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겨냥한 JTBC, '상술'이어도 나쁘지 않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67]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등록 2016.12.30 16:35수정 2016.12.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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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올해의 언론 보도는 크게 총선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총선 전 보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상파에서는 북풍 몰이가 등장했고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는 뉴스와 시사토크쇼를 통해 야권 편가르기와 새누리당 감싸기를 했다. 총선 후에는 최소한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하반기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국민은 주말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을 들었고 그 결과 지난 9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여기에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언론 보도를 돌아보고자 지난 26일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은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엉망'인 지상파, '기가 막히는'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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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 이영광


-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올 한해 언론 보도 어땠는지 총평해주세요.
"올해 언론 보도는 우선 총선 전과 후로 나뉩니다. 총선 이전에는 새누리당 압승을 예상하는 분위기였고 그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독재에 가까운 정책이 계속되고 있었죠. 그런데 공영방송과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 그리고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전혀 비판하지 않았어요. 정부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방어적인 보도를 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야권이 승리하자 언론 보도가 미세하게 달라졌어요. TV조선조차도 이전보다는 기계적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시도가 보입니다. 이전에 완벽하게 한쪽에 줄을 서던 많은 언론이 야권과 국민의 눈치를 보는 듯한 변화가 있었죠.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말이 드러나기 전까지 극단적인 편향성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겨레와 JTBC가 박근혜-최순실 국정 파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보도한 이후, 공영방송이 최순실 특별취재팀을 꾸려 보도를 하겠다고 나섰기도 했지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는 사실상 여전히 청와대 감싸기 보도를 하고 있다고 평가되네요.

전반적으로 보면 노동, 환경, 문화 등 여러 이슈 중 유난히 언론의 중요성이 두드러졌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드러나게 한 것도 언론이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존재할 수 있도록 침묵하고 부역한 것도 언론이잖아요. 그래서 2016년은 아무래도 제대로 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준 한해 같습니다. 언론 부역자 천국인가 싶게 나쁜 보도도 굉장히 많았고요."


- 올해 상반기엔 20대 총선이 있었어요. 지상파와 종편은 여론몰이를 하기도 했는데요.  
"맞아요. 총선은 지상파의 북풍 몰이 그리고 종편의 새누리당 홍보, 더불어민주당 흠집 내기, 국민의당 띄우기가 심각한 수준이었죠. 방송사마다 약간의 차이점은 있었어요. KBS가 북풍 몰이에 몰두했다면 MBC는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편향성이 문제였고, 종편은 보다 노골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비아냥거리거나 새누리당 홍보국 같은 모습을 보였지요."

- 하반기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최대 이슈였어요. 언론의 역할이 컸던 것 같아요. 특히 종편인 JTBC와 TV조선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지금 이 기자도 TV조선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셨잖아요. 보수단체에서도 TV조선을 많이 비판합니다. 하지만 이건 오해라고 봅니다. TV조선이 7월에 미르재단 관련해서 보도를 한 건 사실이지만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올 때까지 최순실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어요. 미르재단에 대한 보도도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한겨레가 9월 20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처음 보도하면서 '최순실'이라는 실명을 공개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전부터 최순실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지만 계속 침묵하다 JTBC 보도 이후에야 슬슬 정보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TV조선이 분명히 처음 미르재단 문제를 보도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고영태씨가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나와서 '2년 전에 TV조선에 제보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어디까지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최순실에 대해 취재해놓고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TV조선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려워요."

- 송희영 주필과 관련한 논란이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요?
"네 그럴 수 있죠. 그럼 괜찮은 건가요? 언론사가 외압에 굴복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할 정보를 알면서도 감춘 거잖아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흥정하는 것은 언론사로서 적절한 태도가 아니죠. 물론 <세계일보>도 정윤회 문건 보도 후 사장이 교체되는 등 압박이 커서 이후 후속보도를 전혀 못 했습니다.

하지만 TV조선과는 경우가 다릅니다. 특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이 점이에요. TV조선이나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지만, 그것이 JTBC와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실제 보도를 보면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만 비판하지,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흔드는 보도를 이어갑니다. 그 와중에 국정교과서 문제, 한일 '위안부' 합의나 사드 배치, 한일 군사비밀 보호 협정 체결 등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입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박 대통령과 권력싸움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여전합니다."

- JTBC는 어떤가요? 일각에서는 JTBC의 모습이 상술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지상파와 종편이 모두 보수층을 겨냥한 방송을 하면 진보층은 볼 방송이 없으니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란 거죠.
"많은 사람이 종편 개국할 때 '조중동 신문이 조중동 방송을 만들어서 보수 담론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지금 JTBC가 손석희 사장을 영입해서 뜻밖의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공영방송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JTBC는 매우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전 JTBC의 이런 변화가 상술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JTBC가 양쪽에 보험을 들었다'는 주장도 하죠. 즉 중앙일보는 보수에 줄을 대고 JTBC는 야권 쪽에 줄을 대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중앙일보와 JTBC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고도의 꼼수라는 것이죠. 그러나 그들의 속내가 무엇이든 저는 일단 현 상황에서 JTBC 보도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궁금한 질문을 던지고 풀어내는 상황 자체를 그대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JTBC가 향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이대로 감시해야 합니다. 사측에서 JTBC 보도에 개입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면 막아내야 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저는 현 JTBC 보도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요. 미리 예단해서 흠집 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같은 보도를 계속할 수 있게 응원하고 그렇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 철저하게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민언련에서 '종편 때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잖아요. 종편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JTBC의 경우 공정한 언론이란 이미지로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종편도 나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인데, 어떤가요?
"JTBC 경우 공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인정해 줘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나머지 종편 중에서 TV조선은 최근 최순실 관련 보도를 했고 JTBC 보도 이후에도 꾸준히 자잘한 특종을 이어나가고 있잖아요. 언론사로서 취재력이 자리 잡은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시사 토크쇼의 경우 초창기나 지금이나 여전히 막말이나 편향적인 내용이 많아요. 술 마시고 하는 시사 잡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계속한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해요. 변화를 가져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아요.

