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옥타곤 떠나는 UFC 경량급의 '아이콘' 페이버

[UFC] 패킷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 선언... 역대 WEC 최다 타이틀 방어

16.12.19 14:03최종업데이트16.12.19 14:04
원고료로 응원
'캘리포니아 키드' 유라이아 페이버가 13년의 길었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전 WEC 페더급 챔피언 유라이아 페이버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골든 1 센터에서 열린 UFC on FOX 22대회에서 브래드 피켓에게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이용한 그라운드 앤 파운드 전략으로 따낸 지극히 페이버다운 승리였다.

2003년부터 프로 파이터로 활동한 페이버는 중소단체 글레디에이터 챌린지(이하 GC)를 시작으로 KOTC, WEC 등에서 챔피언을 지냈고 WEC에서는 역대 최다인 5차 방어까지 성공하며 북미 최고의 경량급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통산 전적 34승(7KO19서브미션)10패(3KO)의 전적을 남긴 페이버는 이제 팀 알파메일의 수장으로 돌아가 후배양성에 힘쓸 예정이다.

데뷔 후 13경기 만에 3개 단체 챔피언 등극

페이버는 옥타곤 밖에서는 누구보다 유쾌한 선수로 유명하다. ⓒ UFC.com


지금은 UFC가 플라이급부터 헤비급까지 8개의 체급이 촘촘하게 분류돼 있지만 불과 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UFC에서 가장 가벼운 체급은 라이트급(-70kg)이었다. 따라서 프랭키 에드가처럼 체격이 작은 선수들은 억지로 체중을 불려 라이트급에서 활동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WEC라는 단체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은 선수들이 자신의 체급을 찾아 하나, 둘 몰리면서 WEC는 어느새 '경량급의 메이저리그'로 불리게 됐다.

2003년에 중소단체 글레디에이터 챌린지를 통해 데뷔한 페이버는 3경기 만에 데이비드 벨라스케즈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고 다시 3경기 만에 KOTC의 밴텀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2006년 3월 WEC 무대로 진출해 콜 에스코베도를 2라운드 TKO로 제압하고 제2대 WEC 페더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프로 데뷔 후 13경기 만에 3개 단체에서 두 체급의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여러 단체를 오가며 활동하던 페이버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전장을 WEC무대로 정하고 타이틀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년 반 동안 5명의 도전자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챔피언으로서의 강력함을 과시했다. 페이버는 이 기간 동안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젠스 펄버를 두 번이나 꺾었고 현 UFC 밴텀급 챔피언 도미닉 크루즈도 1라운드 서브미션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하지만 페이버는 6차 방어전에서 마이크 브라운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타이틀을 빼앗겼고 2010년4월에는 현 UFC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에게 엄청난 로우킥을 연속으로 맞으며 판정패했다. 페이버는 알도전을 계기로 밴텀급 컴백을 결심했고 미즈가키 타케야와 에디 와인랜드를 차례로 제압하고 밴텀급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그 사이에 WEC는 UFC에 흡수됐고 UFC에도 페더급과 밴텀급이 신설됐다.

페이버는 2011년7월 UFC 132 대회에서 챔피언 도미닉 크루즈와 밴텀급 타이틀전을 펼쳤다. 크루즈는 이미 WEC 시절 페이버가 경기 시작 98초 만에 길로틴 초크로 제압한 상대. 하지만 4년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크루즈는 한층 성장해 있었다. 크루즈와 페이버는 경량급 경기의 진수를 선보이며 관중들을 열광시켰지만 결과는 페이버의 만장일치 판정패였다. 페이버의 UFC 첫 타이틀 도전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5번의 타이틀전과 5번의 패배, 잡히지 않았던 UFC 타이틀

헤난 바라오(왼쪽)는 페이버를 두 번이나 제압하며 페이버에게 흑역사를 제공했다. ⓒ UFC.com


여전히 밴텀급에서 정상급의 기량을 과시하던 페이버는 브라이언 보울스를 길로틴 초크로 제압하고 다시 타이틀 도전권을 얻었다. 그만큼 당시 UFC 밴텀급의 선수층이 얇기도 했지만 페이버가 팬들을 모을 수 있는 슈퍼스타였던 이유도 컸다. 크루즈의 장기 부상으로 헤난 바라오와 타이틀전을 벌인 페이버는 이번에도 바라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판정패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타이틀전에서 2회 연속 패하면서 의기소침해질 법도 했지만 페이버는 역시 '전사의 심장'을 가진 파이터였다. 페이버는 타이틀전에서 패한 후 2013년 한 해 동안 무려 4명의 선수를 차례로 제압하며 다시 한 번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타이틀전의 저주가 걸린 듯 페이버는 바라오와의 재대결에서 1라운드 3분42초 만에 허무한 TKO패를 당했다(이후 바라오는 페이버가 이끄는 팀 알파메일의 T.J.딜라쇼에게 패하며 타이틀을 빼앗겼다).

이후 UFC 밴텀급 타이틀은 바라오에서 딜라쇼, 다시 딜라쇼에서 돌아온 크루즈에게 넘어갔다. 챔피언 벨트가 정신 없이 돌고 도는 사이 페이버는 성실하게 승리를 적립했고 올해 6월 UFC 199에서 다시 한 번 크루즈에게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페이버는 5라운드 내내 크루즈의 빠른 스텝을 따라가지 못하며 고전했고 또 한 번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하며 마지막 타이틀 도전도 실패로 막을 내렸다.

페이버는 이어진 UFC203에서 지미 리베라에게 패하며 생애 첫 연패의 늪에 빠졌고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캘리포니아에서 은퇴전을 치른 페이버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피켓을 몰아 붙였고 결국 은퇴전에서 귀중한 만장일치 판정승을 따냈다. 특히 상위포지션을 차지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경기 내내 끊임없이 파운딩과 서브미션을 시도하며 경기를 끝내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WEC 역대 최다 방어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페이버는 정작 UFC에서는 한 번도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옥타곤에서 활동한 5년 9개월 동안 타이틀전을 무려 5번이나 치르며 밴텀급의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오는 31일에 열리는 UFC207대회에서는 페이버가 이끄는 팀 알파메일의 신성 코디 가브란트가 페이버를 두 번이나 울린 크루즈를 상대로 밴텀급 타이틀전을 갖는다. 비록 페이버는 현역 생활을 마감했지만 종합 격투기와 페이버의 인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UFC 유라이아 페이버 캘리포니아 키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