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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배구' 노리는 인삼공사, 이대론 곤란해

[2016-2017 V리그] 최수빈 부상 이탈 이후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 실종

17.02.07 10:48최종업데이트17.02.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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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 2016-2017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선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승점 49점, IBK기업은행이 승점 42점으로 양강을 형성한 가운데 KGC인삼공사(승점36점)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승점35점)가 단 1점 차이로 3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형국이다(5위 GS칼텍스가 최근 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탔지만 아직 3위권과는 제법 차이가 난다).

시즌 중반까지 비교적 확고하던 3강 구도가 무너진 것은 올스타전을 전후로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현대건설은 1월14일 GS칼텍스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낸 이후 4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이 따낸 승점은 지난 3일 도로공사전에서 2-3으로 패하면서 얻은 1점뿐이다.

반면에 지난 시즌 최하위 인삼공사는 새해 들어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며 현대건설과의 승차를 좁혔고 지난 1월 31일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3위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인삼공사가 현재의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인삼공사 역시 4연승 이후 최근 3경기에서 1승2패로 다소 주춤했는데 패한 2경기의 내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상 못한 '꼴찌' 인삼공사의 반란

이재은은 주전에 대한 부담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 KGC인삼공사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던 백목화, 이연주와의 계약에 실패하며 큰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서남원 신임 감독은 선수들의 포지션 변신과 적절한 신인 선수 지명, 그리고 부족한 포지션을 보완하는 트레이드를 통해 어수선하던 팀 전력을 빠른 시간 안에 가다듬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본 전략은 뭐니뭐니해도 세터 한수지의 센터 변신이었다. 토스의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포지션 대비 단연 돋보이는 블로킹 능력을 보유하고 있던 한수지는 이번 시즌 센터로 변신해 세트당 0.8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거요미' 양효진(현대건설)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적성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센터 포지션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다.

이재은이 주전 세터로서 자신감을 찾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 흔히 백업 세터들은 갑작스런 주전 기회가 오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프로 12년 차의 이재은 세터는 자신에게 올 기회를 차분하게 기다렸고 이번 시즌 그 기회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재은은 이번 시즌 세트당 10.25개의 토스를 성공시키며 조송화(흥국생명,12.38개)에 이어 세트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백목화와 이연주의 이탈로 큰 구멍이 생긴 레프트 자리는 만년 후보였던 최수빈과 올스타전 서브여왕 김진희가 주전으로 도약했다. 센터에서 레프트로 변신한 장영은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은 안타깝지만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후보 지민경이 출장 시간을 늘려가며 코트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공격 5개 부문 1위에 올라있는 '복덩이' 알레나 버그스마의 활약과 공헌도는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

최수빈 부상 이후 급격히 흔들린 조직력, 3위 수성 위기

인삼공사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와 공격수를 모두 보유한 팀이다. ⓒ KGC인삼공사


4연승으로 승승장구하던 인삼공사의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은 올스타 브레이크 후 첫 경기였던 1월28일 흥국생명전이었다. 물론 흥국생명이 리그 1위를 달리는 강팀인 데다가 발목부상으로 결장이 예상됐던 에이스 이재영이 깜짝 복귀전을 치르며 21득점을 올리는 등 흥국생명이 워낙 좋은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무려 25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자멸한 것이 인삼공사의 진짜 패인이었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알레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삼공사는 기본적으로 안정된 리시브와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팀이다. 하지만 이날 인삼공사는 상대의 목적타 서브에 전혀 대비를 하지 못했고 4세트에는 무려 9-25라는 창피한 스코어로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더 큰 비극은 인삼공사가 3위에 오른 31일 현대건설전에서 나왔다. 서브 리시브를 전담하는 부동의 주전 레프트 최수빈이 발목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인삼공사는 최수빈 없이 치른 첫 경기였던 4일 GS칼텍스에전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공격에서는 지민경이 11득점, 김진희가 4득점을 올렸지만 서브리시브에서 지민경이 27.59%, 김진희가 13.33%로 크게 흔들리며 최수빈의 공백을 절감했다. 서남원 감독은 경기 중반 루키 이선정을 투입시켰지만 선명여고 시절 센터로 활약하던 이선정이 하루 아침에 레프트 자리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인삼공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을 보유한 팀이다. 따라서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되도록 김해란을 피해서 목적타 서브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레프트 선수들의 서브 리시브가 그만큼 중요하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세터가 약속된 토스를 구사할 수 없고 토스가 흔들리면 공격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패에 빠져 있지만 현대건설은 작년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 봄배구 5경기에서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이다. 지금의 슬럼프만 이겨 낸다면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팀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3년만에 봄배구 나들이를 위해서는 모든 팀들이 질려 하는 인삼공사 특유의 끈끈한 배구가 살아나야 한다. 11일 기업은행전까지 6일의 휴식일 동안 서남원 감독은 과연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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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 김해란 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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