특히 시사토크쇼에 심층적인 분석이 없습니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사안이 터지자마자 속보 제목만 보고 마구 즉흥적인 인상 비평을 합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토크'라고 하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이건 시사토크가 아니라 잡담이죠. 그리고 재현 프로그램의 선정성이나 쇼닥터들이 나와 쓸데없이 많은 건강 정보를 주는 프로그램도 문제였습니다.

처음 종편을 허가해줬을 때 돈 안 드는 시사토크쇼로 편성을 도배하는 것과 극단적인 상업성을 우려했는데요. 실제 지금 종편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콘텐츠에 투자해서 드라마도 만들고 질 좋은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야 하는데 매일 토크만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종편이 자리 잡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 하지만 시청률은 제법 나오잖아요.
"개국 당시에 비해 시청률이 엄청 늘어난 것은 사실이죠. 다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시청률만 좀 높아졌다고 방송에 대한 평가를 끝낼 순 없죠. 특히 종편에게는 우리 사회가 동의하지도 않는 높은 수준의 다양한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그럼 최소한 그 정도의 역할을 해야죠. 종편은 재승인을 통해서 엄중하게 검증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청률이 조금 높아졌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 종편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전직 국회의원이 진행이나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종편이 전직 국회의원의 생계수단이냐'는 비판도 있어요.
"글쎄요. 전직 국회의원과 종편의 이해관계가 맞는 건 사실이죠. 종편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대변인 출신 등이 말도 잘하고 인지도도 높으니 출연시키면 좋은 것이고요.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방송을 통해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잖아요. 다만 야당 인사들은 진보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 출연한다고 하시지만, 실제 방송에서 그런 효과를 보는 경우를 별로 못 봤어요. 여전히 진행자나 출연자의 구성이 편향적이고, 야권 측 사람이 나올 경우 발언권을 제한하거나 조롱하는 식의 진행을 하는 앵커들도 있습니다. 차라리 팟캐스트에 나가셔서 정공법으로 소통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종편에 대해서 하나만 더 묻고 싶은데요. 종편은 전국 뉴스만 다루고 지역 뉴스를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문제 아닐까요.
"문제 맞습니다. 종편이 지역방송을 만들지 않고 전국에 송출하는 형태도 사실은 특혜거든요. 이 또한 앞으로 종편에 대해 제대로 요구하고 개선해야 할 사안이라고 봅니다."

- 종편의 문제점을 많이 얘기하지만, 지상파 방송도 종편과 차이가 없잖아요. 오히려 종편이 낫다고도 하죠.
"맞아요. 지상파 보도가 엉망입니다. 종편이 오히려 더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고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상파 보도가 또 분명 다른 건 있어요. 종편 뉴스에선 '뭐 이런 걸 뉴스에서 다루나'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히는 수준의 보도가 있습니다. 지상파는 아무리 망가졌어도 아직 그런 보도는 안 합니다. 하지만 지상파 보도가 지금 국민의 눈과 귀를 다 가리고 청와대 감싸기에 급급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매우 편파적입니다.

'태블릿PC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사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만들어내는 프레임이잖아요. 이를 통해서 정국을 바꿔보겠다는 어리석은 꼼수를 부리는 건데, MBC가 이런 관점을 정확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최소한 종편은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 아니다'라고 보도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녁 종합 뉴스만 놓고 보면 종편이 지상파보다 훨씬 볼만한 보도를 내놓습니다."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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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이 <오마이뉴스> 이영광 시민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이영광


- 올해 박근혜 대통령을 찬양하거나 미화하는 보도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올해는 집권 4년 차고,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국면이 조성됐습니다.
"총선 전에는 대통령을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보도가 많았잖아요. 총선 후에 언론 보도가 달라졌는지, 앞에서도 얘기했는데 사실 변한 게 없어요.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미흡했고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비판하는 보도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전과 똑같이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 정리해주고 의미를 강조해서 '빠른 사과를 한 것은 빨리 수습하려는 것'이란 식으로 미화하죠. 사실상 변화가 없었어요. 그나마 최순실이 구속되는 등 더 이상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을 때나 겨우 보도를 했지 큰 차이는 없었어요."

- 그런 문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 발의됐어요.
"빨리 통과돼야죠. 이 법이 새누리당 때문에 통과되기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민주당도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지난번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말했었는데요. 혹여 민주당이 '앞으로 우리가 집권할 텐데 굳이 법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떻게든 공영방송 장악의 악순환을 끊고 공영방송이 국민 눈치를 보는 문화와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 내년에 조기 대선이 시작되면 언론의 감시가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요.
"네, 철저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언련은 '종편 때찌 프로젝트'로 어떤 선거 때보다 물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언론 감시는 정말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합니다. 모니터 보고서를 만드는 건 기본인 거고 그 이상의 구체적 활동을 기획해서 대응하겠습니다. 방송심의를 넣는 것은 최소한 한 달 이후에나 사후적 조치가 취해집니다. 그 이전에 언론 모니터링 결과를 국민과 빨리 나누고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항의하는 등 언론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김언경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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