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죄인되지 않겠다"던 비박 의원님, 지금은요?

[취재수첩] 총선 때 결연한 의지, 탄핵 국면에서는 왜 머뭇대나

등록 2016.12.02 15:52수정 2016.12.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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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 경선에서 배제된 울산 울주군 강길부 의원이 3월 22일 오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동반 탈당한 시의원, 구의원들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당시 강의원은 ⓒ 박석철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두고 내분을 겪고 있다. 이중 새누리당 비주류, 소위 비박계의 경우 당초 탄핵을 요구하다 1일에는 '4월 퇴진과 6월 대선' 당론에 따르기로 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8개월 전 총선 때 새누리당은 공천을 두고 친박-비박 간 심한 내분을 겪었다. 하지만 당시 정가에서는 "총선이 끝나면 어차피 새누리당은 하나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보가 이를 입증해 준다.

특히 당시 친박계의 '작전'으로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한 일부 비박 후보는 이렇게 말했었다.

"계파사천이다. 국민을 두려워 하라. (나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 후손들에게 불의에 굴하지 않고 올바로 살았다는 것을 남기고 싶다."

하지만 이 약속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무색해졌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겠다" 지금은 어떠십니까?

올해 총선 때 울산 울주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당시 3선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새누리당 공천=당선' 공식이 성립했던 당시 이 지역에서 강 의원의 충격은 컸다. 그는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 등이 자신을 낙마시키고 남구청장을 지낸 김두겸 후보 공천에 앞장섰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급기야 강 의원은 총선을 20여 일 앞둔 3월 22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이 지지하는 후보가 공천되고 경선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탈락한 후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다. 외롭고 두렵기도 하지만 울주군민을 믿고 가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후손들에게 불의에 굴하지 않고 올바로 살았다는 것을 남기고 싶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고 결국 큰 표차로 새누리당 후보를 이겨 당선됐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하며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 뿐 아니라 '부역자'라며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 의원들의 퇴진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8개월 전 총선 때 친박계에 "국민을 두려워 하라"고 일갈하며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약속하던 강길부 의원은 대다수 국민의 요구인 박 대통형 탄핵에 대한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지난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6명의 울산 국회의원 중 강길부 의원(울주군)을 포함한 박맹우(남구을), 이채익(남구갑), 정갑윤(중구) 의원 등 새누리당 4명은 답변 조차 거부했다. 무소속 김종훈 (울산 동구),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의 "탄핵안 표결 전 자진사퇴" 입장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강길부 의원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1일 오후 6시 기준) 탄핵 눈치보기/주저 국회의원 126명 중 한 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총선 때 수차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 명령에 따르고 모든 것을 바치겠다"던 비박계의 결연한 의지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강길부 #비박계 #탄핵 #표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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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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