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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그리웠습니다 당신"

[리뷰] "정권 교체 때까지 상영하겠다"는 제작진의 패기

16.11.29 17:18최종업데이트16.11.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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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보러 갔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상영관을 찾기 힘들다고 하던데 경남 마산에서는 '리좀'이라고 하는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무현, 두 도시 이야기>와 <자백> 등을 계속 상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이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습니다.

역대 다큐 영화 흥행 4위

무현, 두도시 이야기 포스터 ⓒ 김용만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지난 10월 26일 개봉했습니다. 11월 29일 현재 누적관객수가 17만 5992명이라고 합니다. 개봉하기 전 배급비용 1억원 마련을 위해 펀딩을 진행했고 목표 금액을 초과한 1억 2천 3백만 원이 모였습니다. 국민들 성원으로 개봉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개봉 당시 전국 31개 상영관, 스크린 점유율 0.7%라는 열악한, 아주 열악한 상황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11월 21일 관객 15만을 돌파하며 역대 다큐 흥행 4위라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많은 시민들이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했고, 현재는 초반에 비해 훨씬 늘어난 100여개의 상영관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형 복합상영관인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에서 이 영화를 본격적으로 상영하지 않아 국민들의 볼 권리를 제한하는 사실이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합니다.

평일 저녁 8시에 상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줄이 길었습니다. 리좀에 이렇게 관객 분들이 줄을 선 것은 <자백>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영화를 찾아보려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전인환 감독님이 리좀을 찾았습니다. 영화 시작 전, 감독님과 조은성PD께서 인사말을 하셨습니다. 저는 몰랐으나 이미 이 전에 마산 관객 분들을 만났고, 누적관객수가 10만 명을 돌파하면 다시 리좀에서 마산 시민들을 찾아뵙겠다고 약속을 했던 모양입니다. 15만을 넘긴 시점에서 미리 찾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시더군요. 지금도 영화를 찾는 분이 많이 계시고 한분이라도 더 찾아뵙기 위해 전국을 다니고 계시다고 합니다.

조은성 PD께서는 "이 영화를 언제까지 상영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확히 답하기는 어려우나 최소한 정권이 바뀔 때까지 상영할 것"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관객 분들은 함성과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영화 시작 전 감독님께선 "영화를 재미있게 보시라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단지 의미 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화면에서나마 노무현 대통령님을 뵈니 반가웠습니다. 사실 그 전에 이 영화를 보셨던 많은 분들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하시기에 개인적으론 울지 않으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오히려 중간에 노무현 대통령님의 인간적 모습을 보며 미소가 띄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민들에게는 한없이 인자하셨으나 권력에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권력에는 한없이 단호하고 당당하게 맞서시는 모습과 그 분을 추억하는 분들의 대화모습, 그리고 그 분이 가시는 마지막 모습을 볼 때는 눈물을 참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물을 안 흘리려 했는데, 절로 나는 눈물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전인환감독(왼)과 조은성PD(오) ⓒ 김용만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지 노무현 대통령을 칭송(?)하는 뻔한 줄거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저 대통령님이 보고 싶어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의 상영시간은 95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다큐 영화치곤 그리 짧은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고 말미엔 내용이 조금 더 계속되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끝나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95분 간 이 영화는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단지 노무현 대통령의 전기를 칭송하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지역주의 타파를 꿈꾸는 한 남자와, 그 한 남자를 꿈꾸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안타깝게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었지만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촛불을 드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건 그 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과 전인환 감독님이 만났습니다. 관객들은 영화제작의 동기 등 다양한 내용을 물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 제작의 제의를 받았을 때 거절했었다"는 전 감독님은 "주위에서도 말렸고 감히 제가 뭔데 이 분의 영화를 만드는가 생각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를 보며 왜 바보 노무현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보 소리를 들으며 어떤 가치를 그렇게 추구하셨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이 부산에서 선거에 계속 떨어진 뒤 한 기자의 인터뷰 "지역주의 타파 실패하셨네요?"라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였기에 후에 하시는 분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생각으로 바보 소리 들으며 도전을 했고 결국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사회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중 저는 이 연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관객들과 만나는 전인환감독 ⓒ 김용만


요즘 많은 분들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부끄럽다고들 하십니다. 시민자유발언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올라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합니다. 그 이야기들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어른들이 용인한, 어른들이 무관심해서 만들어진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부끄럽다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들도 국민이고 어른들도 국민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데에 어른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분명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영화를 보시고 나면 왠지 모를 두근거림으로 다가옵니다.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고 싶으신 분, 대한민국의 가야할 길을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영화를 권합니다. 이 영화는 의미 있는 분명 영화입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무현 두도시 이야기 노무현 전인환 조은성 리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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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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