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촛불의 힘, 이제 평등사회 만드는 데 쓰자"

시민 수천 명 모여 "즉각 퇴진" 외쳐...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철폐" 한목소리

등록 2016.12.31 19:52수정 2016.12.3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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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울산시민대회에서 윤종오(울산 북구) 김종훈 (울산 동구)의원이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박석철


2016년의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5시부터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선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제 8차 울산시민대회가 시작됐지만, 바람이 세찼다. 촛불집회 주최측인 울산시민행동은 찬바람을 걱정했다.

하지만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5시 30분이 되자 참가자가 수천 명에 이르렀다. 가족단위로 온 시민,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는 함께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정권 즉각퇴진'과 '조기탄핵', 그리고 새누리당을 지칭하면서 '적폐 청산'을 외쳤다.

한 번에 3명이 무대에 올라 시국발언을 하면 뒤이어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동해누리의 '진혼', 그룹 '포시크루'와 '포스걸스'의 안무와 랩, 무용가 김소영의 '가시리' 공연 등이 이어졌다.

이날 울산시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탄핵을 성사시켜 이제 촛불의 힘을 우리사회가 평등해지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데 사용하자'는 의견을 주로 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년에도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촛불 힘으로 평등사회를... 내년에도 더 높이 촛불 들자"

울산에서는 지난 22일 지역의 주력산업인 조선분야 현대중공업 노조가 13년만에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재가입을 성사시키면서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노동개혁 강행과 재벌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힘든 한해를 보낸 노동자들의 시국발언이 많았다.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이며 대의원인 30대 중반 한 노동자는 그동안 자신들이 사회 일각의 따가운 눈총을 받다, 우여곡절 끝에 13년만에 민주노총에 재가입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나는 친노(무현)도, 노무현재단에 회비를 내는 사람도 아니지만 생각나는대로 움직이고 싶어 오늘 아침 봉하마을에 갔다왔다"면서 "봉하마을 방문에서, 그가 살아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곧 이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은 5만5천여 종사자 중 4만여 명이 비정규직이다. 현장에서 나오는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싫다"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함께 뭉쳐야 한다. 나와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은 대한민국 전체가 차별없는 사업장이 되기 위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다가 썩지 않는 것은 3% 소금 때문인데, 대한민국을 그나마 덜 썩게 하는 것은 여기 모인 시민들과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 3%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해 참가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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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울산시민대회에서 시민들이 '황교안 사퇴' 를 요구하고 있다 ⓒ 박석철


이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비정규직 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 받아왔다"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되고 8개월째 현대차 정문앞에서 농성중이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정몽구 회장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문 앞 도로가에 농성 비닐천막을 치는데 경찰 30명이 넘게 와서 현행범이라며 데려갔다. 그리고는 48시간을 꽉 채워서야 경찰서에서 내 보내줬다"면서 "시민여러분이 탄압받는 비정규직을 위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발언대에 오른 농서초등학교 서민태 교사는 자신이 탈핵시민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제 촛불의 힘이 어디로 갈까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그 첫째가 평등이다. 임금근로자 상위, 하위 간 차이가 너무 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는 절대 바른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우리학교 학생들이 많이 왔는데,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서 이처럼 차별 받는다면 교사인 내가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두 번째는 탈핵이다,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원전이 많은 울산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망한다. 후손에게 재앙을 물려줄 수 없다. 당당, 당장 원전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촛불의 힘이 가야할 세 번째는 통일이다. 북한의 노동력과 우리 자본력을 합하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미래는 통일에서 온다"고 밝혔다.

춘해보건대학교 허민아 학생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을 강제철거하는 등 정부가 일본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면서 "지난달 처음으로 수요집회에 참여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들의 요구가 진정 무엇인지를 보고 느꼈다. 오늘 촛불집회에 나온 이유다"라고 말했다.

울산시민들은 오후 7시부터는 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로 대동놀이를 했다. 시민들은 맞잡은 손으로 "내년에도 촛불을 더 높이 들 것"을 약속했다.
#울산촛불집회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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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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