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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달 동안 시간이 나는대로 학교 캠퍼스에 있는 밤나무 아래에서 밤을 주웠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 밤이 그다지 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원래 야생에 있는 산밤은 들짐승들이 먹어야할 먹이입니다. 다만 학교 안에 들짐승들이 거의 없으니 대신 제가 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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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 떨어진 밤송이와 마을에서 주운 밤(1개 약 9그램)과 산에서 주은 밤(1 개 약 2 그램)입니다. 마을에서 키운 밤나무는 사람들이 품종개량으로 크게 만든 밤입니다. 두 세배는 큽니다. ⓒ 박현국
일본 간사이 지역에는 야생 산밤나무가 비교적 많습니다. 학교 캠퍼스도 원래 산이었습니다. 산을 개발하여 캠퍼스를 만들었습니다. 일부 남겨놓은 곳에 밤나무가 있어서 밤이 열리면 떨어집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이 모두 쓸어서 버리는데 아까워서 주웠습니다.
밤나무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 많습니다. 특히 일본 간사이 지역에는 야생 산밤나무가 많습니다. 학교 안뿐만 아니라 학교 둘레 산이나 먼 산길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산밤나무에서 열리는 산밤은 보통 시장에서 사먹는 밤에 비해서 크기가 작습니다. 시장성이 없습니다.
비록 산밤이 작아도 시장에서 파는 큰 밤에 비교해서 맛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답니다. 그리고 껍질이 약해서 껍질을 벗기기도 쉽습니다. 주운 산밤의 껍질을 벗기다 보면 썩은 것도 그다지 없고 달기 때문에 먹기는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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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현 미치노에키에서 만난 군밤장수입니다. 이곳에서 파는 밤은 기후현에서 난 것을 사다가 판다고 합니다. 밤 한 봉지 130 그램에 5백엔 짜리와 6백엔 짜리가 있습니다. ⓒ 박현국
대부분 원래 자연상태에서는 과일이나 열매가 크기가 작고 볼품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종개 개량을 통해서 씨앗을 개발하여 더 달고, 더, 크고, 더 먹음직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밤은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먹어왔습니다. 지금도 제사상에 밤이 빠지지 않고, 여러 가지 오래된 먹거리 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다만 일본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제사상이 없으니 밤을 제사상에는 올리지는 않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밤을 구워서 먹거나, 깐 밥을 잘라 밥에 넣어서 지어먹습니다. 군밤 장수는 한해 내내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게에 따라서 밤을 늘 구워서 파는 곳도 있고, 작은 트럭에 도구를 싣고 다니면서 밤을 구워서 파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예 구운 밤을 담아서 팔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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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현 미호뮤지엄 식당에서 맛본 가을 먹거리와 깐밤을 넣어서 지은 밤밥입니다. ⓒ 박현국
예로부터 밤을 씨로 심을 때는 밤 송이 가운데 한 가운데 난 밤을 골라서 심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 가운데 난 밤이 생김새도 바르고, 한 가운데서 영양이 고르게 들어있어서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나온 선조들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참고문헌> 정재민 외, 한국의 민속식물-전통지식과 이용, 국립수목원, 2013.12
김종원, 한국 식물 생태 보감 1 -주변에서 늘 만나는 식물, 자연과생태,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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