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악당'이 김기춘이 아니라고?

[2016년 총정리] '올해의 어워드'와 '말말말'

등록 2016.12.31 21:35수정 2016.12.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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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이란 표현은 그냥 '나이브'한 거다. 올 한해야말로 격변의 한 해였고, 변혁의 단초를 이뤄내는 2016년 병신년이라 평가해야 마땅하다. 역대 최악의,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이 '헬조선'을 만든 장본인들, 즉 대통령, 정부여당, 언론, 검찰, 재벌의 맨얼굴을 고스란히 목도했고, 광장에서 민의를 다지며 더 단단해져 갔다. 절망 속에 희망을 꽃 피우고 있는 것도 결국 국민인 셈이다.

그 격변의 2016년을 올해의 부문별(?) 수상자를 꼽고 관련된 '결정적 말말말'로 정리해 봤다. 누구는 분노를 자아내고, 또 누구들은 눈물을 짓게 하며, 또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을 기약하게 만드는 인물들이다.

그 중 '올해의 인물'은 어쩔 수 없이 '대통령 박근혜'에서 '피의자 박근혜'로 신분이 바뀌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이 '직무정지' 대통령이 남겨준 극복 가능한 숙제들을 극복 가능한 숙제를 곱씹으면서 2016년 한 해를 정리해 보자.   

[올해의 피의자]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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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당일 중대본 방문한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세월호참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아직까지도, 참담하다. 국민들을 패닉과 자괴감의 늪으로 빠트린 박근혜 대통령의 '자괴감' 담화는 두고두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렇게, '득표율 51.6%' 대통령이 '지지율 4%' 대통령으로 몰락했다. 창조경제, 문화융성은 차치하더라도, 테러방지법부터 역사 국정교과서까지 정책 하나하나 대통령 스스로가 자초하고 예견된 몰락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임을 가리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세월호 당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와 같은 '번역기'가 필요한 말을 흘리며 구속만은 면하려 발버둥 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아버지가 만든 '박정희 체제'를 종식시키고 있는 이 '역사적인'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달아 드려야 할 것은 '탄핵'과 '구속'의 양날개가 아닐까. 


[올해의 모녀] 최순실-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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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능력이 없으면 니 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구속된 최순실은 구치소 청문회를 위해 만난 국회의원들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특히나 딸 정유라의 얘기가 나올 때면 그렇게 약해지더란다. 외동딸을 일류 승마선수로 만들어주기 위해 대통령을 채근하고 삼성에게 거액을 요구했던 어머니 최순실은 지금 '적색 수배자'로 전락한 딸의 근황이 가장 궁금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정유라는 국민들에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알리는 서막을 제공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이 언론과 학생들에 의해 까발려졌고, 국민들의 공분이 촛불집회에 불을 붙이며 언론을 추동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아버지 최태민으로부터 이어져온 인간 박근혜와의 연이나 재산 축적 결과, 국정농단 혐의까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눈물 겨운(?)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돈지랄' 활약 역시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올해의 '참'법안]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부패로 성장하는 나라는 없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이 한 마디만큼 '김영란법'에 대한 적확한 설명도 없으리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헌으로 결정되면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이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보수언론, 경제지, 종편 할 것 없이 벌벌 떨며 유난히도 호들갑을 떨었지만, 일단 '10만 원', '5만 원', '3만 원'이란 액수는 국민들 뇌리에 깊게 각인되기 시작했고 할 수 있다.

뿌리 깊은 한국사회의 부패는 OECD 가입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전 세계가 알아주는 수준 아니었나. 부패 청산을 위한 멀고도 고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 '청탁·접대문화'를 종식시키고, '학연·지연·혈연'의 '인맥문화'를 끊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김영란법'이 '부패 없는 대한민국'의 주춧돌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들이 현실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올해의 애도] 강남역 살인사건, 구의역 사망사고, 백남기 농민 사망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여성차별 살인이다."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어느 SNS 사용자의 일갈이다. 이를 구의역 사망사고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적용해 보면, "지하철 사고가 아니라 비정규직 사회적 타살이다"와 "사망 사고가 아니라 경찰에 의한 살인이다"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꽃다운 나이의 여성의, 비정규직 청년 남성의,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농민의 죽음은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차별과 여성혐오 사회 분위기를, 구의역사망사고는 비정규직과 노동문제를, 백남기 농민 사망은 공권력의 폭력과 박근혜 정권의 노동 탄압 문제를 환기시켰다. 또 이는 모두 '헬조선'을 유지시키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환기로 이어졌다. 다시 한 번, 안타까운 죽음 앞에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올해의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

"언젠가 곧 누군가가 유리 천장을 깨길 바랍니다."

