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단면도
조영권
지난 2015년 1월, 서울시 경제진흥실 소상공인지원과가 의뢰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산학협력단이 실시한 '마포구 대규모 점포 개설에 따른 상권영향조사'를 보면, 롯데복합쇼핑몰의 피해 범위가 반경 5km까지 확산할 것이며 매출 피해도 30% 또는 그 이상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TF를 꾸려 롯데와 지역상인들의 의견을 조율했고, 3개 동 중에서 1개 동을 판매시설에서 제외할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롯데 측은 서울시의 협상안을 거부했고, TF는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롯데가 서울시 FT 협상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유통재벌들이 말하는 저성장시대의 해법이란 실상 그들의 탐욕을 채워줄 새로운 먹잇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말대로, 식당에 가서 내가 먹는 삼겹살은 "푸줏간 주인의 선의에서가 아니라 그의 이기심의 발로로" 제공된 상품이다.
노동 대 자본에서 지역 대 자본으로비단 유통재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대 앞이 호텔과 프랜차이즈로 채워지면서 문화예술인들의 존립이 위태롭고 상수동, 연남동, 망원동까지 젠트리피케이션 여파가 크다. 공덕동 경의선 공유지(옛 늘장)에는 이랜드가 대규모 상업시설을 올릴 예정이다.
또 오는 4월에는 광화문 본점보다 더 큰 교보문고가 합정동에 들어선다. 지하철로 불과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한강문고가 있다. 한강문고는 지역 화폐를 사용하고 지역 기금을 함께 조성하는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의 공동체 가게이다. 교보문고가 동네까지 장악하면, 지금까지 어렵게 자리를 지켜온 동네 서점은 어디로 쫓겨나야 하나.

▲ 합정동 교보문고 입점 광고
조영권
저성장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그에 걸맞게 경제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자본이 계속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에나 걸맞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결론은 파국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 교훈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저성장시대의 진정한 해법은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의 지속가능성에 있으며, 이는 지역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롯데복합쇼핑몰이 아니라 골목상권을, 이랜드파크가 아니라 공유지를, 관광특구가 아니라 독립예술을, 교보문고가 아니라 한강문고를! 지금 우리에겐 대항발전(counter development)을 위한 반자본지역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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