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가 의혹에 답한 자체가 큰 소득"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69]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

등록 2017.01.15 13:14수정 2017.01.15 13:14
2
원고료로 응원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를 취재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독일로 떠난 PD가 있다. 바로 '길바닥 저널리스트'의 박훈규 PD다. 그는 정유라를 찾기 위해 지난해 12월 18일 독일로 출국했다.

그리고 지난 2일 JTBC 이가혁 기자의 신고로 덴마크에서 정유라가 경찰에게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박 PD는 바로 정유라가 있는 덴마크 구치소로 갔다. 그곳에서 정유라를 만난 박 PD는 10여분 동안 인터뷰를 해 그의 블로그에 올렸다. 인터뷰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독일로 출국해 덴마크에서 정유라를 만나기까지 20여일 동안의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1일 합정역 근처에 있는 국민TV 지하의 국민카페에서 박 PD를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a

박훈규 PD ⓒ 이영광


- 지난주 덴마크에서 정유라를 만나 인터뷰 하신 게 화제가 되었어요. 예상하셨어요?
"정유라 인터뷰가 어느 정도 이슈가 될 것은 알았어요. 왜냐면 한 번도 정유라의 최근 모습이 공개된 적이 없잖아요.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최근 인터뷰를 한 사람은 정유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죠."

-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기분은 어땠어요?
"현지에서 인터뷰를 공개했기 때문에 잘 몰랐고 인터뷰 요청 등이 많이 들어와서 주요 이슈로 부각이 되었다는 정도만 감지했죠."

- 지난해 12월 중반 자비로 정유라를 만나기 위해 독일에 가셨잖아요. 어느 정도 위치 파악을 하시고 가신 건가요. 아니면 무작정 독일로 가신 건가요?
"11월부터 제보가 많았고 데이비드 윤 등 보호하고 있을 만한 여러 인물을 사전조사하고 독일에 갔지만 거기 없었죠. 여러 지역에 정유라가 다녀갔던 행적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흔적들을 추적해 가면서 독일에서 움직였죠."

- 독일에서 어떤 게 나왔나요?
"예를 들어 칼스 누에 지역 호텔에 정유라가 머물렀다든지 프랑크푸르트 식당 등 여러 지역에서 목격된 게 저에게 제보가 들어왔거든요, 독일에 가보니 흔적이 남아 있었죠."


- 독일은 어떻게 가게 되었어요?
"11월에 제보와 정보를 취합해서 12월 18일 출발하게 된 거예요. 직접 가서 정유라를 만나 인터뷰를 담아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간 거죠."

- 자비로 가셨잖아요. 만만치 않았을 텐데.
"정유라를 꼭 만나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죠. 물론 비용 걱정은 했죠. 그러나 다행히 가기 전에 주변 지인들이 십시일반 많이 도와줘서 비용을 충당해서 갈 수 있었던 거예요."

- 독일에서 비용 때문에 생활이 힘들진 않았어요?
"힘들었죠. 일단 언어가 안 되잖아요. 그리고. 음식도 안 맞으니 힘들었죠. 또 비용 중 제일 많이 든 것이 렌트 비용과 먹는 것이었어요."

- 2일 정유라가 JTBC 기자의 신고로 덴마크 경찰에 체포되었잖아요. 그 소식 들었을 때 심정은 어땠어요?
"이가혁 기자가 전날 같이 프랑크푸르트에 있었어요. 이 기자는 전날 KBS 단독보도와 또 다른 제보를 받고 덴마크를 찾아간 것 같아요. 이 기자가 거기서 여러 가지를 확인했고 여러 번 인터뷰 시도를 했지만 안 나오니까 아마 내부와 회의를 했을 거예요. 혼자 독단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겠죠. 그런 과정에서 정유라를 확인해야 하니까 경찰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자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체포됐단 소식 들었을 땐 빨리 나도 가야겠다고 생각뿐이었죠. 마음이 급했어요."

- 독일에서 덴마크까지 1000km잖아요. 거리가 상당해서 힘드셨을 것 같은데.
"상당히 멀어요. 차로 12시간이 걸려요.  중간에 몇 번 쉬면서 가기도 했는데 그래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 그렇게 취재하며 느끼는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자칫하면 아무 소득 없어 돌아올 뻔했는데 집중력 흐리지 않고 끝까지 취재를 이어나가면 뭔가 작은 결실이라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a

박훈규 PD ⓒ 이영광


"독립 저널리스트들이 기성언론에 위축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 그토록 만나고 싶던 정유라를 덴마크구치소에서 처음 만난 거잖아요, 느낌이 어땠어요?
"정유라를 인터뷰 한 후 나왔을 때 기분은 굉장히 짜릿했죠. 취재에 대한 성공 부분도 있었잖아죠."

