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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UFC] 작년 4경기 치르고 50일 만에 다시 옥타곤 오르는 세로니

17.01.27 14:31최종업데이트17.01.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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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는 자타가 공인하는 UFC 최고의 스타 파이터다. 맥그리거의 출전 여부에 따라 유료 판매(PPV) 수입이 요동칠 정도. 이 때문에 UFC 경영진과 종종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맥그리거는 언제나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격투 팬들은 맥그리거가 지나치게 상대를 고르고 입맛에 맞는 상대하고만 경기를 치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맥그리거는 2015년 12월 조제 알도를 꺾고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후 방어전을 치르지 않고 뜬금없이 웰터급으로 체급을 올려 네이트 디아즈와 두 번의 경기를 치렀다. 웰터급 외도 후에는 라이트급 도전을 선언했는데 이때도 자신의 흥행파워를 이용해 검증(?)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타이틀전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지금은 여자친구의 출산을 핑계로 오는 5월까지 잠정 휴식을 선언했다.

격투기 선수들을 일종의 개인 사업자라고 분류한다면 맥그리거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원초적인 스포츠인 종합격투기에서 맥그리거 같은 지나친 신중파보다는 이 선수처럼 상대를 가리지 않고 옥타곤에 오르는 선수가 팬들의 박수를 받게 마련이다. 바로 오는 29일(아래 한국시각) 50일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서는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가 그 주인공이다.

1년에 최소 4경기, 많으면 5경기씩 소화하는 부지런한 파이터

세로니는 WEC 시절부터 경기 주기가 짧은 파이터로 유명했다. ⓒ UFC.com


복싱과 킥복싱,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수련한 세로니는 킥복싱 선수로 활약하다가 2006년 2월부터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들었다. 데뷔 초기부터 많은 경기를 소화하던 세로니는 WEC 시절, 지금은 벨라토르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파이터 벤슨 헨더슨과 두 차례나 맞붙었다. 두 번 모두 WEC 라이트급 타이틀전으로 치러졌던 이 경기에서 세로니는 각각 판정과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WEC에서 치른 세 번의 타이틀전에서 모두 패한 세로니는 WEC가 UFC에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UFC에서 활동했다. 폴 켈리, 바그너 로차, 찰스 올리베이라, 데니스 시버 같은 만만찮은 상대들을 차례로 꺾으며 4연승 행진을 달리던 세로니는 UFC 141에서 '동생 좀비' 네이트 디아즈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제레미 스티븐슨과 멜빈 길라드를 차례로 제압한 세로니는 2013년 1월 앤서니 페티스와의 경기에서 바디킥을 맞고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며 생애 첫 KO패를 당했다. 하지만 세로니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4개월 만에 다시 경기를 치렀고 그해 8월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패한 후에도 3개월 만에 에반 더햄을 서브미션으로 꺾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1년에 많아야 2~3경기만 치르는 선수들이 보기에 세로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정을 소화하는 선수였다.

1년 평균 4경기, 많으면 5경기씩 소화하던 세로니는 도스 안요스에게 패한 이후 파죽의 8연승을 달리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그중에는 챔피언에서 물러난 후 재기를 노리던 벤슨 헨더슨과의 3차전(2015년 1월)도 있었는데 세로니는 이 경기에서 헨더슨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말려 고전했음에도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인기 많은 세로니를 타이틀 도전자로 밀어주기 위한 UFC 측의 배려(?)가 의심되는 경기였다.

WEC 시절에도 3번의 타이틀 도전에서 번번이 패배를 맛본 세로니는 UFC에서도 타이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세로니는 2년 4개월 만에 열린 도스 안요스와의 재대결(2015년 12월)에서 경기 시작 1분 6초 만에 보디 킥에 이은 펀치 연타를 맞고 TKO로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세로니는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곧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라이트급 타이틀 도전자는 65일 만에 웰터급 파이터가 돼서 돌아왔다.

잠재적인 김동현의 경쟁자, 스턴건과 카우보이가 만난다면?

세로니는 단순한 승리가 아닌 매 경기 보너스를 노리고 옥타곤에 오른다. ⓒ UFC.com


세로니는 2016년 2월 웰터급 데뷔전에서 똑같이 카우보이라는 별명을 쓰고 있는 알렉스 올리베이라를 1라운드 2분 33초 만에 트라이앵글 초크로 제압했다. 그리고 4개월 후에는 미들급에서 활동하던 패트릭 코테에게 생애 2번째 KO패를 선사했고 곧바로 두 달 후 웰터급에서 잔뼈가 굵은 릭 스토리를 헤드 킥에 이은 펀치로 쓰러트렸다. 웰터급 데뷔 후 3연속 보너스를 받은 세로니는 체급을 올린 후에도 엄청난 상승세를 이어갔다.

12월 UFC206에서 터프한 파이터 맷 브라운을 상대한 세로니는 난타전 끝에 3라운드 강력한 헤드 킥으로 브라운을 잠재웠다. WEC 시절부터 라이트급에서만 활동하던 세로니는 웰터급으로 전향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웰터급 공식랭킹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웰터급에서만 햇수로 10년째 활약하고 있는 '스턴건' 김동현(7위)보다도 오히려 순위가 더 높다. 그만큼 세로니가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 때문이다.

사실 세로니가 일반 격투가들은 상상하기 힘든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는 이유는 '끓어오르는 전사의 피'같은 낭만적인 이유 말고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세로니는 낭비벽에 가까울 정도로 씀씀이가 크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돈을 쏟아 붓는 것에 망설임이 없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혹은 구멍 난 돈을 메우기 위해 옥타곤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알려졌다(실제로 2014년에는 파산을 한 적도 있다).

작년 12월에 브라운과 3라운드까지 가는 치열한 타격전을 벌인 세로니는 정확히 50일이 지난 오는 29일 다시 옥타곤에 오른다. 이번에 맞붙게 될 상대는 호르헤 마스비달. 비록 웰터급 랭킹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스트라이크포스 시절 라이트급 타이틀전까지 치렀던 숨은 강자다. 국내 팬들에게는 2015년 11월 UFC 서울대회 메인 이벤트에서 벤슨 헨더슨과 경기를 펼치며 유명해졌다(헨더슨 판정승).

동기를 떠나서 세로니처럼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파이터가 옥타곤에 자주 오르는 것은 격투팬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세로니의 전장이 웰터급으로 굳어지고 공식 랭킹까지 올랐다면 세로니 역시 챔피언을 향한 마지막 도전에 나선 김동현의 경쟁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만약 김동현과 세로니의 경기가 성사된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파이터와 UFC에서 가장 부지런한 파이터의 대결은 승패 여부를 떠나 격투팬들을 흥분시키는 최고의 매치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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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도널드 세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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