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부모님께 세배해야죠" 명절 잊은 청년들

연휴에 아르바이트 노동하는 대한민국 청년을 만나다

등록 2017.01.28 19:59수정 2017.01.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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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명절 '설날', 오랜만에 온 가족들이 둘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가족들이 아닌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연휴를 보내는 청년들이 많다. 충북인뉴스는 높아만 가는 청년실업률, 고액의 등록금 부담과 학자금대출로 설 연휴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연휴를 포기한 청년들을 만나봤다. -기자 말

a  인정받는 다니이너가 되고 싶은 김송이씨

인정받는 다니이너가 되고 싶은 김송이씨 ⓒ 충청리뷰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겠다"

대전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김송이(25)씨. 김씨는 대체휴일까지 합쳐 총 4일의 연휴기간 동안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방학기간을 맞아 학비와 생할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짧은 방학기간동안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나왔다"며 "대전에서 학교를 다녀서 학비와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말했다.

고된 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김 씨는 디자이너가 꿈이다. 취재진이 2년 뒤의 모습을 상상해 설명해 달라 하자 김씨는 활짝 웃으며 "화장품 상품 개발 디자이너가 돼 있다. 인정받는 디자이너, 촉망받는 디자이너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지금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며 김 씨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성공해서 부모님 호강도 시켜드리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내 미래를 위해 멈추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a  부모님의 고생에 보답해 드리겠다는 최병진씨

부모님의 고생에 보답해 드리겠다는 최병진씨 ⓒ 충청리뷰


"부모님의 고생에 꼭 보답하겠다"

연휴를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 시민들이 많다. 밝은 목소리로 손님을 향해 인사하는 최병진(27)씨. 최 씨는 현재 충북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공시생이다. 대학 인근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최 씨는 "나이도 나이라 집에만 있기도 불편하고 눈치가 보여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부모님께 명절이라 적은 용돈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연휴기간에도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취준생⦁공시생에게는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이 두렵다. 최 씨는 "아무래도 친척들이 모이면 취업, 연애 등 다른 가족이나 타인들과 비교를 당하게 된다. 날 사랑하는 마음에 나오는 걱정인 걸 알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런 최 씨의 스트레스 요인에는 얼마 전에 낙방한 7급 공무원 시험도 한몫했다. 최 씨는 "열심히 준비했던 7급 공무원 시험에 얼마 전에 떨어졌다. 다음 시험 때 쓸 교재비와 학원수강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최 씨에게도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꿈이 있다. 자신의 꿈에 대해 최 씨는 "시험에 꼭 합격해서 좋은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소박하지만 이게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니겠냐"며 웃어보였다.

최 씨는 부모님께도 "오늘 아침 일찍, 일을 나오는 바람에 부모님께 새해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빨리 퇴근해서 세배를 드리고 싶다"며 "하루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부모님께서 고생하신 만큼 보답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a  가족들에게 당당한 딸이 되겠다는 손진아, 박은비씨(왼쪽부터)

가족들에게 당당한 딸이 되겠다는 손진아, 박은비씨(왼쪽부터) ⓒ 충청리뷰


"가족들에게 당당한 딸이 되겠다"

청주시 사창동에 위치한 한 화장품가게. 설 연휴에도 많은 손님들도 붐빈다. 문을 열고 입구로 들어가자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직원이 밝게 인사한다. 주인공은 바로 박은비(19)씨. 박 씨는 다음 달 대성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사회로 나올 사회초년생이다.

바리스타가 꿈인 박 씨는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목표로 공부해왔다. 화장품가게에서 돈을 모으고 바리스타 학원과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2년 뒤에는 카페에서 일하는 전문 바리스타가 돼 있을 것이다. 부점장도 하고 나중에는 내 이름을 건 카페도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한창일 때 누군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지각을 했다며 연신 박은비씨에게 사과를 하는 이는 충북대 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손진아(22)씨. 유난히 웃음이 많은 두 청년들은 취재진의 갑작스런 인터뷰에도 웃으며 응했다.

손 씨는 평택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손 씨는 "연휴에 근무하게 돼서 서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며 "부모님을 뵈러 가고 싶어도 아르바이트를 2개나 하고 있어 시간이 되지 않는다. 벌써 반년째"라고 말했다.

손 씨의 꿈은 외국계기업 취업이다. 어학연수도 다녀와야 해서 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손 씨는 "리틀취준생이다. 외국계기업에 들어가고 싶다. 어학연수도 준비하고 있어서 돈이 많이 들어갈 거 같다. 최대한 열심히 모으고 있다"며 "힘들 때도 많고 손님들을 응대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막내라 부모님이 더 그립고 보고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막내딸인 두 청년들은 유독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깊었다. 박 씨는 "최근 집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혼자 생활하고 있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라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고 계신다"며 하지만 "하루빨리 성공해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 씨도 "공부하고 일하고 사회생활까지 하다 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가족이 더 그리워진다"며 "하지만 부모님께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청년답게 청춘답게 당당하게 힘내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두 청년은 사랑하는 가족만큼이나 연인에게도 할 말이 많았다. 손 씨는 "남자친구가 빨리 철이 들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예쁘게 사랑하자"며 웃어 보였고 박 씨는 "어제 남자친구와 싸웠다.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게 섭섭하다"며 빨리 화해하라는 취재진의 말에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헬조선, N포세대로도 불리는 21세기 대한민국 청년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청년들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미래를 위해 알바현장에 뛰어든 청년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는 것을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북인뉴스 #박명원 기자 #청년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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