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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훈, 잠실 외야의 중심을 노리는 당돌한 아이

[프로야구] 뛰어난 수비와 야무진 타격으로 2017년 LG의 주전 중견수 도전장

16.12.11 10:20최종업데이트16.12.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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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지난 10월 24일로 되돌려 보자. 이날은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렸고 마산에서 2패를 당한 LG는 안방에서 시즌을 끝낼 수 없다는 각오로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LG는 선발 투수 헨리 소사까지 불펜으로 올리며 총력전을 펼쳤고 이는 마무리 임정우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9회 2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임정우는 연장 11회 초 2아웃을 잡을 때까지 30개가 넘는 공을 던졌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주자 2명을 내보낸 채 NC의 간판타자 나성범을 상대했다. 이 타석 전까지 플레이오프에서 12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나성범은 독기 어린 눈으로 타석에 들어가 임정우의 초구를 힘있게 잡아당겼다.

나성범의 타구는 잠실구장의 가장 넓은 우중간 빈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멀리서 한참을 달려온 LG의 중견수 안익훈이 나성범의 타구를 멋지게 낚아챘다. 2타점 적시타가 되어야 할 나성범의 타구는 중견수 플라이로 기록됐고 LG는 연장 11회 말 양석환의 내야 안타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LG의 어린 유망주에 불과했던 안익훈은 일약 야구 팬들이 주목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신인 때 1군에서 타율 .339를 기록한 특급 유망주

안익훈은 쟁쟁한 투수 유망주들을 제치고 LG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 LG트윈스


안익훈은 대전고 시절부터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 강한 어깨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4년 아시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돼 우승을 차지하는데 힘을 보탰다. 안익훈은 숙적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회 상대 실책으로 출루해 도루를 성공한 후 결승득점을 성공시키며 맹활약했고 대회 최우수 외야수에 뽑히기도 했다.

탈고교급 수비와 재치 있는 플레이로 일찌감치 프로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된 안익훈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드래프트 현장에는 해외파 장필준(삼성 라이온즈)이나 청소년 대표 출신의 좌완 정성곤(KT위즈) 같은 좋은 투수 자원들이 있었지만 LG의 선택은 미래의 중견수 후보 안익훈이었다.

사실 안익훈은 뛰어난 수비력에 비해 타격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LG에서도 두산 베어스의 박건우나 삼성의 구자욱처럼 일찌감치 병역의무를 마치게 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안익훈은 스프링캠프에서 감각적인 수비능력으로 양상문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고 5월 5일 두산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어린이날에 1군 무대에 데뷔한 익훈어린이).

안익훈은 주로 경기 후반 대수비 요원으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려했던 타격에서도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50경기에서 62타수 21안타를 기록한 안익훈의 타율은 무려 .339. 표본이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안익훈의 루키 시즌 타율은 8억 원의 연봉을 받는 팀의 간판타자 박용택을 능가할 정도였다(안익훈은 퓨처스 리그에서도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다).

2009년 두산의 타격코치로 재직했던 신경식 2군 타격코치는 안익훈이 '잠실 아이돌' 정수빈의 루키 시즌보다 더 뛰어난 타격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안익훈은 LG 구단과 팬들이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로 우뚝 섰고 2016년 LG의 주전 중견수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워야 한다는 시선을 무색하게 만든 고속 승진이다.

자신만의 경쟁무기로 2017년 주전 중견수 재도전

이제 야구팬들 중에서 안익훈의 수비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LG트윈스


올 시즌이 끝난 후 은퇴를 선언한 '적토마' 이병규가 일본에 진출한 2007년 이후 LG의 중견수 자리는 늘 고민스러웠다. '슈퍼소닉' 이대형(KT)은 폭발적인 주력을 이용해 넓은 수비범위를 과시했지만, 어깨가 약해 언제나 송구능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대학 시절 어깨를 다친 박용택의 송구능력도 이대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빠른 발과 정확한 타구판단능력, 강견을 두루 갖춘 안익훈이 주전 중견수로 나서 준다면 LG는 이병규 이후 가장 확실한 중견수 요원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거침없던 안익훈의 질주는 올해 잠시 제동이 걸렸다. 시범경기에서 12경기에 나서며 주전 가능성을 테스트받은 안익훈은 타율 .192(26타수 5안타) 3사사구 무도루로 부진하며 임훈에게 주전 중견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5월 중순까지 백업 중견수로 1군에서 생존하던 안익훈은 5월 22일까지 타율 .136로 부진하자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 2달 동안 실전경험을 쌓고 8월에 다시 1군 무대에 올랐을 때는 이미 LG의 중견수 자리는 김용의의 차지가 돼 있었다. 그렇게 안익훈은 김용의의 백업 요원으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물론 안익훈의 두 번째 시즌이 전혀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익훈은 후반기 한정된 기회에서 타율 .391(23타수9안타)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전반기의 부진을 어느 정도 씻었다(시즌 타율 .267).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서는 그림 같은 슈퍼 캐치로 야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물론 완벽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익훈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었던 프로 2번째 시즌이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시즌 LG의 주전 중견수는 김용의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015년 후반기에 쏠쏠한 활약을 펼친 임훈도 호시탐탐 주전 재등극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안익훈에게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익훈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 20세 유망주이고 양상문 감독이 경기 후반 가장 믿고 있는 LG 외야 최고의 수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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