데이트16.11.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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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도경수를 만났다. 성실한 답변과 질문 하나하나에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호호호비치


최근 개봉한 영화 <형>을 통해 우린 도경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무대 위에서 군무를 펼칠 땐 영락없는 스타 아이돌이고, 그간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다소 진지한 모습을 보인 것과 정반대다. 유쾌해졌고, 보다 가벼워졌다.

그의 팬이라면 아마도 그 조짐을 최근 종영한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 발견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도전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도경수는 제법 몸에 힘을 뺀 연기를 보였다. <형>을 두고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운을 뗀 것도 1년 전에 찍은 <형>과 이 드라마 사이 괴리감이 좀 느껴져서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이 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 배의 부담감

영화 자체의 분위기는 밝고 감동코드도 있지만 그걸 표현하기 위한 도경수의 노력은 몇 배 이상이 필요했다. 영화 속 그의 캐릭터인 고두영은 국가대표 유도 유망주이자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인물이다. 강인한 신체와 동시에 시각장애인 연기를 동시에 준비했어야 했다. 도경수는 "많이 부담됐다"고 고백부터 했다.

영화 <형>의 한 장면. 조정석과 도경수는 극 중 형제로 등장한다. 조정석이 맡은 고두식은 사기 전과가 있는 인물이지만 동생을 향한 마음은 남다른 '츤데레' 같은 인물. 도경수는 경기 중 부상으로 시력을 잃은 고두영 역을 맡았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가 시각장애인 분들의 1000분의 1이라도 공감할 수 있을까 무척 고민됐어요. 시각장애인 체험 공간에 가서 경험도 했고, 여러 영화도 참고했어요. 알파치노의 <여인의 향기> 같은. 음, 제 나름엔 도움이 됐어요(웃음). 연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장애인 분들께 힘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했어요. 두영이가 어두운 성격이었지만 형 두식(조정석 분)을 만나며 밝아지잖아요. 거기서 공감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이 지점에서 조금의 위로나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세 살 터울의 친형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형제만이 느낄 수 있는 형제애가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물론 영화 속 정석이형은 친형과는 많이 다르지만 어렸을 때 친형과 매우 친했어요. 근데 세 살 차이라 제가 중학교 졸업할 때 바로 군대에 갔고, 이후 제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 소통할 시간이 없었죠. 제가 이제 성인이 됐는데 그 사이 시간을 형과 많이 못 가져서 아쉽네요. 형과 사는 이야기, 연애 이야기 나누는 분들 보면 부럽더라고요(웃음)."

유도 역시 촬영 직전까지 액션 스쿨을 다니며 몸에 익혔다. "솔직히 진짜 힘들었다"며 도경수는 "운동 이후 온 몸이 쑤시긴 했는데 스트레스는 풀리더라. 유도가 그렇게 짜릿한 운동인 줄 몰랐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연기하는 이유

아이돌이 연기를 한다는 세간의 부정적 혹은 편견의 시선에 도경수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 호호호비치


연기를 시작한 지 이제 3년이 돼가지만 그는 따로 연기수업을 받기보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흡수하는 편이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이지만 "<괜찮아 사랑이야>를 할 때 연기수업을 받았는데 오히려 불편함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선배들과 호흡하며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조정석은 도경수에게 좋은 선배이자 선생이기도 했다. 장면 하나하나를 조정석과 상의했던 사연을 전하며 도경수는 "훌륭한 선배들이 참 많은데 그 분들처럼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고, 그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요? 그걸 깨기 위해 노력하는 건 아니고요. 연기하고 싶고 그걸 좋아하니까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수식어를 신경 쓰진 않아요. 좋게 봐주시는 분께 감사하고, 고쳐야 할 점을 얘기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요. 사실 가수와 연기를 같이 할 때 처음엔 적응이 잘 안 됐는데 하다보니까 몸에 익더라고요. 어떤 노하우가 있기 보단 하다 보니 몸에 적응이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두영의 성격이 저와 비슷한 거 같아요. 여리면서도 지지 않으려는 모습, 자존심이 세고 욕심이 있는 모습 등요. 저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는데 종종 힘들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작품에서 제 역할이 커질수록 부담이 드는데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며 다잡고 있습니다(웃음)."

어려움을 반복해서 토로했지만 지금의 일에 대해 도경수는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렸을 적 예체능을 비롯해 요리, 목공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가던 때를 기억하며 그는 "SM에 캐스팅이 돼서 데뷔한 것도 운이 좋았고, 가수 활동에 연기에 대한 마음을 접고 있을 때 영화 <카트> 시나리오가 딱 들어와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첫 경험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셈이다.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카트>를 찍었어요. 연기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괜찮아 사랑이야> 때였고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감정을 연기하면서 느끼니 난생 처음 희열이 오더라고요. 작품 속 장면을 그래서 소중히 생각하고 있어요."

평소엔 진지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요리, 목공 등은 도경수가 즐기며 시간을 보낼 취미기도 하다. ⓒ 호호호비치


아무래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있기에 의욕 또한 강할 수밖에 없다. 도경수는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다룬 영화도 좋고, 진실하고 깊은 멜로도 좋다"며 "너무 어두운 감성이 아닌 밝은 캐릭터 또한 도전하고 싶다"고 열거했다. 이 정도면 욕심쟁이가 맞다. "관객들이 제가 출연한 영화에 웃고 우는 모습에 매우 마음이 설렌다"며 그는 "난생 처음 영화 개봉 이후 극장에 가서 일반 관객 분들 틈에서 영화를 보려고 한다"고 작은 계획 하나를 살짝 공개했다.

한창 상영 중인 <형>을 관람할 계획이라면 극장에서 살짝 옆자리를 둘러보자. 혹시 아니 도경수가 함께 그 자리에 앉아 있을지.

도경수는 요리왕?
도경수는 요리를 좋아한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만 먹는다는 게 아니라 직접 레시피를 참고해 만드는 행위까지를 포함한다. 잘하는 요리를 혹시나 해서 물으니 "된장찌개는 이미 마스터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밖에도 파스타, 경장육사, 멘부샤 등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음식까지 요리법을 섭렵했단다.

"요리 관련 예능을 많이 봐요. 셰프님들 나오는 프로들요. <냉장고를 부탁해> <쿡가대표> 등요. <삼시세끼>요? 그건 제대로 못 봤네요. 기회가 된다면 요리하는 프로에 나가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진행한) 이곳 삼청동에도 맛집이 있거든요. 거기 음식을 먹으니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그런 기분을 제 음식을 통해 전하고 싶어요(웃음)."


도경수 조정석 엑소 박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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