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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실패해도 괜찮아... 꿈꾼다면

[리뷰] 현실을 살아가는 이상주의자들에게 건네는 위로 <라라랜드>

17.01.11 16:44최종업데이트17.01.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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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는 다양한 감정을 부르는 영화입니다. 좋은 뮤지컬 영화라는 정보만을 가지고 <라라랜드>를 보게 된 관객들을 당황하게 했다가, 몰입시켰다가 영화가 끝난 후에는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흐르는 OST를 듣는 동안 영화를 곱씹어보며 관객들은 잔잔한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두 이상주의자의 사랑

영화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 각자 꿈을 꾸며 사는 이들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사랑에 빠진다. ⓒ 판씨네마㈜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은 모두 이상주의자입니다. 시대에 발맞추지 못해 도태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아날로그형 인간입니다. 그들의 꿈 또한 현실에 비추어보면 허황해 보입니다.

젊은 그들은 현실과 타협하기를 거부했고, 이런 공통점이 그들을 연인으로 맺어주었지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꿈을 가진 그들은 서로 좌절하지 않도록 응원을 해주고 다독여줍니다. 그런 그들도 현실에 벽을 바로 앞에 마주하게 됩니다. 세바스찬의 현실은 둘의 만남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같이 살면서도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상황에 한계를 느낀 세바스찬은 자신의 고집을 포기하고 음악적 타협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자신을 속입니다.

미아의 현실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평가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고, 관객이 많이 오는 건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눈앞에 보이는 적은 관객, 적나라한 혹평에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현실의 벽 앞에서 이렇게 둘의 꿈은 사라지고, 사랑 또한 깨지게 될 것만 같았지요. 하지만 다시 기회는 찾아오고, 이 계기로 둘은 다시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꿈을 이루기로 마음먹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비록 원하던 위치는 아니었지만 세바스찬은 재즈 바를 차렸고, 미아는 유명한 배우가 됩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힘든 환경 속에서도 미련스럽게 고집했던 각자의 목표들은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꿈은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관객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했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새로 생긴 꿈이자 서로의 꿈이었던 사랑의 열매는 맺어지지 못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세바스찬은 둘을 만나게 해 준 곡을 연주합니다. 이 곡 안에서 둘은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둘은 "만약"에 대해 생각합니다. "만약 이랬다면 우리의 사랑까지도 이루어졌을 텐데"하고 상상합니다.

여기에서 관객들은 이 영화가 슬픈 마무리인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 장면이 이러한 생각에 균열을 만듭니다. 다른 남자와 떠나는 미아와 세바스찬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억지 미소가 아닙니다. 완전히 좋아 죽겠는 미소도 아니지만, 그 미소에는 분명 행복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엔딩이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내 관객들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삶에 대한 긍정"을요. <라라랜드>는 지극히 판타지다운 화면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상을 가지고는 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모두 이루는 사람은 없습니다.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처럼요.

우리가 살면서 겪는 고민

ⓒ 판씨네마㈜


어떤 이상에 대해서는 살면서 타협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이상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버티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때, 사람들은 타협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 죄책감을 피해 현실에 만족하는 듯 자신을 속이기도 합니다. 끝까지 고집했음에도 이루지 못한 이상에 좌절하여서 이상 따윈 부질없다며 현실에 순응하기로 마음먹기도 합니다.

<라라랜드>의 주인공들도 같은 과정들을 겪습니다. 그러나 매번 서로의 도움으로 일어서서 다시 꿈을 꾸었고, 일부를 이루게 됩니다. 순간순간의 선택들로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원래 재즈바를 차리려고 했던 장소가 아닌 곳에 바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마지막에 미소 짓습니다. 후회는 있을지 몰라도, 불행해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현재를 긍정합니다. 이루지 못한 이상들을 잊지는 못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더는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라라랜드>는 이렇게 현실을 살아가는 이상주의자들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상을 간직하고 살았고, 노력하기도 했고, 그 결과 작은 꿈 하나라도 이뤘다면 그걸로 됐다. 이상대로 완벽히 살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고, 헛되다고 생각하지도 말라고 말입니다.

원래 현실이 그러니 이상은 지키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속에서 이상을 지켜낼 수 있는 지침을 주기도 합니다. 그것은 주인공들이 오래 간직했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과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서로 다독여주고, 방황할 때는 붙들어주고, 넘어지면 일으켜주었기에 가혹한 현실에 완전히 무너져버리지 않고 원했던 삶의 모습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라라랜드>의 오묘한 결말은 참 좋습니다. 여타 영화처럼 모두가 잘되는 해피엔딩이었다면 그저 판타지 영화가 됐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관객들의 가슴이 순간 뜨거워질 수는 있지만, 영화관을 나서면 냉소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현실적이었기에 몰입할 수 있었고,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을 정리하고,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됩니다.

사실 <라라랜드>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영화 같지는 않습니다. 개개인의 삶의 배경들이 이 영화에 공감 여부를 크게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떠한 계기로 이상주의자가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아진 꿈들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어 보이기는커녕 서로 충돌까지 한다는 것에 당혹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이뤄보려고 발버둥 쳐봤지만 번번이 실패만 하였던 경험들이 있다면, 그리고 나이는 먹고 주변사람들이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상적으로 살지도 못하고, 현실에도 부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커다란 위로로 다가갈 것입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영화를 넘어서 우리에게 현실적인 위로를 건네는 <라라랜드>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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