트럼프는, 너무 말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오늘도 계속해서 트위터에서 짹짹거리며 대통령 당선자의 말을 받아서야 하는 미 언론들을 괴롭히는 중이다. 그래서 바로 저,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 수락 연설에서 한 한 마디가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미국은 첫 번째 '여성대통령'을 탄생시킬 수 있던 기회를 스스로 밀쳐내 버렸다.

트럼프의 당선에 많은 분석이 잇따랐지만, 기존 미 정치시스템에 대한 혐오가 트럼프 후보에 대한 혐오를 이긴 것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이 예견(?)한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화됐고, 영국은 '브렉시트'를 선택했고, 대한민국은 박 대통령을 탄핵 심판 중이다. 바야흐로, 격동의 지구촌이다.

[올해의 다큐멘터리]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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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도중 기침하고 있다. ⓒ 남소연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최순실 청문회'를 통해 '스까요정'으로 등극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는 이런 독설을 날렸다. 그렇다. 천당에 가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악당'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인 국정농단 사태의 주요 종범이자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인물이요,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부역해 한국 현대사에 악영향을 미친 주요 순간에 등장하는 '악당'이라 할 만하다.

MBC에서 해직 당한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연출한 <자백>은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조명하는 동시에 이 악당 김기춘의 과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국회 청문회장이 아닌 인천공항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최승호 PD를 피하는 김기춘 전 실장의 얼굴은 '악의 평범성'을 현현하는 명장면이다. 김기춘이 주연을 맡은 이 <자백>, 꼭 보시라.     

[올해의 대기업 오너] 삼성 이재용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경영권을) 얼마든지 넘기겠습니다."

의아스럽다. 아니 용감하다. 청문회장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은 이 말 한 마디로 한국의 경제계 인사 모두에게 '의문의 1패'를 날렸다. 이재용 부회장의 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경제계의 박근혜'라 불리는 이 부회장보다 훌륭한 경영인이 한국엔 없다는 뜻이 된다. 어찌됐건, 삼성은 여전히 대한민국 1등 기업이긴 하다.  

정유라의 말을 사주느라 최순실에게 넘긴 거래액도 1등이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쏟아 부은 뇌물도 1등이요, 감히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슬쩍 하는 대담함도 1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삼성의 갤럭시는 세계인들로부터 명망을 잃어 갔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이재용 부회장은 약속부터 지키시라. 청문회장에서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던 그 약속 말이다.  

[올해의 '값진' 패배] 이세돌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닙니다."

올 한해, 이처럼 감동을 준 패배가 또 있을까. 월드컵도 없었다. 하계 올림픽은 지지부진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은 그래서 더더욱 '국민적 스포츠'로 열광을 받았다. 비록 인간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였지만, 이세돌의 노력과 끈기는 인간의 패배는 아니라던 그의 소감만큼이나 값진 1승으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더욱이,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대결은 인공지능에 대한 넓고 다양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과학과 인문학계를 비롯한 각 학계에서 다양한 해석을 분출시키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 이세돌은 그의 인생 철학와 함께 가정사가 조명 받으면서 특히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값진 1승, 아름다운 패배가 아닐 수 없다.

[올해의 언론] JTBC <뉴스룸>

"내일도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 한 해, 유독 이 손석희 앵커의 클로징 멘트로 평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뉴스룸>의 태블릿PC 보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결정적인 국면을 열어젖혔고, 촛불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이 됐다. 그러는 사이, 회복불가의 종편들은 둘째 치더라도, KBS와 MBC는 지상파로서의 책무를 철저하게 저버린 '부역언론'으로서 국민들에게 '퇴출' 대상으로 떠올랐다. 촛불광장에서 쫓겨난 MBC, KBS 기자들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JTBC 보도부문의 활약은 국정농단 사태 보도로 만개했다고 할 수 있다. 올 연말 각종 언론 분야 상을 독식하다시피 했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매달 뽑는 보도상의 단골손님이었다.

이 <뉴스룸>의 영향력과 신뢰도, 시청률 상승은 <썰전>의 인기로, 채널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졌고, SBS 역시 최근 뉴스 개편을 발표하는 등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JTBC <뉴스룸>이 "내년에도 최선을 다할지" 지켜보는 중이다.

[올해의 인물]
1000만 촛불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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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소망 담은 '촛불'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즉각퇴진 9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을 모아두고 있다. ⓒ 권우성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 하지 않는다."

1000만 시민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대한민국 역사의 기록적인 한 페이지로 남을 이 장관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헌법적 권리 주체'로서의 재탄생한 촛불시민들은 2017년을 새롭게 열어 나가고 있다. 정치권을, 공권력을, 언론을, 재벌을 직접 압박하면서 말이다. 훗날 우리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동시대를 좀 더 사람답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촛불을 든 시민들 모두가 '올해의 인물'이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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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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