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심장으로 농구 하는" 작은 거인 아이제아 토마스

단신에도 NBA 최고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아이제아 토마스

17.02.01 17:40최종업데이트17.02.01 17:40
원고료로 응원
농구는 직경 23cm의 공을 던져 약 3m 높이에 있는 골대에 넣는 스포츠다. 골대의 높이가 3m나 되다 보니 아무래도 키가 큰 선수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절반 이상의 NBA 선수들이 2m가 넘는 신장을 자랑할 만큼 농구에서 신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NBA답게 거인들이 판치는 코트 위에서도 당당히 반란을 일으킨 단신 선수들이 있었다.

NBA 역사상 가장 작은 키
80~90년대에 활약했던 먹시 보거스의 프로필상 신장은 160cm이다. 작은 신장을 극복하고 축구의 신이 되었다고 하는 리오넬 메시의 키도 169cm이다. 하물며 2m가 넘는 장신들이 득실대는 NBA에서 키 160cm의 선수라니, 아마 영상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못 했을 것이다. 1987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2위로 워싱턴 블르츠(현 워싱턴 위저즈)에 입단한 그는 샬럿 호네츠로 이적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펼쳤다.

NBA 역사상 최단신의 선수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무려 12위라는 높은 순위로 지명된 것만으로도 그가 엄청난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보거스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NBA에서 14년 동안 통산 889게임에 출전하여 6858득점, 6726어시스트, 1369스틸을 기록했다. 보거스는 작은 키임에도 엄청난 스피드와 기술, 그리고 탄력을 이용하여 그것을 극복해냈고 엄연히 NBA의 스타 중 한명이었다.

작은 키로 코트를 지배한 슈퍼스타의 등장

시간을 조금 건너뛰어서 2000년대로 넘어오면 앨런 아이버슨이 있다.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명언의 주인공인 그는 작은 키로 NBA를 지배한 선수의 표본이다. 그의 프로필상 신장은 183cm로 앞서 언급한 먹시 보거스보다는 훨씬 큰 키이지만, 역시나 NBA의 평균과 비교해봤을 때는 상당히 작은 신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결과부터 말하자면, 앨런 아이버슨은 2016년 샤킬 오닐, 야오밍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아이버슨은 한 마디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였다. 단순히 작은 키를 극복하고 NBA에서 활약한 정도가 아닌, NBA를 지배한 슈퍼스타였다. 1996년 신인 드래프트에 등장했던 그는 당당히 1순위로 지명되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입단했다.

대부분의 단신 선수들이 포인트가드 자리에서 빠른 스피드와 패싱력으로 게임 리딩에 몰두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버슨은 완전한 스코어러였다. 조던이 활약했던 슈팅 가드 포지션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당연한 결과로 그는 신인왕을 차지한 후 3년 차를 맞이했던 98-99시즌에는 NBA 역사상 최단신 득점 왕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00-01시즌, 01-02시즌, 04-05시즌에 득점 왕을 차지했으며 00-01시즌에는 리그 MVP로 선정, 이는 역사상 최단신 MVP였다.

보는 이들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환상적인 크로스오버와 곡예와도 같은 레이업, 무엇보다 온몸에서 풀풀 풍기는 스웩까지. 게다가 전성기의 아이버슨은 화려한 덩크슛도 가능했으니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모두 갖춘 그였다. 물론 신이 내린 재능을 과신한 나머지 개인플레이가 심하다는 비판도 없진 않았으나 아이버슨은 항상 놀라운 플레이로 그런 비판들을 잠재웠다. 그는 단신 선수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를 몸소 증명해낸 최고의 스타였고, 수많은 스타들이 활약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팬들이 앨런 아이버슨을 그리워하고 있다.

4쿼터의 사나이, 작은 거인의 성장

그런데 최근 아이버슨에 대한 향수를 지워줄 만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보스턴 셀틱스의 아이제아 토마스이다.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되며 데뷔했던 아이버슨과는 달리, 토마스는 2011년 드래프트 60순위로 지명되었다. 맨 마지막으로 지명된 것이다. 프로필상 신장이 175cm로 아이버슨보다도 8cm나 작은 이 선수에게서 당시의 구단들은 별로 큰 가능성을 보지 못 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신장이 작은 선수들이 많이 활약했던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선수들의 평균 키도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높아져왔다. 현재 NBA 최고의 포인트가드인 스테판 커리, 러셀 웨스트브룩, 카이리 어빙의 신장도 190cm정도이다. 최근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무려 211cm의 높은 신장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이제아 토마스는 보란 듯이 '작은 거인'으로 성장하여 명문 보스턴 셀틱스를 다시 동부 컨퍼런스의 강자로 이끌고 있다. 작은 체구에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토마스는 평균 29.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NBA 득점 부문 상위 5명은 러셀 웨스트브룩, 아이제아 토마스, 제임스 하든, 드마커스 커즌스, 앤서니 데이비스인데, 이중 토마스를 제외한 4명의 평균 신장은 201cm이다. 토마스는 본인보다 약 30cm나 큰 선수들 사이에서 당당히 득점 2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토마스가 정말 대단한 이유는 4쿼터 접전 상황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4쿼터에만 평균 10.3득점을 넣으며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4쿼터 야투 성공률 역시도 48.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 막판 접전은 선수 입장에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주전 선수라면 이미 30분 이상을 뛴 상태이고, 경기가 접전으로 흘러갔기에 계속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왔을 것이다. 체력이 소진되었고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가는, 슈퍼스타의 기질을 지니고 있는 선수가 바로 아이제아 토마스이다.

초반에 주춤하던 보스턴 셀틱스를 어느새 토론토 랩터스를 제치고 동부 2위까지 올려놓은 토마스.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가 여전히 건재하지만 농구공은 둥근 법이다. 서부 컨퍼런스에 비해 순위 다툼이 수월한 동부 컨퍼런스이기에 이 기세를 유지해 PO에 진출한다면 파이널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르브론 제임스가 아닌 아이제아 토마스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팬들은 항상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는 스토리를 환영한다. 농구공을 잡기 시작한 순간부터 늘 작은 키로 인해 설움을 받아왔던 아이제아 토마스가 NBA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기에 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이제아 토마스 NBA 보스턴 셀틱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청춘스포츠 기자단들이 함께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