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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가수가 만났다... 그리고 사건은 벌어졌다

[리뷰] 영화 <엘비스와 대통령>이 담은 실화 속 코미디

16.12.14 18:30최종업데이트16.12.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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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립기록관리처'의 문건 중 최다 열람을 자랑하는 엘비스와 닉슨의 비밀 극비 회동을 소재로 만든 영화, <엘비스와 대통령>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1950년대 혜성같이 등장해 'The King'이라 불렸던 사나이, 엘비스 프레슬리. 사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다. 넘쳐나는 게 돈이었고, 세계 어딜 가나 당연히 주목을 끌었다. 그야말로 모든 걸 얻어 아쉬울 게 없어 보였다. 그런 그가 강력히 원하는 게 있었고, 제37대 미국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을 찾아간단다.

미국과 소련, 자유세계와 공산세계로 양분된 냉전시대 속에서 미국을 이끈 리차드 닉슨은 그야말로 세계를 호령하는 'The King'이나 다름없었다. '닉슨 독트린'으로 역사에 이름을 깊이 아로새기고, 한창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1970년대 말 엘비스 프레슬리를 맞이한다.

'미국 국립 기록관리처' 문건 중 최다 열람을 자랑한다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비밀 회동. 그들은 도대체 왜 만났을까. 세기가 낳은 특이한, 어느 면에서는 위대한, 그렇지만 서로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이 말이다. 그 이야기가 영화 <엘비스와 대통령>에 담겼다.

원제는 'Elvis & Nixon'으로 대통령이 아닌 닉슨이다. 국내 관객 일부가 엘비스는 알아도 닉슨은 상대적으로 잘 모를 듯 하여, 그리고 대통령이 이슈가 되다 보니 제목을 살짝 비튼 것 같다. 아무리 서방세계의 지도자라고 해도 엘비스 프레슬리의 위상에는 모자랐을 것이다.

두 왕이 만나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전 세계 자유주의의 지도자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 그들의 만남 자체가 흥미를 자아낸다.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엘비스(마이클 섀넌 분)는 멤피스에서 워싱턴 D. C.로 날아간다. 목표는 단 하나다. '비밀 연방 요원'이 되기 위해서. 즉, FBI 요원이 되고 싶은 거다. 그는 파라마운트에서 일하고 있던 오래된 친구 제리 실링을 꾄다.

엘비스는 자신이 가진 엄청난 인기를 무기로 구구절절한 편지를 닉슨(케빈 스페이시 분)에게 전달되게끔 한다. 보좌진까지 금세 도달한 편지, 젊은 층과 남부에 인기가 없는 닉슨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을 간파한 보좌진은 비서실장마저 설득시킨다. 결국 닉슨의 책상 앞에 놓인다. 하지만 닉슨은 '딴따라' 엘비스를 거들떠도 보려 하지 않는다. 비서실장을 설득시킨 카드마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지만 금지옥엽 딸이 엘비스의 사인과 사진을 원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에 집중한다. 특히 전반부는 엘비스 프레슬리에 할애하다시피 한다. 그가 왜 비밀 요원이 되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닉슨과 비밀회동까지 하게 되는지, 그의 고뇌가 무엇인지 묘사한다. 그러면서 1970년 당시를 훑는다. 영화의 주가 되는 비밀요원 역시 그 시대 산물인 것이다.

1970년 당시는 격렬했던 68 운동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베트남전쟁 반대와 흑인인권 운동까지 절정에 치달았을 때다. 엘비스는 이런 모습에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위기를 느낀다. 그 중에서도 마약하는 이들이 가장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고는 비밀 요원이 되어 그들을 쓸어버리고자 한다.

이 황당한 엘비스의 바람은 당시로선 사회를 지탱하는 큰 줄기였다. 극한의 대립과 혁명의 불꽃이 전 세계를 휘몰아치는 가운데, 국가의 존립을 걱정하며 마약사범을 소탕하려는 '정의로운' 생각과 행동이지 않은가. 동시에 무섭고도 단순한 생각이다. 닉슨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다.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며 동맹국에서 한 발 뒤로 빼며 자국에 힘을 실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위기. 물론 그의 이름 앞에는 미국 대통령 말고도 서방세계의 지도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해야 할 생각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 그 앞에 비밀 요원이 되고 싶다며 미국을 걱정하는 전 세계 최고의 스타가 나타났으니, 크나큰 힘을 얻을 게 분명하다.

실화의 힘

영화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볼 만하지 않다. 그나마 주연을 맡은 케빈 스페이시와 마이클 섀넌의 역사 인물 따라하기가 소소한 웃음을 줄 뿐이다. 그래도 소소한 추억팔이 정도는 될 것 같다.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실화를 바탕으로, 상당 부분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엘비스와 대통령>은 코미디를 지향한다. 대놓고 웃기려는 부분은 아마 한 군데도 없을 텐데, 엘비스와 닉슨이라는 실존 인물을 생각하면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얼굴, 표정, 말투, 행동, 생각까지 완벽에 가깝게 따라하는 두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굉장히 진지하면서 웃기다.

사실 영화의 재미는 중반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두 사람의 회동을 '왕들의 만남'이라고 포장하는데 전혀 틀리지 않다. 두 명의 '왕'을 모시는 보좌진들의 모습과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시대를 이끄는 두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종종 비춰지니, 그것이 코미디의 한 요소이다. 동시에 두 사람의 인간적 면모내지는 과거의 상처도 살짝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에게 어필이 될 만한 영화는 아니다. 굉장히 엄중한 시국이었던 당시, 굉장히 엄숙한 만남이었을 거라 생각되는 이들의 회동이 이런 식의 코미디 아닌 코미디로 비춰지는 게 잘 와 닿을 것 같진 않다. 소소한 추억 팔이 정도로는 괜찮을 것 같다. 격렬한 기대만 하지 않고 본다면 적어도 실망을 하진 않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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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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