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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대상 후보가 아닌 강호동, 지금이 더 보기 좋다

<한끼 줍쇼> <아는 형님> <신서유기>로 증명한 강호동의 트렌드 적응력

16.12.29 20:09최종업데이트16.12.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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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연예대상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강호동은 현재  공중파 3사 어디에서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양분했던 거대 세력이었던 강호동의 파워와 입지는 예전만큼 강력하지 못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강호동의 전성기 시절보다 지금 강호동은 훨씬 더 대중친화적이다. 체력과 폭발력을 자랑하던 전성기 시절의 강호동은 존재감은 컸지만 그만큼 대중의 피로도도 함께 몰고 다녔다. 큰 목소리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힘을 바탕으로 통솔하는 형태의 진행방식은 부드럽고 배려 넘치는 유재석의 진행방식에 비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강호동은 그 때보다 훨씬 약하지만 그만큼 편안하다. 강호동이 선보이는 예능인 제 2기,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10월 JTBC에서 시작한 예능 <한끼줍쇼>에서 강호동은 일반 가정집을 찾아다니며 한끼를 구걸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아무래도 방송 출연이나 집공개 등을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의 태도는 생각보다 냉랭하다. 이경규, 강호동의 이름값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끼를 얻어먹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호동은 한끼를 먹기 위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양해를 구하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강호동같은 스타가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는 철저히 낮은 자세로 임한다.

강호동과 이경규의 <한끼줍쇼> 폭발력 보다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JTBC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강호동이 이경규와 함께 방송에 나섰다는 것이다. 강호동은 전성기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프로그램을 이끄는 메인 진행자 캐릭터다. 그런 그가 이경규라는 또 다른 메인 진행자와 함께 방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강호동을 예능에 데뷔시킨 것으로 알려진 이경규는 강호동과 이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다. 그러나 그들은 그 친분을 이용하여 방송을 하거나 이익을 보려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함께 방송을 시작한 시점은 강호동 브랜드를 철저히 이용할 수 없는 때였다. 그 누구도 그 둘의 만남을 꼼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방송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예능인 둘이 뭉쳤다는 것이 새로울 뿐이다.

<한끼줍쇼>는 여러모로 강호동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스로 부담감을 스스로에게 지우고 방송하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예전 진행 방식을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주변 상황에 기댄다. 이경규라는 또 다른 걸출한 예능인도 그렇지만, 자신이 중심이 되기 보다는 일반인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한끼줍쇼>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또 먹방인가 싶었지만 포인트는 먹방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한 끼를 먹기 위해 가정집을 돌아다니면서 받아야 하는 감정, 그리고 마침내 따듯한 한끼를 먹게 되었을 때의 따듯함이 포인트다. 그들이 거절 당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그들에게 기꺼이 한끼를 선사해 주는 시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떻게 보면 힐링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화끈한 한 방은 없지만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한끼줍쇼>는 시청률 4.9%(닐슨코리아제공)를 기록했다. 케이블 예능의 놀라운 성과다.

강호동의 진행 스타일은 확실히 변화했지만 그만큼 편안하다 ⓒ JTBC


강호동이 내려놓기를 결정한 것은 <한끼줍쇼>가 처음이 아니다. <아는 형님>에서도 강호동은 메인이 되려 노력하지 않는다. 단순히 힘과 장악력으로 압도한 과거처럼 부담을 느끼지 않고,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희철이나 민경훈 등의 캐릭터가 빛을 발하는 과정을 뒤에서 떠받치는 것이다. 여전히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의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다른 캐릭터들이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오히려 진행보다는 동생들에게 면박이나 무시를 당하면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연출한다. 그런 내려놓음은 <아는 형님>의 독특한 분위기에 제격으로 맞아 떨어졌다. 강호동의 존재감은 약해졌을지 모르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신서유기>역시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였다. TV채널이 아닌 인터넷 채널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이 강호동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영석 PD와 예전 1박2일 멤버들에 대한 믿음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강호동을 인터넷 방송의 세계로 인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강호동은 확실히 중심에 서 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애써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예전보다 힘은 줄었지만 편안한 스타일의 진행은 강호동이 새로운 트렌드에 누구보다 적합한 예능인임을 시사하는 점이다.

이처럼 강호동은 자신의 캐릭터를 재정비하고 다시금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에 확실히 적응했다. 케이블과 인터넷 방송, 그 어느것도 강호동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강호동이 트렌디한 인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분위기에 적응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의 용어나 형식이 나오면 강호동은 모른다고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나 강호동은 결코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강호동은 꾸준히 히트작을 내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연예대상 후보에 오르는 일 보다 어쩌면 더 큰 강호동의 한 방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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