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오늘의 미국을 담은 서스펜스...<로스트 인 더스트>

[리뷰] 가장 텍사스적인 방법으로 살아남기

16.12.07 11:58최종업데이트17.01.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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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포스터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지난해 개봉한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에 대한 평은 '완벽한 서스펜스'였다. 빠른 호흡의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드니 빌뇌브 감독은 완급을 조절해가며 극도의 서스펜스를 만들었다. 차가 집을 향해 들어가는 8컷을 통해 완벽한 긴장감을 가진 오프닝씬을 만든 드니 빌뇌브. 하지만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았던 서스펜스는 단순히 영화 언어 이상의 것이었다.

영화 전반을 감도는 극도의 긴장감은 영화가 영상화되기 이전에 극본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 영화의 각본을 쓴 테일러 쉐리던의 신작이 나왔다. 영화감독보다 더 주목받은 극본가. 그의 신작 <로스트 인 더스트>다.

원제(HELL OR HIGH WATER) 그대로 영화는 텍사스의 지독한 상황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형제에 주목한다. 평생을 지켜온 땅을 모기지담보대출로 인해 은행에 빼앗기게 생긴 형제는, 가장 '텍사스 적인 방식'으로 땅을 지키려 한다. 바로 그들을 괴롭히는 은행을 터는 것. 철저한 준비 속에서 차곡차곡 계획을 실행하지만 그들 앞에 노련한 보안관이 등장한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영화는 쫓고 쫓기는 이 4명의 관계를 통해 은퇴하려던 서부극에 숨을 불어넣는다.

은행을 터는 이야기라 해도 영화는 <007>이나 <배트맨> 시리즈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죽어가는 텍사스 도시에서 그리고 황량한 텍사스의 초원에서 등장하는 4~5명의 인물만이 영화를 채울 뿐이다. 하지만 영화가 제공하는 서스펜스는 그 어떤 특수효과가 들어간 장면보다 압도적이다. 영화 전체를 품고 있는 텍사스의 황량함 그리고, 가장 미국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는 텍사스 주민들의 개성은 영화를 보는 이름 모를 긴장감을 만들어 내 관객을 옥죄어 온다. 밥 먹듯 총을 쏘아대는 서부극.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 감독 역시 컷의 완급조절을 통해 쓸쓸한 텍사스에 묻어있는 서스펜스를 포착해 낸다.

매력적으로 그려낸 텍사스 서스펜스

은행터는 형제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 영화의 가치가 더 높아진 이유는 이 영화가 현재의 미국 상황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카우보이처럼 그 누구도 그들을 도와줄 수 없기에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만,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 은행은 그동안 그들이 가꿔온 집과 농장을 책상에 앉아 빼앗으려 한다. 도시들을 생기를 잃고 사람들은 늙어버렸다. 21세기 천민자본주의 만들어 지옥 같은 현실이다. 바다를 건너온 외지인들에게 자신들이 수 세기 동안 지켜온 땅을 무기력하게 빼앗긴 그 옛날 원주민처럼, 현재의 미국인들 역시 그들의 땅을 자본에 빼앗길 운명이다. 그것이 그들이 서 있는 땅에 서려 있는 역사이다.

하지만 <로스트 인 더스트>는 그 잔인한 현실을 전복시킨다. 가장 텍사스적인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영화 내내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은행털이범과 보안관이 만나는 순간. 유약했던 동생은 더 강해져 있었다. 지옥이든 높은 파도이든(HELL OR HIGH WATER) 그가 지켜야 하는 것을 지켜내고야 말 것 표정으로 말이다. 영화는 그동안 영화 속에서 소환되지 않았던 텍사스를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소환해 내버렸다. 영화적 서스펜스와 현실감각을 모두 갖춘 채 말이다. 말 그대로 수작이다. 그것이 영화가 끝난 뒤 모래 몇 톨이 입 안에 있는 것이 기분 탓만은 아닌 이유다.

로스트인더스트 테일러 쉐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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