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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팀이 역대 최약체? 뜯어보면 항상 약체 평가

2006년 초대 WBC, 하향세인 메이저리그 1세대와 노장들로 팀 꾸려

17.02.08 11:50최종업데이트17.02.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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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이 확정했다. KBO는 2017 WBC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일인 7일 WBC 조직위원회(WBCI)에 2017 WBC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 명단을 제출했다. 투수 13명,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총 28명으로 구성됐다.

한국은 그동안 세 번의 WBC를 치르며 1회 4강, 2회 준우승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모두 현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거둔 성적이다. 하지만 2013년 열린 3회 대회에서는 류중일 감독이 팀을 이끌었으나 사상최초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인식 감독이 8년만에 다시 WBC 지휘봉을 잡은 한국야구 대표팀은 지난 2015년 프리미어 12 우승의 상승세를 이어감과 동시에,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1라운드가 열리는 이번 WBC에서 2013년의 명예회복이라는 책임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야구대표팀은 출범까지 그 어느 때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최상의 전력을 꾸리겠다는 목표와 달리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 박병호(미네소타), 류현진(LA 다저스) 등 주력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불참했고, 김광현(SK), 강민호(롯데), 정근우(한화) 등 KBO리그 정상급 선수들도 잇달아 부상에 시달리면서 합류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메이저리거로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가세하면서 뒷문의 부담은 덜었지만 원정도박파문으로 징계를 받으며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문제가 되어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강정호(피츠버그)는 음주운전 파문으로 하차하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국제경험이 많은 베테랑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KBO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선수들이 대거 외면받는 등 세대교체를 주저하는 김인식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보수적인' 선수발탁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대표팀이 최근 몇 년간을 통틀어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대표팀은 2년전 프리미어12와 비교해도 선수층이 매우 앏아졌다. 해외파는 사실상 오승환 한 명 뿐이고 투수진은 전반적으로 국제 경험이 풍부하거나 확실한 우완 선발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타선 역시 정근우가 빠지면서 테이블세터진이 약화됐고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태균과 이대호를 제외하면 중심타선에서 믿을만한 타자가 부족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약체라는 예상은 말 그대로 예상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야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상대적으로 약체가 아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2진급 팀들이 참여하는 아시안게임 정도를 제외하면 올림픽, WBC, 프리미어 12 등에서 한국은 늘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미국, 일본, 쿠바, 도미니카 등 세계적인 강호들에 비하여 한 수아래로 지목됐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예상을 뒤집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좋은 성적을 거둔 대회 역시 항상 최상의 멤버로 나선 것은 아니다. 4강에 올랐던 2006년 초대 WBC를 보자. 지금이야 메이저리거들이 총망라된 '드림팀'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당시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등 '메이저리그 1세대'들은 당시 하향세로 접어들며 소속팀에서 주전급으로 입지를 굳힌 선수들이 별로 없었다. 국내파들도 당시 김인식 감독의 성향에 맞게 30대를 넘긴 노장 선수들의 비중이 높았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타선의 힘을 적재적소의 불펜 운용과 탄탄한 수비로 만회하며 라이벌 일본과 최강 미국을 잇달아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불참했고 국내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꾸렸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2년전 WBC와 달리 급격한 세대교체로 20대 선수들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며 오히려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던 실정이었다. 일각에서는 병역미필자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꼬집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유일한 해외파였던 4번타자 이승엽은 당시 일본무대에서도 극심한 슬럼프로 2군을 들락거렸고 올림픽에서도 중반까지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9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광현, 류현진, 윤석민 등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이며 마운드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이승엽은 일본과의 4강과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잇달아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리며 클러치히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1점차 승부만 5번에 이르렀고 최약체 중국과도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는 등 내용상으로는 어려운 경기도 많았지만 고비마다 강한 뚝심을 선보이며 무수한 위기를 극복해냈다.

2009년 2회 WBC에서는 투타의 핵심이던 베테랑 박찬호와 이승엽이 잇달아 대표팀을 고사했다.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도 부상과 부진으로 준결승 전까지는 팀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김광현-류현진 등 베이징올림픽 우승 주역들도 WBC에서는 나란히 부진했다. 하지만 봉중근이 일본전 전담 선발로 혜성처럼 등장했고 4번타자 김태균이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정현욱-임창용-윤석민-이범호 등이 고비마다 제몫을 다하며 결승무대까지 올라올수 있었다. 일단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면 객관적인 전력차를 떠나 눈빛부터 달라지는 한국야구만의 저력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주로 투수력에 성패가 좌우되곤 했다. 특히 WBC는 투구수-연투 제한 규정으로 인하여 선발의 비중에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선발투수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불펜야구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번 대표팀의 불펜진은 부동의 마무리 오승환을 중심으로 임창용(기아), 박희수(SK)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국제 경험이 부족한 원종현(NC), 심창민(삼성), 임정우(LG), 장시환(KT) 등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줄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야수진은 KBO 2연패를 달성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중추를 이루고 있다. KBO리그 2연패를 차지한 두산은 이번 대표팀에 가장 많은 8명의 선수를 배출했고 이중 6명이 야수들이다. 두산 선수들은 지난 프리미어 12 우승 당시에도 핵심 역할을 해낸바 있다. 단기전에서 작전야구의 비중이 높은 김인식 감독의 특성상, 주루플레이와 전술소화능력이 뛰어난 두산 선수들의 활용도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타선은 2번과 5번의 적임자를 찾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정근우가 빠지면서 이용규와 함께 테이블세터진을 이끌어줘야 할 파트너를 찾아야 하고, 중심타선에는 김태균-이대호의 뒤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거포가 필요하다. 2루에는 오재원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그 역시 잔부상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 걱정거리다. 중심타선에서는 외야수 최형우나 3루수 박석민 중 한 명이 중심타선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성적도 중요하지만 결과보다 대표팀다운 투지와 열정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이번 대표팀은 이런저런 이유로 어쨌든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선수 차출문제와 대회 운영 방식 등에서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며 이렇게까지 해서 WBC를 나가야하느냐는 회의론이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WBC 성적이 곧 한국야구의 위상이나 경쟁력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에 대한 집착보다는, 오히려 잃을 것이 없는만큼 즐긴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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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WBC 김인식 메이저리거 도전하는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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