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염소족, 뺑소니족은 오지 마세요"

작지만 아름다운 섬, 소무의도와 정명구씨 이야기

등록 2016.12.29 17:20수정 2016.12.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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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소무의도 모습. 다리 건너편은 무의도이다 ⓒ 오문수


지인과 함께 작지만 아름다운 섬 소무의도를 다녀왔다. 소무의도는 면적 1.22㎢, 해안선 길이 2.5㎞의 조그만 섬으로 대무의도와 함께 무의도라 불렸다. 옛날 어부들이 짙은 안개를 뚫고 근처를 항해하면서 섬을 바라보면 섬이 마치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 같기도 하고 선녀가 춤추는 모습 같기도 한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소무의도는 '떼무리'로도 불리는데 조선말기에 간행된 '조선지지자료'에 기록되어 있다. 300여 년 전 박동기씨가 처음 딸 3명과 함께 들어와 섬을 개척한 뒤 기계 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면서 유씨 집성촌이 형성됐다. 현재 당산 서편에는 시조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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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의도 누리길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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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의도 앞에 있는 해녀섬. 소무의도 남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전복을 따던 해녀들이 쉬었던 섬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오문수


과거에는 주목망을 이용해 새우를 많이 어획했고 안강망 어선이 40여 척이 있을 정도로 부유했던 섬이었으며 인천상륙작전 당시에는 군병참기지로 이용됐다.

소무의도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이다. 해안절벽과 기암괴석 등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서남쪽으로 영흥도, 자월도, 덕적도, 북쪽으로는 강화도, 인천국제공항, 동쪽으로는 팔미도, 월미도, 인천대교, 송도 국제도시가 보인다. 우럭 농어, 놀래미, 광어 등이 많이 잡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소무의도에 가려면 무의도를 거쳐 소무의 인도교를 지나가야 한다. 무의도는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섬으로 육지에서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섬이다. 관광선에서 바라보니 연륙교 건설현장이 보여 머잖아 차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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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의도의 중심부인 '떼무리선착장'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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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의도 정상에서 촬영한 소무의도 인도교 모습, 건너편에 무의도 선착장이 보인다 ⓒ 오문수


떼무리 선착장과 광명항선착장을 잇는 타원형 모양의 414m, 폭 3.8m 소무의 인도교는 2011년 4월 29일에 완공됐다. 폭이 좁아 자동차가 지나다니지 못하고 자전거와 사람만 통행이 가능하다. 

소무의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무의바다누리길 8코스를 걸어야 한다.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소무의 인도교길'과 '명사의 해변길'을 따라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그물 손질하는 어부의  안내를 받아 누리 8경을 따라 걸었다. 아담하게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처음 만난 지점은 '부처깨미'로 주민들의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당제를 지냈던 곳이다. 누리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포토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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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모래와 굴껍질, 몽돌로 이루어진 250m의 몽여해수욕장 모습 ⓒ 오문수


고개를 돌려 모래와 하얀 굴 껍질, 몽돌로 이루어진 250m의 작은 몽여해수욕장이 바라보이는 언덕에서 바다를 보니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감상할 수 있었다. 소무의도는 대한민국 요지에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바다를 보니 경비정들이 눈에 띈다.

몽여해수욕장을 지나 5분여를 가니 명사의 해변이 나타났다. 안내문에는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 지인들과 함께 휴양을 즐겼던 곳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서슬 퍼런 권력이 살아있던 시절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딸인 박근혜도 여기서 휴가를 즐겼을 텐데...

군데군데 굴러다니는 돌과 쓰레기들에서 권력무상을 보았다. 옛날 사진 속 백사장은 고운모래와 깨끗한 모습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과거 우기 때는 죽은 사람들이 자주 떠밀려 왔던 슬픈 장소이기도 하다"는 글귀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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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한적한 이곳에서 휴가를 즐겼다는 '명사의 해변' 모습. 옛날 사진을 보면 깨끗한 백사장이 인상적이었는데 현재는 바위와 자갈, 쓰레기들이 굴러다녀 권력무상을 느꼈다. 보이는 건물은 소무의도를 외국자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빚을 내 샀다는 정명구 매점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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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구의 매점에는 겨울이어서인지 인형만 서있어 쓸쓸하기만 했다 ⓒ 오문수


'명사의 해변' 바닷가에는 조그만 가게가 하나 있었다. 인형으로 만들어 세워놓은 '정명구 매점' 옆에는 "빚을 내 소무의도를 외국자본으로부터 구하고 마을주민들과 지키고 있다"는 정명구씨의 호소문과 안내 간판이 서있었다. 매점에서 물건을 팔고 있으면 얘기를 주고받으며 여러 가지 얘기를 들으련만. 겨울이어서 인지 안내문만 덩그러니 서 있다. 안내문 내용이다.

"저는 재벌도 아니구요. 상속받은 재산도 아니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이 소무의도가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걸 막고 싶어 가족들이 모두 합심하여 전 재산을 담보로 빚을 내 2010년 취득하여 섬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운 소무의도 주민들과 함께 애국하는 마음으로 혼연일체 조성하고 정성껏 가꾸어 2012년 5월 3일 '무의바다 누리길'이란 이름으로 개통하여 무료로 개방한 마음까지 훈훈한 힐링 트레킹 코스입니다. 애국 국민여러분! 제가 더 큰일 하도록 추억은 남기고 쓰레기는 데리고 가요."

산주인 정명구씨의 매점 앞에는 "이 산과 바닷길로 제가 등짐지고 나르며 젊은 열정으로 일구고 가꾸어가는 작지만 큰 사랑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라는 푯말에 적힌 '소무의도 바다누리길 준수사항'이란 글귀가 재미있었다.

"의식 결여된 분은 오지마세요. 정자 점령하러 오는 술꾼, 놀음꾼, 먹꾼족, 바리바리 싸와서 먹고 가볍게 뜨는 배낭족, 가만두지 못하고 뜯고 보는 염소족. 쓰레기 몰래 흘리고 가는 먹뛰족, 바위틈 나무 틈에 박고 가는 뺑소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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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의도 관광을 마치고 인천공항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반드시 거쳐야 할 무의도 선착장 모습. 인근에서 연륙교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머잖아 역사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 오문수


정명구씨의 준수사항이 재미있었지만 공감 가는 게 많았다. 정상으로 오르는 데크 아래에는 막걸리 병과 과자 봉지가 널려있었기 때문이다. 인도교를 건너 무의도로 돌아오는 길에 군사적 요충지이자 아름다운 이곳이 혹시 외국자본에 넘어갔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해 보았다.

소무의도를 찾는 관광객 여러분! 정명구씨가 섬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꿔가도록 섬을 훼손하지 마세요.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소무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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