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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순수한 사랑... 혹시 믿으시나요?

[리뷰]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이 건넨 따뜻함

16.12.30 17:51최종업데이트16.12.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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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 AD 406


추운 겨울엔 따스하고 달달한 이야기가 당긴다. 이불 속 온기처럼 누구나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스토리. 오후의 낮잠처럼 아스라한 이야기. 차태현 표 로맨스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가 바로 그런 영화다.

코미디 로맨스에 달인 차태현을 앞세운 영화. 이번에는 배우들부터 빵빵하다. 상대역은 로코의 새로운 강자로 불리는 서현진이다. 여기에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홀린 김유정까지. 곧 삼각편대다. 성동일, 박근형, 선우용녀도 함께 한다. 이쯤 되면 최강출연진이다.

사랑 위한 고군분투

차태현의 상대 역으로 등장한 로코의 여와, 서현진. ⓒ AD 406


영화 시작과 함께 주인공 이형(차태현 분)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것도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러 가는 중이었다. 사고 여파로 정신을 잃은 이형. 그런데 깨어나 보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여고생이다. 멘붕이 왔다. 그런 그를 믿어주는 건 엉뚱한 상상력을 가진 여고생 스컬리(김유정 분)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차태현이 몸을 빌린 이 여고생. 임신 중이다. 미혼모가 될 위기에 처한 것. 전교 1등이라는 학생이 어쩌다 이런 일을 벌였는지, 갑갑하다. 이형은 아이를 지워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고민이 이어지다 선택한 순간, 다른 몸으로 이동한다.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 이형. 이번엔 이혼위기에 처한 중년의 남자 형사다. 남편이 미운 아내는 대화도 싫다며, 카톡으로 할 이야기를 전하는 냉전 상태. 어쨌든 이번에도 사랑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음은 배나온 노총각 선생님이다. 순수하지만, 사랑에 서툰 이 사람도 사랑을 찾는다. 마지막 치매 걸린 할머니다. 남편이 아닌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할머니. 그런 아내를 고운 눈길로 보듬어주는 남편. 이형은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위해 마음을 내어준다.

이제 자신의 문제다. 병원에서 의식을 잃은 이형을 돌보고 있는 현경(서현진 분). 가수를 꿈꾸는 그녀는 심한 무대공포증이 있다. 그런 그녀를 위해 이형은 친구의 몸을 빌린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무대를 채운다.

사랑에 서툰 각 세대의 모습이 잘 그려져

박근형, 선우용녀의 연기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 AD 406


코미디 영화라고 소개되지만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른바 힐링 영화에 가깝다. 오랜만에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가 찾아온 느낌이다.

영화는 내내 따스함을 유지하지만, 곳곳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적 이면들을 잘 표현해냈다.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미혼모 학생, 대화가 끊긴 부부, 모태 솔로, 치매를 앓는 노인 등 다양하다. 각 세대의 아픔과 외로움을 가진 인물들이 빚어내는 에피소드들은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때문에 외롭지만, 외롭다고 말할 수 없는 이들에게 공감을 살 법하다.

영화가 그려낸 것은 서툴지만 순수한 사랑이다. 한 발 느리지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시시각각 업데이트 되는 SNS보다는, 하모니카와 통기타의 울림이 묻어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에 지친 이들에게는 위로의 시간이 될듯하다. 

울림 있는 연기와 음악이 어우러지다

여고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연기해낸 차태현의 노력이 오롯이 담겨있다. 특히 자신이 아닌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부인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박근형 씨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절절한 이야기와 연기가 어우러져 울컥 눈물샘을 자극한다. 실제 사연처럼 느끼게 하는 연기력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영화는 유재하의 노래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그의 노래가 함께 한다. 작곡과 작사, 편곡까지 소화한 국내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유재하는 지난 1987년 교통사고로 하늘로 향했다. 그의 나이 고작 25세였다.

데뷔 앨범이자 유작이 된 '사랑하기 때문에'가 김광진, 신승훈 등 후배 음악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이제 30년 만에 스크린 속에서도 그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연출을 맡은 주지홍 감독은 "유재하의 노래를 통해서 우리 영화를 그 노래와 같은 느낌으로 끌어가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영화는 자극적이고 화려하진 않다. 수채화의 담백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주변의 사람들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동시에 영화를 통해 유재하와 그의 음악을 다시 기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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