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취임식 CNN 생중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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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물러가고 트럼프가 들어섰다.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의 오래된 경기침체와 소득불균형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주류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트럼프의 당선은 미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 사회가 보편적 가치로 여겨졌던 개입주의와 자유주의를 부정하고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를 선택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바로 미국의 이익이다. 이처럼 트럼프가 내세운 국정운영의 방향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의 국정운영 방향은 방도만 다를 뿐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의 역대 정권과 비교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도 국내외의 많은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트럼프가 표방한 고립주의와 보호주의가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고 미국중심의 새로운 질서로의 재편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반여성적, 반언론적 발언과 특정 종교를 적대시하는 태도는 많은 이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국제질서 예고한 트럼프호 출범트럼프는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대해서도 '가치'나 '진영의 논리'가 아닌 '이익'을 내세웠고 '형제'나 '우정'이라는 포장 대신 '거래관계'라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같은 트럼프의 현실주의적 사고는 미국의 대외관계 전략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 우리의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과 대북정책으로서의 '전략적 인내'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이다. 그간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은 미국의 대외전략의 핵심이었다. 이는 미국의 핵심적인 이해가 걸린 지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고 이곳에서 중국과 같은 나라가 새로운 패권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하고 한일 간의 협력적 관계를 강요하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줄기차게 추진되어온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이나 위안부 문제합의 그리고 사드 문제 등이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유효한 것일까?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최종 목표는 세계적 질서에서 미국의 배타적이고 패권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이것이 보장되어야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것은 미국엔 사활을 건 문제다.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용인 또한 역외균형전략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트럼프는 이를 재검토할 것이다.
트럼프의 공약에는 군사력에 기반을 둔 미국의 리더십 회복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퀘스터(Sequester: 자동예산삭감 조치)가 중단되어야 한다. 시퀘스터로 인한 군비축소로 미국의 군사력이 약화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는 시퀘스터를 중단하고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조정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만일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전시작전권 반환 문제를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유지되는 한 한미동맹, 미일동맹은 여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참고해 대미협상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트럼프 발등에 떨어진 북핵 문제
한편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였다. '전략적 인내'란 북을 고립시켜 스스로 붕괴하거나 고통에 못 이겨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의 핵과 미사일은 더욱 고도화되어 미국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현재 상황을 트럼프는 "오바마 임기 동안 북한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고, 핵 능력을 고도화시키며 미국의 안보를 심각히 위협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은 취임 연설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우리는 또한 이란, 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의 위협을 실질적이고 당면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북핵 문제 해결은 이제 트럼프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김정은을 불러서 회의 테이블에서 햄버거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해 보겠다"고 밝히는 등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트럼프는 김정은을 미치광이(maniac)로 표현하는가 하면 트럼프의 주요 각료와 참모들은 북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외엔 쓸만한 카드 없어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대북정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변화는 선제타격을 포함한 강경책이거나 대화 재개 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이 중 선제타격을 포함한 대북 강경 대응책은 현재 북의 핵과 미사일 수준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1994년 1차 핵위기 당시 미국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한국군과 민간인 피해를 제외하고 미군의 피해 규모만 8만~1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 북과의 전면전은 예상하기 힘든 경우의 수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동의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미국이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는 북과의 대화 재개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북미대화의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남는다. 지난 2005년 9.19공동성명 당시 북미평화협정 체결은 곧 비핵화와 닿아 있었다. 그러나 북미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1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의 해법은 이제 효용성을 잃었다. 북은 이미 헌법에 핵 보유를 명시하였고 핵경제병진노선 또한 조선노동당 규약에 반영해 항구적인 전략 노선으로 채택했다. 이제 북의 비핵화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북은 이미 핵을 확산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로 다른 나라를 선제공격하지 않겠다는 핵보유국의 역할을 공언을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북의 핵을 인정하지 않고 제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며 "국제사회가 대북정책을 서둘러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파네타 전 미 국방장관은 "북한 때문에 밤잠을 못 잔다"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2014년 1월 20일 수상해군협회(SNA) 26회 연례총회에 참석한 새뮤얼 라클리어 전 미 태평양 사령관은 "김정은 핵 공격이 가장 큰 걱정"이라는 고백을 토해내기도 했다.
북한과 미국, 햄버거 상하기 전에 만나라그렇다면 이제 북핵 문제 해결의 목표는 재설정되어야 한다. 즉,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페리의 제안과 같이 비핵화가 아닌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단계를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핵동결과 비확산이다.
김정은은 이번 2017년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밝혔다. 또 북의 외무성 대변인은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면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쏘아 올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간은 더는 미국 편이 아니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트럼프의 등장은 분명 기존 질서의 변화를 예고한다.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진정으로 미국의 국익을 생각한다면 북과의 대화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대화만이 북 핵 고도화와 핵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다. 햄버거도 오래되면 맛이 떨어지고 상한다. 그러니 햄버거 대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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