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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관' 고원준은 패기 되찾을 수 있을까

[KBO리그] 프로 입단 후 세 팀 옮겨 다닌 고원준… 잠실에 정착?

17.01.15 10:02최종업데이트17.01.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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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KBO리그 역대 최다승(93승) 기록을 세운 두산 베어스는 뛰어난 성적만큼이나 강하고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3년 연속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안방마님 양의지를 중심으로 오재일,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가 물 샐 틈 없는 내야 수비를 형성하고 외야엔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김재환, 박건우, 민병헌이 포진한다.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타율 .308 24홈런8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975를 기록한 외국인 선수 닉 에반스의 활약이 초라해 보였을 정도.

투수쪽으로 넘어와도 작년 정규리그 MVP에 오른 더스틴 니퍼트를 비롯해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판타스틱4'가 전원 15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막강한 선발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선발이 워낙 긴 이닝을 책임지기 때문에 불펜의 부담은 크지 않았다. 실제로 두산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단 6명의 투수로 시리즈 4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하지만 왕조구축을 노리는 김태형 감독에게도 고민이 있다. 바로 선발진에 화룡점정을 찍을 5선발 요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작년 판타스틱4를 제외한 두산의 5선발 투수들은 31경기에 선발로 나와 6승을 올리는데 그쳤고 그 중 4승을 수확한 허준혁은 상무에 입단했다. 결국 작년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입단하자마자 첫 등판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인 고원준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원준은 통산 77번의 선발 등판 경험이 있는 투수다. ⓒ 두산 베어스



히어로즈의 희망에서 자이언츠의 계륵으로 전락

제주도에서 태어난 고원준은 천안으로 전학을 와 충청권의 명문인 천안북일고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2순위(전체 14순위)로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고원준은 입단 첫 해 1군 무대를 밟진 못했지만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차세대 주력 투수로 키워졌다. 고원준이 1군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금민철과 김수경(은퇴)의 부진 속에 대체 선발로 등판한 고원준은 선발 전환 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2승1패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하며 단숨에 넥센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당시 고원준은 류현진(LA다저스, 당시 한화), 송은범(한화, 당시 SK) 등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을 상대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뿌렸다. 장원삼(삼성 라이온스)고 이현승(두산)의 이적으로 우울하던 팬들은 고원준이라는 젊은 에이스의 등장에 열광했다.

하지만 고원준과 넥센의 인연은 단 2년 만에 끝나고 말았다. 1군 데뷔 시즌 131이닝을 던지며 5승7패4.12를 기록한 고원준은 2009년 12월20일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금이야 롯데가 몇 번의 감독교체와 CCTV사건 등을 겪으며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롯데는 3년 연속 최다 관중을 동원하던 KBO리그 최고의 인기팀이었다. 본인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고원준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이적이었다.

고원준은 이적 첫 해 마무리로 출발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선발로 돌아왔고 두 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9승7패2세이브 4.19를 기록하며 롯데 선발진의 한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원준의 상승세는 여기까지였다. 고원준은 2012년 19경기에 등판해 3승7패 4.25에 그쳤고 시속 150km를 넘나들던 강속구를 잃어 버리고 말았다. 2012년12월에는 음주 교통사고로 불구속 입건되며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3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한 고원준은 2014년 남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3.97)를 기록했지만 팬들의 기억에 남은 것은 경기 도중에 찍힌 담배 피는 사진뿐이었다. 2016년 다시 롯데로 복귀한 고원준은 4경기에 등판해 1패 5.59의 성적을 남기고 2군으로 내려 갔다. 그리고 5월의 마지막 날 고원준은 두산에서 임의탈퇴 파동을 일으킨 노경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서을팀으로 이적했다.

이적 3일 만에 선발승, 풍부한 선발경험으로 5선발 도전장

두산 유니폼을 입은 고원준에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6월3일 SK 와이번스전에서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던 니퍼트가 담증세로 인해 선발 등판을 거르게 된 것. 김태형 감독은 고원준에게 기회를 줬고 트레이드된 지 3일 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고원준은 5회까지 76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1133일 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거뒀다.

물론 팀을 옮겼다고 고원준의 구위가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이날도 고원준의 빠른 공은 시속 142km에 그쳤다. 하지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 등을 적절하게 섞어 던지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인했다. 반면에 히어로즈 시절의 주무기였던 커브는 단 6개만 던졌다. 두산팬들은 느린 공으로 타자들과 효과적인 승부를 벌인 고원준에게 '우희관'이라는 새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여담이지만 외모 역시 묘하게 '살 빠진 유희관'을 닮았다).

하지만 두산은 이적생이 한 경기를 잘 던졌다고 해서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팀이 아니다. 첫 경기 호투 후에도 니퍼트가 복귀하자 다시 불펜으로 내려 간 고원준은 한 달 만에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받기 위해 퓨처스리그로 내려갔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마친 고원준은 1승1패1홀드 5.47의 성적으로 프로 입단 후 8번째 시즌을 마감했다.

작년 시즌 두산의 실질적인 5선발로 활약했던 허준혁은 상무에 입대했다. 여기에 또 다른 선발 후보 진야곱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2017년 활약이 불투명하다. 이용찬, 정재훈의 수술로 과거 선발 투수로 활약한 적 있는 홍상삼의 선발 전환 가능성도 낮아졌다. 결국 두산의 5선발 경쟁은 작년 시즌 선발로 9경기에 등판했던 안규영과 2015년 6승을 올렸던 좌완 이현호, 그리고 선발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고원준의 삼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7월 퓨처스 리그로 내려간 고원준은 6경기를 모두 선발로 등판했다(2패 5.57). 그리고 확장 엔트리 때도 굳이 고원준을 1군으로 부르지 않았다. 두산에서도 고원준을 선발에 더 어울리는 투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입단 초기에 비하면 구속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고원준은 아직 '노쇠'를 이야기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1990년생)다.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던 루키 시절의 패기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나마 경쟁률이 낮은 두산의 5선발 자리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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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고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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