- 여러 가지를 물어보셨던데 정유라는 막힘 없이 말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인터뷰를 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보도나 특검 발표를 봤을 때 그 당시 정유라가 했던 말은 거짓임이 다 드러났죠. 그 당시에도 사실상 준비된 답변이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어요. 처음 심경이 어떠냐고 물었을 땐 아이가 보고 싶다며 눈물도 글썽이고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당황한 모습을 보였어요. 하지만 여러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는 마치 예상한 질문을 받듯이 준비된 답변을 했어요. 상당히 준비를 많이 했고 변호인 등 제3의 인물에게 조력을 받았다는 느낌이 있었죠."

- 준비를 많이 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것에 대한 준비를 한 것일까요. 아니면 준비가 끝났다는 판단 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요? 즉 자신의 위치를 일부러 흘렸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그걸 설명하는 모습에서 상당히 준비된 듯한 모습도 엿보였습니다. 한국의 뉴스나 기사에 나오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들을 보며 변호인이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흘린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고요. 예견치 못한 상황에서 체포된 거에서는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동영상을 보면 거기에 기자들이 있던데 그들은 인터뷰를 안 한 건가요?
"(정유라가) 기자들이나 특파원에 둘러싸여 있었죠. 저는 들어가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면서 제 소개를 하고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고 하고 인터뷰 주도권을 가지고 이어갔어요."

- 준비한 질문이 12개 정도라고 들었어요. 시간이 얼마 걸린다는 예상이 나올 텐데 10분 정도 밖에 못했어요. 아쉽진 않았어요?
"시간이 충분하면 준비한 질문을 다 하고 대답에 대해 거짓이란 걸 증명하고 반론을 받거나 해야 했는데 전혀 못 하고 준비한 질문을 다 하지 못 한 부분은 아쉬워요.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자체가 큰 소득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 정유라 성격은 어때 보였어요?
"인터뷰하는 과정에서는 차분한 모습을 보였지만 96년생으로 20대 초반이라 어려요. 그리고 평소 돌발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는데 인터뷰 한 날은 차분하게  했어요."

- 인터뷰를 끝내고 허망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있었죠. 허망하다기보다는 준비한 질문을 다 못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컸고 충분한 대답을 못 했다는 부분도 아쉬움이 컸어요. 그리고 10분은 찰나잖아요. 10분 정도 정유라를 보기 위해 취재비를 쓰고 독일에서 찾아다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죠. 이 한 찰나를 위해서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인가란 생각이 잠시 들었어요."

- 이후 접촉 시도를 하셨어요?
"아니요. 저희 체류 기간이 얼마 안 남았었기 때문에 다시 정유라를 면회해서 재인터뷰를 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또한, 거기 법 자체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면회 자체도 안 돼요.  나머지 추가 취재가 필요한 부분은 서울에 와서 생각해 보자고 해서 철수한 거죠. 체류기간이 공교롭게도 정류라를 만난 시점에서 이틀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돌아와야 했죠."

- 혹시 이후 기회가 생긴다면 뭘 묻고 싶어요?
"이대 부정입학 관련해서 좀 더 묻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출산해서 19개월 된 아이가 있잖아요. 출산을 도와준 의사가 누구인지도 되짚어서 묻고 싶고 세월호 7시간과 관련,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없는 지 다시 확인하고 싶어요."

- JTBC가 정유라 체포 과정을 보도해 논란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이게 논란이 되는 것을 현지에서도 기사를 통해 봤어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가혁 기자 혼자 독단적으로 판단한 거 같지는 않고 내부에서 협의가 있었겠죠. '이것을 옳다, 그르다'로 얘기하기보다는 저 같으면 며칠을 기다려서라도 나오면 인터뷰를 시도할 거예요. 끈질기게 기다리면서 계속 안 나올 것 같으면 그 자체를 상황별로 보도했을 거예요. 페이스북으로 방송을 내보내든지 어떤 식으로든 방송을 보내면서 정유라와 접속하려고 시도했겠죠. 제가 먼저 경찰에 신고하진 않았을 거예요."

- 물론 언론학이나 언론계에서 생각해 볼 지점이 있고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논란이 무의미해 보이는데.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분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정확히 말하기 어려워요. 취재 윤리에 맞는지부터 의견이 분분한데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것이 취재 윤리에 맞는지 그른지를 얘기하기 전에 저 같으면 다른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독립 저널리스트들도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정보 등을 준비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기성 언론에 뒤지지 않는 보도물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우리나라 독립 저널리스트는 지위도 인정 안 되고 취약하잖아요. 기성 언론에 뒤처지지 않는 보도를 얼마든지 독립 저널리스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취재 목적에 뒀어요. 성공했기 때문에 이걸 좋은 선례로 저 말고도 독립 저널리스트들이 기성 언론에 위축되지 않고 잘하면 좋겠어요."
#박훈규 #정유라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